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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세상이 엉망진창이기 때문에 공감 능력이 크면 그만큼 고통도 깊다


로빈의 두 번째 소아과 의사는 로빈을 자폐 ‘스펙트럼’에 넣고 싶어 열심이었다.  나는 그 남자에게 이 우연한 작은 행성에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스펙트럼에 속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스펙트럼이라는 게 그런 것이니까.  인생 자체가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진 무질서이고, 우리 모두가 연속적인 무지개 속 특정 주파수로 진동할 뿐이라고 그 남자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온도 마지노선인 1.5도가 붕괴되었다고 공식화했다.  온난화로 지구가 1.5도 이상 상승할 경우 지구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경고가 깨진 것이다.  '지구 온난화'라는 완곡한 표현에서 '지구 가열화'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가속도에 대한 우려를 표했음에도 각국의 산업화열기는 식을 기미가 없어 보인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대지와 바다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 폭염과 같은 극한기상 현상뿐 아니라 해상 생물의 서식지에 비정상적인 변화를 주게 된다.  우리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것이다.  갈수록 우리의 여름 폭염은 길어지고 겨울 한파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22일 발생한 의성 산불이 쉽게 잡히지 않는 이유 역시 멀리서 원인을 찾을 필요가 없다.



지구는 우주에서 유일하게 생명이 서식하고 있는 행성이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불모지의 우주 행성 중 행운아 지구에 살고 있는 하나의 종(種)으로서 인류의 생존 문제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지구 입장을 대변해 주지 않는다면 누가 해결해 주겠는가.






묵직한 울림이 있는 소설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토픽(topic)은 독자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가지 공통된 감성을 꼽는다면 나는 '정의(廷議)'의 상기라고 말하고 싶다.


 

소설은 사람들의 무관심과 방만한 모습으로 새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면 결국 인간도 설 자리를 잃고 말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기도 하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어떤 세상을 만들어주어야 할지 많은 고민을 안겨주기도 한다.  



소설의 화자 '시오'는 지구와 같거나 비슷한 환경을 찾고자 외계 생명체를 찾는 '우주 생물학자'로 나오며, 아내(얼리사)는 '동물권 활동가', 그들 사이에는 조류학자가 꿈인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를 가진 아들 '로빈'이 있다.  



그들 집안에 기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에 대해 무한히 공감하는 존중과 정의(廷議)가 공존한다.  세상에서 외면받고 있는 타당성을 힘겹게 실험하던 아내(얼리사)는 운전 중 도로 위로 뛰어든 주머니쥐를 피하다 죽는 불행을 맞는다.  몇 달 뒤엔 로빈의 개가 착란으로 죽으면서 아들의 증세는 더욱 악화되며 위기를 맞는다.  



내 아들 로빈은 언제나 잠을 잘 자지 못했다.  한 계절에 몇 번씩 침대에 오줌을 쌌고, 그리고 나면 수치심에 등이 굽었다.  소음에 동요했다.  텔레비전 소리는 내가 듣지 못할 정도로 낮추기를 좋아했다.  원숭이 인형이 세탁실 세탁기 위에 앉아 있지 않으면 싫어했다.




평범하지 않은 아들에 대한 발작성 행동은 '향정신성 약물치료'를 받으라는 권고를 받지만 그는 아들이 마음의 평온을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로빈은 단지 세상과 잘 맞지 않을 뿐이다.  로빈은 상상력이 활발한 아이이며 다른 생명체의 고통에 무방비하게 공감하는 능력이 출중했다.  생명체를 향한 무해한 사랑과 순수한 저항을 고스란히 담은 아내(얼리사)의 유전이었다.  



'시오'는 아내의 친구였던 커리어 박사를 찾아가 '디코디드 뉴로피드백' 치료를 선택하게 된다.  소설의 흐름과 별개로 나는 '내면소통(김주환 저)'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 '뉴로피드백'의 치료법이 소설에서 소환되어 반가웠다.  



'뉴로피드백'은 스캐닝 AI가 자연스러운 두뇌 활동을 사전에 기록한 견본과 비교하며 치료받을 두뇌의 연결 패턴 뇌파와 조절함으로써 치료하는 형식이다.  소설에서는 아내(얼리사)의 두뇌지문 데이터 견본이 사용된다.  아내의 뇌파를 조절한 건강한 뇌 즉, 건강한 정신을 아들의 뇌파에 연결하여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다.  로빈은 동물을 존중하고 사랑했던 아내(얼리사)의 감정패턴을 고스란히 흡수하게 되면서 엄마(얼리사)의 생전 두뇌활동 패턴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경험에 동화되어 간다.



희소한 치료에 대한 호전은 방송도 타면서 연구진은 물론 아이도 흡족해하지만 정치권의 개입으로 돌연 중단이 되고, 천재적인 상승곡선을 타던 로빈은 실험중단과 함께 퇴행적 행동을 보이며 이야기는 위기의 급물살을 타게 된다.  아빠와 마지막 여행이 된 로빈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가슴속 뜨거운 불덩어리가 심장을 무섭게 뛰게 했다.  



로빈이 죽기 직전까지 돌을 옮기려 했던 행동은 소설 속에 열네 살짜리 소녀의 인터뷰와 겹친다.  소녀는 배기가스 저감회의를 개최하도록 압박할 10대들을 모집하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인터뷰기자는 수업을 포기하고 캠페인을 벌이는 행위를 걱정하듯 묻자 소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경우 실패할 확률은 안다'며 당당히 답한다.



아니, 우리 집이 타고 있는데 불을 끄러 집으로 달려가도 모자랄 판에 학교 종이 울리기를 기다리라고요?




앞서 거론한 것처럼 환경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의제가 되었음에도 경제, 기술 측면과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하거나 더 즉각적으로 관심을 끌 수 있고 자극적인 반응에 밀리고 있다.  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미 가래로도 부족한 시기가 왔는지도 모른다.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 리처드 파워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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