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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근아, 다시 만나 반가워

매력적인 연근조림과 아삭이는 흑임자연근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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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친구집에 놀러 가서 처음 만난 연근조림을 아주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짭조름하고 달큼한 연근의 친근함은 입안에 오랫동안 가둬두고 싶을 정도로 좋았지요.  우리 엄마도 연근조림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권력자인 엄마에게 가족 모두가 요구할 수 없는 규칙이었으니까요.  



친정엄마는 딸을 셋이나 낳으셨음에도 요리를 가르쳐 주지 않으셨습니다.  심지어 결혼하면 질리도록 할 일을 예습하듯 해 갈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씀하셨는데, 덕분에 결혼 후 질리도록 고생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결혼하고 처음 만들었던 반찬은 나름대로 상상한 레시피의 연근조림이었습니다.  물론 철저히 망했고 몰래 버렸기 때문에 식구들은 가 만들었었다는 기억조차 없을 겁니다.  새카맣게 탄 연근조림을 보면서 내 마음도 새카맣게 탔던 걸로 기억합니다.  포기도 빠른 저는 다시는 안 만들고 안 먹을 거야, 그렇게 다독이며 잊기로 했던 것 같아요.



몇 해 전, 식구들과 외식차 들렸던 한정식 쌈밥집에서 흑임자연근샐러드를 처음 만났습니다.  사람 수에 맞춰서 딱 네 개가 이쁜 그릇에 담겨 있었어요.  연근이 샐러드로도 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생소하고 신기했던  기억납니다.  



처음 만나는 요리를 보면 저는 호기심이 발동하는데, 마치 꼭 배워야 하는 훈련생이 된 기분이랄까.  촉촉한 흑임자소스에서 반짝이며 윤기를 내는 연근샐러드는 참으로 곱고 이뻤습니다.  흰 눈을 처음 밟는 소녀처럼 조심스레 살짝 깨물었습니다.



아삭하며 청량한 웃음소리를 내는 듯한 연근은 입 안에서 상큼 달콤했고 고소한 검은깨의 매력까지 넘치더군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침샘이 나왔고 입안은 즐거운 탱고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아! 너무 맛있다' 입 짧은 엄마의 반가움을 눈치챈 식구들은 소분된 각자의 양을 모두 내게 양보했습니다.  메인요리는 관심이 없고 빈 접시를 아쉬운 듯 보며 는 집에 돌아가면 마트에 들러 연근을 사 와 몽땅 샐러드를 만들어 혼자 실컷 먹고 싶다는 욕심을 가졌답니다.  그런데 동네 마트에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고 어느새 연근은 내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 갔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연근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각종 미디어에 올라온 요리 레시피도 있으니 두려울 게 없지요.  그들의 레시피를 응용해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는 여유까지..  신혼 때 가 아닙니다.  제일 크고 싱싱한 연근을 집에 와 반은 연근조림을 하고 반은 나만을 위한 샐러드를 만들었습니다.  다 맛있게 성공했습니다.  이 뿌듯함이란.  


연근아, 다시 만나 정말 반가워! 자주 보자.






*우리 집 연근 조림 만드는 법(1번과 2번은 방법이 동일합니다)


연근조림 재료: 연근 250g, 식용유, 식초, 소금, 간장, 미림, 매실청, 흑설탕, 올리고당, 참기름, 검은깨

연근조림 소스: 간장 3T, 미림 1T, 매실청 2T, 흑설탕 2T, 물 7T


1. 끓는 물에 식초 1T와 소금 1T 넣고 3분 데칩니다.

2. 데친 후에 찬물에 샤워시킨 후 물기를 빼줍니다.

3. 웍에 식용유 2T 두른 후에 물기 뺀 연근 넣고 5분여 볶아 줍니다.(중불)

4. 준비한 소스를 넣고 졸이다가 자작해지면 올리고당 1T 넣고 불을 끈 뒤에 참기름과 검은깨 넣으면 완성.




*우리 집 흑임자 연근샐러드 만드는 법(1번과 2번은 방법이 동일합니다)


연근샐러드 재료: 연근 250g

샐러드 소스: 간 검은깨 5T, 마요네즈 4T, 그릭요거트 1T, 레몬즙 1T, 식초 1T, 소금 조금, 올리고당 1T, 후추 조금


1. 끓는 물에 식초 1T와 소금 1T 넣고 3분 데칩니다.

2. 데친 후에 찬물에 샤워시킨 후 물기를 빼줍니다.

3. 소스 준비해서 무쳐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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