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누구나 느끼는 감정.
그런 나는 외로움을 느끼면 수치스러웠다.
내가 잘 못 살고 있는 줄로만 알아서.
외로움은 지극히 당연한 감정이었는데...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 tinamosquito, 출처 Unsplash
내가 있는 이 자리가 나와 어울리는 곳이 아닐 때 나는 외로움을 느낀다.
사람이 함께 모인 곳에서도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이 없을 때 나는 외로움을 느낀다.
누구도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길 때 나는 외로움을 느꼈다.
그 외로움들을 고이 모아서 간직하고 살았다.
누군가 달래주고 껴안아 주어야지만 옅어진다 생각하고
삶을 살아왔다.
나는 문득 나의 외로움을 더욱 깊이 알고 싶었다.
외로움의 한가운데 서서 내 외로움의 본질을 꿰뚫고 싶었다.
외로울 때마다 느끼던 수치심
넌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문득 외로울 때마다 한 번도 내 편이 되어 준 적은 없었다는 게 생각났다.
누구에게라도 친절했던 나는
과연 나 스스로에게는 친절했던 걸까.
외로움이 사무칠 때마다
옷을 잘 차려입고
먹고 싶은 것을 먹었으며 가고 싶은 곳을 갔다.
읽고 싶은 책을 읽었고 보고 싶은 드라마를 보았다.
내 마음에 안부 묻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비난할 때 내 곁에 서서 아무런 말 없이 묵묵히 있어줬다.
바보 멍청이라며 나를 비난하고 땅 끝까지 내 존재를 끌어내리던 어제를 무심히 잊고
스스로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여전히 외톨이 같다고 느낄 때 외로움은 밀물처럼 다가왔다.
내가 스스로의 편이 되어가니 외로움은 썰물처럼 어느새 밀려나더라.
그렇게 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과
친숙한 사이가 되었다.
외로움이 다가올 때 우울도 어쩌다 머물지만
그에게도 잠시 곁을 내어준다.
조금 쉬어가라는 우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 어느 감정 하나 밀어내지 않는다.
온전히 내 것으로 머금어 본다.
그러다 보면
외로움도 우울함 마저도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 가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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