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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샘 Jun 10. 2024

또 다른 지식

언제쯤 만족할 만한 정도의 수업 준비가 될까?

사람들은 나의 수업 준비 과정을 보면 헐 한다. 그건 끝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봐도 이건 너무 비효율적이다. 물론 한 학교만 다닌다면 그러지는 않겠지만 어디 한국어 강사가 한 학교로 경제적 영위가 가능하던가! 나도 20시간을 준다면 한 학교 한 교재에 올인해보고 싶다.


교재만 세 개를 분석? 거창하지만 어쨌든 나름 문법 순서를 파악하고 각 교재마다 다른 순서를 인지하는 것도 일이고 이걸 잊고 수업을 하다 당황하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그렇다. 부족한 강사다. 게다가 문법의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되는지도 파악해야 교수할 수 있는데 각 학교 마다 다 다르니.


그러니 매일 앉아서 자판 두드리기가 일이다. 게다가 난 나름 피피티를 잘한다고 자부해서 가독성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면 정말 끝이 없다. 난 나의 피피티가 나의 새로운 교재처럼 보이길 원한다 그래서 각 코너 이모콘부터 제작해서 사용하는 편이다. 사용하는 교재와 다른 산뜻함을 주고자 하는 나의 의도가 조금은 있다.


교재 PDF만으로 수업을 하는 분들도 많다. 옆에 전자 판서나 판서를 하시면서 그래서 어떤 분은 할 게 없다고도 하시지만 나는 너무 많아 고민이다. 앱도 주고 인터넷도 활용하고 싶고 실제 판서도 시켜보고 싶고 종이를 나눠주고 활동을 시켜 보고도 싶다.


물론 각자가 가진 방법으로 수업을 하면 되지만 학습자가 예전의 학습자가 아니다. 이미 미디어에 노출이 많이 된 학생들이며 또한 눈치도 빠르다. 강사의 수업 준비 충실도를 빠르게 느낀다. 그리고  한 성인 학습자가 나를 유아 취급하지 말라고 했다던 어떤 강사의 에피소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언어의 수준이 초등학생일 뿐 그들은 20살이 넘은 거의 다 성인인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가끔 너무 어른스럽게 대하다가 이해를 못 하면 또 수준을 내렸다가 올렸다가 나도 기준을 헤매기는 한다. 하지만 잊지 않는 것은 학습자에 대한 예의이다. 그들을 존중한다는 느낌은 꼭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태도는 자연스럽게 느껴지니 조심해야 한다.


저번 주 한국어 강사 재교육 카페에서 두 권의 책을 출시하였다. 그중 한 권을 주말 내내 읽었다. 내가 잘 정리가 안 되던 막연하던 것들이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노력은 끝이 없다. 이렇게 계속 성장할 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더 겸손해졌다. 그리고 이런 책을 출시한 이들에게 감사했다.


유사 문법 비교로 밑줄을 그으면서 오랜만에 재미있게 공부를 했다. 책상에 앉지 않고 거실 캠핑 의자를 펼치고 음악을 들으면서 즐겁게 공부를 했더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공부는 좋아하지만 공부는 못하는 게 좀 우습기는 하지만 그렇다.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때처럼 기분이 좋을 때가 없다.


요즘은 노션을 활용한 나의 데이터를 축적 중이다. 노션은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개인 구독을 하여 여행, 공부, 지원서, 할 일 등을 나눠 모으는 중이다. 나름 무언가 성취감이 들어 재미있어졌다. 이 노션을 활용하여 한국어 강사들과 팀을 이루어 같은 교재의 수업 자료부터 부자료까지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면 좋겠다.


지금처럼 모든 학교의 수업 자료를 만드는 게 아닌 기본 피피티 자료를 주고 이를 활용해서 추가하고 덧붙여 나만의 자료를 만드는 것 그래서 그것으로 수업을 하고 이를 다시 재수정하는 과정에서 점점 노하우가 생기는 그런 과정이 소중하다.


그리고 요즘 감마 앱을 활용해서 피피티 생성 연습 중이다. 감마 앱이 아직 초창기라 내용이 부실하기는 하지만 일단 틀을 만들어 준다는 게 좋고 내가 만든 파일을 일정 틀로 구현하는 게 꽤 대단한 일이지 않는가! 이걸 처음부터 타이핑하고 만든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혼자서 꼬무락꼬무락 무언가를 하고 있기는 한데 이제는 강의가 많아져 당분간은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어제는 대청소를 했다. 이불을 버리고 벽청소를 하고 다용도실을 치우다 보니 내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다.  보이지 않는 내 맘과 머릿속을 보이는 청소로 대신한 셈이다.


그러고 나니 체력도 올라온 것 같고 마음도 산뜻해졌다. 그래서 어젯밤 늦게까지 수업 자료를 대대적으로 손봤다. 글씨체를 예쁜 것보다 학습자 입장에서 잘 읽히는 폰트로 내용이 많은 슬라이드는 간략하게 화질이 선명하지 않은 그림도 모두 제거 및 대체했다.


무언가가 간결해지는 것은 핵심만 남는 것이다. 알고 있지만 행하기는 쉽지 않아 늘 슬라이드의 어휘와 구성에 욕심을 버리지 못했는데 어제는 그것을 조금은 했다. 그리고 만족했다. 예문은 모두 명확, 명료한 것으로 바꿔 학습자들의 이해에 방해되는 어휘와 내용도 바꿨다.


국립국어원 문법 교육 부분의 대화문과 예문을 인용해 조금씩 바꿔 사용하고 있다. 이 예문들은 각 문법의 활용으로 문장 만들기 문제로 사용도 하는데 참 유용하다. 아 그리고 이번 출시된 책에 오류 문장을 제시하고 이게 왜 틀렸나를 질문하고 답을 확인하는 코너가 꽤 좋았다. 그래서 이것 역시 수업에 활용해 볼 생각이다.


근황을 남기고 후에 나의 성장기를 열람하기 위한 글쓰기이지만 시간이 늘 없다는 변명을 할 수밖에 없다. 노력하지만 나는 멀티가 안 되는 한 개밖에 못하는 인간인가 보다. 그래서 다른 이들이 부럽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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