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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샘 Jan 28. 2024

한국어 강사의 하루 08

자기소개서만 몇 개를 쓰고 있는지,

요즘의 나는 마치 취준생처럼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다. 이 나이에 이렇게 자소서를 많이 쓸 줄은 진짜 미처 몰랐다. 이렇게 많이 지원하게 될 줄도.


모든 직업이나 조직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특히,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는 더 그런 것 같다. 안정성을 보장해 주지 않는 강사라는 지위를 믿고 있다가 갑자기 조직에서 해고 통보를 받을 수도 있고 학교 전반적인 흐름이 변해 일이 많아져 다니기 힘든 경우도 생긴다.


요즘 들어 한 학교의 경우가 그렇다. 행정이 갑자기 모든 일들을 제어하고 평가하며 강사의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우리는 수업을 하는 강사이지 행정일을 하는 행정 직원이 아니다. 그리고 강사가 수업 준비보다 행정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주업이 전도된 것이다.


뭐 각자 입장에서 다 할 말은 있겠지만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면 그뿐이라 나는 요즘 여기저기에 지원하고 있다. 물론 계속 좋은 자리를 탐색하고 지원하고 또 떨어지길 여러 번이었지만 요즘처럼 이렇게 많이 지원한 적은 없었다. 좋은 조직이란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갖춘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것이 참 쉽지는 않다.


자소서를 모두 똑같이 제출할 수는 없기에 지원 조건에 맞게 수정하고 또 보완하고 있다. 지원 분야에 맞게 고쳐 쓰느라 마치 자소서 유형별 쓰기를 연습하고 있는 느낌이다. 실제 몇 번의 면접도 다녀오고 또 떨어지고 모처럼 영어 면접도 준비하고 심사서도 준비하는 특별한 경험도 해 보았다.


가능성이 낮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서 면접을 보았고 지금까지의 면접 중 가장 하드한 면접이었다. 총장님이 나오신다고는 생각도 못한 터라 당황했다. 이 모든 게 다 연습이고 경험이라는 긍정적 사고를 하면서 응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일반 수업 시강 정도는 쉽게 느껴졌다, 진짜 쉬운 게 아닌 상대적 느낌이 들었다. 한 학교를 오래 다니신 분들은 시강을 한 지 오래되어 시강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하시는데 최근까지 나도 그랬다.


기대의 정도에 상관없이 떨렸고 쉽지 않았다. 지금은 간이 커졌다고 할까? ㅎㅎ 그냥 하게 되었고 부담스럽다기보다는 필수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수업 준비 이외에 이력서 쓰는 일(?)을 주로 하고 있는 요즘이다. 다행히 연락이 계속 오고 있어서 이 중 좋은 결과가 온다면 언제든 모든 것을 다시 세팅하려고 한다.


새로운 환경을 지향하고 그것을 즐기고 새로운 교수법에 대해 배울 수 있다면 환경을 바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강사마다 한 군데에 안정적으로 머무르는 것을 선호하기도 하고 나처럼 다양한 경험과 이력을 갖고 싶은 강사도 있다.


하지만 이 일을 하다 보니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어떤 한 가지에 올인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한 학교에 올인하는 것보다 내 커리어를 성장시키는 논문이나 기능의 습득, 개인 이력을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직업의 안정을 위해  꼭 두 학교 이상을 다니시라고 조언해 드리고 싶다.


두 학교를 다녀야 만약의 경우에 대비할 수 있고 또 서로의 학교에서도 과중한 일을 시키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각 학교마다 커리큘럼이 다르기에 그 노하우를 도움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한 곳에 머무르는 것보다 일 년이나 이년 정도에 더 좋은 곳으로의 이직을 추천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 같다. 지금도 면접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앞으로 볼 면접도 두 개정도가 남았있다 모든 면접을 다 보고 결과를 받으면 그중에 가장 나에게 최선인 곳을 선택하려고 한다. 아니면 다시 지원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물론 그 선택이 탁월할 수도 있지만 또 후회스러울 수도 있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선택과 결정은 우리의 인생에서 항상 존재하는 것이라 나는 어떤 선택이든지 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 이래 저래 생각이 많다. 게다가 주변 친한 분들의 이직도 보고 있는 터라 이 분야에서는 이직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강사라는 직업의 특권이다.


어쩌다 한국어 강사를 시작하고 끊임없이 달려왔지만 여전히 달려야 하고 또 불안하다. 그래도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그 모든 것이 다 사라지는 나는 이 일이 잘 맞다. 꾸준히 하려면 내가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도 알기에 마음도 바쁘고 갈 길도 멀다.


자기소개서를 쓰고 연구 실적을 쓰다 보니 연구 실적의 유효 기간이 다 끝나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만약 내가 다시 지원하려면 학술지 준비를 또 해야 한다는 것도 ,,,,또 논문을 쓴다는 것은 모든 일에서 그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기에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또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지만 나는 좀 겁이 난다. 어쨌든 어젯밤도 늦게까지 지원서를 작성했고 제출한 서류를 모두 저장하면서 이제 지원서 쓰는 것에 자신감(?)이 생겼다.  누군가  나에게 100통을 써야 그 길을 갈 거라고 한 이야기가 조금은 위로가 되기는 한다.


갑자기 한 학교의 행정일이 많아지면서 피곤해졌고 다른 학교 수업 준비에 지장이 생겼다. 시험 출제, 시험 채점, 상담은 모두 수업 이외의 업무이니 원하는 강사에게 그것에 대한 비용을 산정하고 지급하면 좋겠다. 주말까지 반납하고 모두 매달려야 할 일인가? 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런 것들이 모두 변화할 수는 있을까? 지금까지도 안 되어 왔던 건데 가능할까 싶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일본으로 떠나고 싶다. 어느 한적한 료칸 온천물속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보고 싶다. 일본의 겨울 여행은 나에게는 휴식이고 위로이기에. 떠나고 싶다.


이직도 행정업무도 없는 곳에서 그냥 좀 쉬었다 오면 좋겠다. 한국어 강사가 일이 많다는 것도 개선도 쉬워 보이지 않다는 사실에 모두들 공감하며 말이 없었던 저번 모임! 그래서 먼저 나라도 변화된 곳으로의 이직을 꿈꾸는 지도 모르겠다.


다니는 모든 학교를 모두 새롭게 세팅을 해야 할지 아니면 추가 선택을 할 지도 모든 것을 원점에서 고민하고 있는 요즘의 나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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