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령 사태 이후 책을 읽으며
공동의 힘을 다해 각 회합원의 인격과 재산을 지키고 보호하며, 각자가 모두 결합함에도 오직 자기 자신에만 복종하기에 전만큼 자유로운 회합형식을 찾는 것, 바로 이것이 사회계약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근본 문제다.
진화의 루비콘강을 넘어선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생존하기 위한 문화적 협력이 강화되면서 지구상의 최상위 지배자가 되었다. 인간의 문명은 지금도 퇴보 없이 정치, 사회, 경제 등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절차가 차곡차곡 쌓이며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만이 '국가'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주권'을 논하고 '정치'를 이야기한다. 국가나 주권이나 정치라는 개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물이다.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저)'에서 인간의 상상력은 허구를 지어내게 되었고 단순한 상상을 넘어서 집단적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인지혁명이라 불리는 이 풍부한 상상력은 신화, 종교, 정치, 사회적 연대감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의 산물로 이어졌고 현재에 이르렀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기초가 된 루소의 사상인 '사회계약론'은 이처럼 자연에서 시작된 인간의 평등과 자유가 사회라는 집단의 형태로 전환하게 된 근원적 이해로부터 풀어가며 자연스럽게 읽힌다. 또한 그의 사상은 현대 민주주의의 뼈대를 이루는 설명들이 많이 거론됨으로써 민주주의 사회는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오늘날의 정치체제와 사회적 갈등을 성찰하는데 유용하다.
'사회계약론'을 쓴 루소는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모든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보았다. 그러나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권리가 침해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사회를 구성하고 국가를 세우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국가의 기원은 사회계약이라고 보았다.
그러한 사회계약은 각 구성원이 자유롭게 계약에 합의하는 구조로 형성된 공동체와 그 통치제만이 정당한 권위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인간사회의 불행을 비판하고 해결할 방법으로 오로지 정치만을 고려했다.
나는 인간은 있는 그대로 두고 법은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정치질서에 정당하고 확실한 운영원칙이 있을 수 있는지 따져 보고자 한다. 나는 이 연구 내내 권리가 허용하는 것과 이익이 명령하는 것을 결합하려 애쓸 것인데, 그래야 정의와 유용성이 결코 분리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문에 거론한 위 글은 사회계약론을 이끌고 있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며, 정치질서의 확실한 운영원칙이란 입법과 사법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법치주의를 말한다. 정당한 통치방법은 각 구성원이 모두 동의하고 기꺼이 따를 수 있는 정당한 권위를 말한다.
원론적이고 정치철학서와 같은 이 책은 정치체를 구성하는 여러 사회적 계약들을 상세히 가정하며 그 조건을 따지고 정당한 원리를 묻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현 사회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관점으로 볼 때 유용하다.
정리하면 루소가 말하는 사회계약이란 인간들이 자연 상태를 누리던 권리를 포기하고, 국가에 복종하는 대신 국가가 인간의 권리를 보호하고 자유와 평등을 보장해 주는 계약을 체결하고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권은 시민권으로 대체된 의미이며, 시민권의 핵심은 자유와 평등이다.
또한 루소는 주권재민의 원칙을 두고 있다.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원칙인데, 국민이 국가의 통치를 직접 수행하거나 또는 국민이 선출한 대표를 통해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대 민주주의 발전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루소가 이끌고 있는 사회계약의 원리에서 이해해야 할 핵심개념은 '일반 의지'다. '일반의지'는 공동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지로써 개인의 욕망을 초월하는 보편적 가치(공익을 위한 국민 전체의 의지)다.
따라서 법은 일반적이다. 그의 원론적인 내용을 정리하자면 입법자로서 개인은 법의 제정에 참여하는데, 입법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각 개인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 대해 의미 있게 작용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를 반영하지만, 자연상태에서 그가 행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측면에서 자신의 의지를 일반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법은 모든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개인 의지의 산물인 셈이다.
루소가 말하는 사회계약은 일반의지로부터 지침을 받으며 정부의 권위를 사용하여 주권자란 의미에서 시민들의 행동은 결정된다. 사회계약은 합법적이고 모든 사람에게 공통되고 공평하기 때문에 일반의 행복을 목적으로 하며 유용하고, 공공함과 최고의 권력에 의하여 보증되고 있기 때문에 확고하다. 루소는 일반의지를 매개로 하여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정의를 조화시키고자 했다.
공동체로 묶인 각 구성원은 공동체의 의견에 복종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자유를 잃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공동의 힘은 각 구성원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보호해 주는 결합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의사에 복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이 사회계약으로 인하여 자기가 가지고 있던 정치적 권리를 포기하게 되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다만 이견이 있는 사항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데, 다수결의 원칙 자체는 전원 합의로 이루어져야 한다. 루소는 직접민주주의를 이상적인 정치 체제로 제시하지만 현대사회는 이를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다수결로 결정된 대표자나 법이 반드시 사회전체의 공동이익을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히틀러가 선거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했듯이 다수결의 원칙이 반드시 올바른 결정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과정에서 교육 수준의 차이, 경제적 불평등, 여론조작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반의지는 항상 옳다는 견해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근대 민주주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민중주권의 원칙을 확립했고 국민의 권리를 보장했다. 사회계약론의 핵심은 자유와 평등 그리고 국민의 권리 보장이다. 그는 사상은 민주주의의 근거를 제공함으로 국가의 정당성은 국민의 동의에 있다는 근거를 제공했다.
12.3 계엄령 사태 이후 책을 읽으며 '민주주의'와 '주권'에 대한 본질적 일반의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주권은 선거 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정은 완전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의식이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
민주정 혹은 인민정부만큼 내전과 내란에 취약한 정부도 없다는 것을 덧붙이자. 왜냐하면 민주정만큼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형태 변화가 야기되는 정부도 없고, 현재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민주정보다 더 많은 주의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정부도 없기 때문이다.
(..)
신들로 구성된 인민이 있다면, 이 인민은 민주정으로 스스로를 통치할 것이다.
그렇게 완전한 정부는 인간에게 맞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