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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턴아웃과 허벅지 안쪽 근육 (2)

by Mulberrina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mulberrina/16



[15. 턴아웃과 허벅지 안쪽 근육(1)] 요약

턴아웃을 하기 위해서는 엉덩이 근육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허벅지 안쪽 근육도 매우 중요하다. 발레 수업 내내 허벅지 안쪽에 힘을 주라는 얘기를 듣는다. 하지만 허벅지 안쪽에 힘을 주는 행위가 실제로 다리를 더 턴아웃 시키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식을 구사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모호하다.

또한 허벅지 안쪽 근육이 고관절에서 대퇴골을 외회전 시키는지, 내회전 시키는지는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밝혀진 바에 의하면 '허벅지 안쪽 근육'이라고 통칭되는 여러 종류의 근육들이, 각각 어떤 것은 내회전을 시키고 어떤 것은 외회전을 시킨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턴아웃에 도움이 되는 내전근 사용을 위해 짚어봐야 할 것들을 정리해 봤다.



① 심부외회전근은 근육의 크기도, 힘도 작다. 심부외회전근만으로 다리 전체를 외회전시키고, 유지하기는 어렵다. 다른 근육의 도움이 필요하다.

턴아웃에 관련된 여러 글을 보면 심부외회전근을 매우 강조한다. "Dance anatomy and kinesiology"에서는 "대둔근보다 심부외회전근을 사용하고 강화하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Inside ballet technique"에서도 "심부외회전근은 일반적으로 강한 근육은 아니지만, 발레 훈련을 통해 매우 강해질 수 있으며, 턴아웃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주된(major) 역할을 한다. 대둔근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설명한다. 2016년 저널 Medical problems of performing artist에 게재된 "Differentials in turnout among professional classical ballet dancers"에서는 "무용수들은 서 있을 때 턴아웃을 유지하기 위해 대둔근 대신 심부외회전근을 사용한다"라고 설명한다. 이들 모두 대둔근 대신 심부외회전근으로 턴아웃을 해야 고관절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심부외회전근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한다. 대둔근에만 너무 강하게 힘을 줘서 골반이 tucked 상태가 되지 않아야 하며(=후방 경사 되면 안 됨), 심부외회전근을 느끼기 위해서는 엉덩이에 너무 강하게 힘주는 것을 멈추고 부드럽게 고관절을 회전시키면서 엉덩이 안쪽 깊숙한 곳의 근육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 Dance master class에 올라온 Lisa Howell의 <The science of turnout>에서도 심부외회전근을 매우 강조한다. 심부외회전근을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운동을 제시하는데, 대둔근 및 중둔근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아주 깊숙한 곳의 자극을 느껴야 한다고 설명한다. (프로그램 내내 턴아웃을 하기 위해 너무 아프거나 힘들면 안 되고, 아주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에 집중하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심부외회전근은 깊숙이 위치해서 그 느낌을 알기 어렵고, 실제로 근육 크기도 작아서 낼 수 있는 힘의 크기도 작다. 아래 그림은 고관절 주변에 있는 근육 무리들의 힘의 크기를 표시한 그래프이다. 고관절 폄근(extensors)이 제일 큰 힘을 내고, 외회전근(external rotators)이 가장 작은 힘을 낸다. 일상생활의 움직임을 생각해 보면 이는 아주 합리적이다. 고관절을 펴거나 굽히는 동작은 (쪼그렸다가 일어나기, 오르막길 올라가기 등) 움직임의 범위도 훨씬 크고 힘이 많이 든다. 반면 일상생활에서 일부러 고관절 외회전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보행 시에 자연스럽게 골반의 안정성을 위해 동원되는 정도가 전부이다.


image.png?type=w1 Donald A. Neumann (2010). Kinesiology of the hip: A focus on muscular actions.


하지만 발레에서는 극한의 외회전을 수행해야 하므로, 심부외회전근육의 힘이 달리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이때 내전근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위의 그림에서 보면 내전근은 세 번째로 강하다. 물론 위의 그래프에서 표시한 힘은 다리를 모으는 방향으로 힘을 줬을 때 측정된 것이지만, 그럼에도 크기 자체가 크고 강한 근육이 외회전 방향으로 동원되면 턴아웃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② 허벅지 안쪽 근육은 외회전 & 내회전 둘 다 가능하다.

허벅지 안쪽 근육은 치골근, 단내전근, 장내전근, 대내전근, 박근으로 구성된다. 각 근육의 생김새와 붙은 위치에 따라서, 어떤 건 좀 더 내회전의 방향을 갖고 어떤 것 좀 더 외회전의 방향을 가진다. 다양한 문헌에서 조금씩 다르게 설명하고는 있지만 종합해 보면 치골결합 쪽에 가까운 치골근, 단내전근, 장내전근은 좀 더 내회전의 방향성을 갖고, 무릎까지 뻗어 있는 대내전근은 좀 더 외회전의 방향성을 가진다.


따라서 내전근을 쓸 때 외회전 방향으로 도움을 받으려면,

→치골결합 쪽에만 힘이 들어오면서 양쪽 다리를 앙다물듯이 (마치 화장실이 급할 때 다리를 모으듯이), 다리를 가운데로 모으려는 방식으로만 힘을 주기보다는,

→치골에서 무릎의 안쪽 부위까지 대퇴골 전체에 걸쳐서 (특히나 무릎 쪽에 더 집중을 해야 무릎까지 쓸 수 있음) 내전근에 힘을 줘야 한다.

발레에서 내전근을 설명할 때 치골에서부터 무릎까지 잠그듯이 쓰라고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EC%97%A52.jpg?type=w1 노란색으로 표시한 근육 무리(치골에 가까움)보다, 초록색으로 표시한 근육(치골에서 무릎까지 길게 이어짐)을 의식적으로 더 많이 동원하려고 해야 한다.



③ 내전근은 ‘이차적’으로 외회전을 돕는다.

고관절 외회전에 우세하게 작용하는 일차근육들(심부외회전근)이 먼저 활성화되어 외회전을 어느 정도 만들어주면, 그때부터 내전근이 동원되어 조금 더 외회전이 되도록 그리고 외회전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IADMS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dance medicine & science)에서 공공에 과학적 정보를 제공하고자 게시한 짧은 논문 "Turnout for Dancers: Hip Anatomy and Factors Affecting Turnout"에서는 "대퇴골이 일차적인 외회전근에 의해 이미 외회전 된 상태에서, 내전근은 외회전에 기여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도서 "댄스 아나토미"에서는 "많은 노련한 발레 댄서는 내전근이 다리를 외회전 상태로 유지하는 데, 특히 양쪽 다리로 바닥에서 설 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제1번 자세의 를르베에서 내전근이 활성화되면 골반의 안정성과 턴아웃의 안정감이 증가한다."라고 설명한다.

둘 다 직접적으로 내전근이 외회전을 일으킨다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내전근이 동원되면 결국 턴아웃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④ 내전근을 동원할 때, 치골결합 부위에서 시작해서 상당히 아래쪽(무릎 옆부분)까지 쓴다고 생각해야 외회전 방향으로 더욱 도움이 된다.

-상대와 마주 보고 앉아서 허벅지 싸움을 할 때, 헬스장에서 hip adduction machine을 수행할 때 허벅지 안쪽 근육 중에서 가장 단단하게 툭 튀어나온 힘줄을 하나 만져볼 수 있는데 이것이 장내전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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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의 케이블 머신에서 발목에 스트랩을 고정하고 내전근 운동을 하거나, 옆으로 누워서 아래쪽 다리를 들어 올릴 때(인사이드 레그레이즈)는 장내전근보다 상대적으로 대내전근에 좀 더 힘이 들어오게 된다. 장내전근 힘줄은 얇고 단단하게 만져지는데 비해, 대내전근은 장내전근의 바로 뒤쪽에서 만져지면서 상대적으로 더 두껍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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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운동들의 차이는 저항이 무릎에 있냐 혹은 발목에 있냐 하는 것이다. 저항이 무릎 부위에 있으면 치골 부위 근처의 근육들만 집중적으로 동원되지만, 저항이 발목 부위에 있으면 치골 근처의 근육들만으로는 역부족이고, 치골에서부터 무릎까지 이어지는 근육이 모두 동원된다. 즉 1번으로 설 때 턴아웃에 도움을 받으려면 허벅지 싸움을 할 때처럼 내전근을 한껏 움켜쥐듯이 사용하면 안 된다. 대신 인사이드 레그레이즈를 할 때 치골에서부터 무릎 근처까지 전체적으로 내전근이 동원되는 방식으로 사용해야 한다.



⑤ 어떤 운동이 도움 되는가?

물론 내전근을 단련할 수 있는 모든 운동은 도움이 된다. 다만 내전근을 턴아웃 방향으로 동원하는 방식을 충분히 인지한 뒤에 점점 부하를 올리면서 운동하면 더욱 금상첨화일 것이다. "인지" 하는 과정은 힘들거나 고통스럽지 않다. 낮은 저항, 작은 운동 범위를 통해서 해당 근육이 동원되는 느낌을 터득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인식하면 된다.

-인사이드 레그레이즈를 할 때, 아래쪽 다리를 아주 살짝만 앞쪽으로 두고 시행하면 대내전근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인사이드 레그레이즈를 살짝 앞쪽 방향으로 충분히 시행한 뒤, 이번에는 아래쪽 다리를 똑바로 일자로 둔 채로 들어 올리고 이 상태에서 다리를 앞쪽으로 갖고 오는 것을 반복한다. 이때 대내전근이 허벅지뼈 뒤쪽 면에 붙어있음을 떠올리고, 대내전근이 수축하면서 허벅지뼈 뒤쪽 면이 앞으로 돌아가는 (턴아웃 방향으로 외회전) 상상을 하면서 움직이면 도움이 된다.

-이 느낌 그대로 일어서서 케이블 머신(혹은 바 기둥 아래쪽에 스트레칭 밴드를 묶고, 반대쪽을 발목에 묶는다)에서 다리를 안쪽, 앞쪽으로 돌리는 느낌으로 가져오면서 대내전근을 느낀다. 대내전근이 활성화된 상태에서 바닥에 발을 턴아웃 방향으로 내려놓고 내전근이 동원되는 느낌을 느껴본다.



내전근에만 집중하느라 심부외회전근, 대둔근, 대퇴이두근, 코어 근육 등을 놓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선 내전근을 턴아웃과 연관시키는 느낌을 인지하기 위해 다른 근육은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다. 근육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상상하면서, 가장 하위 단계에서 근육 활성화를 느끼고 익숙해지고 나면, 그 이후에는 관련된 어떤 운동을 해도 도움이 될 것이다.



턴아웃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내전근을 사용하는 것의 마무리는 "봉공근(넙다리빗근, Sartorius)"을 동원해야 가능하다. 봉공근은 우리 몸에서 가장 긴 근육으로, 제기차기 동작(파세 혹은 애티튜드 드방)을 하는데 사용되는데, 지면에 서 있는 상태에서 활성화하면 턴아웃에 도움이 된다. 봉공근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해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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