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공원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우선 특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산을 산이라 하고 물을 물이라 합니다.
몸을 옷으로 감추지도 드러내 보이려 하지도 않습니다.
물음표도 많고 느낌표도 많습니다.
곧잘 시선이 머뭅니다.
마른 풀잎 하나가 기우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옹달샘에 번지는 메아리결 한 금도 헛보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그 기대로 가슴이 늘 두근거립니다.
이것을 지나온 세월 속에서 잃었습니다.
찾아 주시는 분은 제 행복의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고요? 흔히 이렇게들 부릅니다.
'동심'
- 찾습니다 / 정채봉
세상의 아름다운 정원이 모두 모여있다는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다녀왔다. 주중에 한가로이 남편과 산책을 했고 아쉬움이 남아 주말에는 가족모두 샌드위치 소풍가방까지 싸들고 놀러 갔다. 역대 최대 규모이자 최장 기간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보라매공원의 홍보는 과장이 아니었다. 지자체가 한껏 자랑하는 소규모 정원은 물론이고 기업에서 편의시설을 조화롭게 제공했다. 곳곳에서 편하게 앉아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보조를 맞춘 것이다.
주중의 산책에서 만나는 정원은 조용하고 사색적이라면 주말의 산책은 활기차고 소란스럽지만 재미있고 흥분이 있다. 주중은 어른스럽고 주말은 아이스럽다. 선택은 자유다.
약 40만 m 2(약 12만 평)의 면적에 알차게 꾸민 정원들의 조화를 감상하며 빠르게 이동하기는 어렵다. 자존심을 걸고 준비한 정원들의 솜씨를 보며 걷는 데 나도 모르게 심사의원이 된 기분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곳으로 소풍 왔던 기억이 새롭게 펼쳐진다. 당시 볼 것이라곤 공군 비행기가 전시되어 있는 에어파크와 심심한 호수 그리고 장기를 두는 노인들이 많던 곳이었는데 정원들이 들어오니 완전히 탈바꿈되었다. 노인들의 전용 놀이터가 전 연령층이 놀러 와서 쉬는 곳이 된 것이다.
지난 5월부터 개장된 정원 박람회는 봄과 여름을 거쳐 이제 가을까지 진행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 정원은 분명 손상되기 마련이고 그들이 소비하고 버려진 오염물들로 지쳐있을 것이 예상되는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었다. 이것은 상주하며 식물들을 아이처럼 돌보는 정원사들의 사랑과 문화시민들 덕분이다.
보라매 공원을 천천히 걷는데 조망하듯 천천히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오는 신비한 체험을 한다. 안전하게 조성된 트랙을 따라 달리는 시민들, 넉넉한 탁자에 모여 숲 속 생일파티를 하는 사람들, 아기들과 개울에서 물장구를 치는 신혼부부들, 젊은이와 노인들이 심각하게 대결하는 장기 대회장 그리고 우리처럼 그저 식물들이 좋아 산책하며 헤벌죽 웃으며 걷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찾아낸 이들의 공통점은 '동심'으로 돌아갔다는 점이었다. 모두가 즐거움 하나로 시너지가 응축된 풍경이었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또래보다 젊게 보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순수함은 동안(童顔)이 아니라 동심(童心)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흙을 맨 손으로 만지고 물장구를 치는 발의 촉감에 즐거워하고 눈 위를 뛰어다닐 때 피어나는 웃음이다. 우리가 동창회에 나가면 긴장이 풀리는 것은 어릴 적 그 감정으로 회귀되는 마법의 시간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동심을 잃으면 웃음도 잃어간다.
우리는 모두 자기가 만든 환경에서 살아간다. 자기가 살던 곳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사람은 낯선 곳에 정착하더라도 아름답게 가꿀 용기라는 기반 위에 서 있게 된다. 정채봉 시인은 '타인이란 각자가 마음속에 생각하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기 앞에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사람과 사물을 응시하는 따뜻한 시선과 생명을 대하는 겸손함을 잃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자연을 가까이하고 멀리 있다면 찾아가야 한다.
ps. 아직까지 가보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면 동심의 초대장을 버리지 마세요.
행사명: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기간: 2025. 5. 22.~10. 20.
장소: 서울 보라매공원 (서울특별시 동작구 여의대방로 20길 33)
입장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