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아웃을 위한 근육으로 흔히 ‘엉덩이 근육’, ‘허벅지 안쪽 근육’을 많이 생각하지만 그 외에 또 중요한 것이 바로 봉공근(넙다리빗근, Sartorius)이다. 봉공근은 우리 몸의 근육들 중 가장 긴 근육으로, 허벅지 앞쪽을 가로질러 위치하고 있다. 가장 바깥쪽에 위치하고 있어 비교적 쉽게 만져볼 수 있다.
백과사전에서 봉공근의 기능을 찾아보면 '고관절 굽힘, 외회전, 벌림, 그리고 무릎의 굽힘'이라고 나온다. 이 모든 동작을 더하면 마치 제기차기하는 것과 같은 자세가 된다. 발레 동작으로 치면 애티튜드 드방과 비슷하다. 제기차기 또는 애티튜드 드방으로 다리를 들면 필연적으로 봉공근을 사용하게 된다. (물론 해당 동작을 위해 봉공근 외에도 다른 고관절 굴곡근이나 고관절 외회전근, 무릎 굽힘근들이 함께 활성화될 것이다.)
봉공근은 고관절 굽힘, 외회전, 벌림, 무릎 굽힘이 모두 함께 일어날 때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고관절 굽힘만 일어날 때도 다른 굽힘근 무리들(대퇴직근, 장요근, 대퇴근막장근)과 함께 봉공근이 활성화된다. 또한 고관절 외회전만 일어날 때도 봉공근이 보조근으로 사용될 수 있다. 실제로 봉공근은 이차적인 고관절 외회전근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발레의 1번 발 자세, 즉 고관절과 무릎이 모두 펴진 상태에서 고관절의 외회전을 만드는 상황에서도 봉공근이 동원될 수 있는 것이다.
언뜻 들어서는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무용수들의 사진을 보면 실제로 봉공근이 활성화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위 사진들을 보면 서 있는 다리(='고관절 폄' 상태)에서 봉공근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리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가만히 서서 턴아웃을 위해 고관절을 외회전 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봉공근이 동원된 것이다.
2019년 저널 <Physical Therapy in Sport>에 실린 호주의 연구 "Hip flexor muscle size in ballet dancers compared to athletes, and relationship to hip pain"에서는 33명의 프로 발레 무용수와 나이, 성별이 일치하는 33명의 운동선수의 고관절 굴곡근 크기를 비교했다. 그 결과 무용수들의 장요근과 봉공근이 운동선수에 비해 유의미하게 더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만큼 봉공근은 실제로 무용수들이 많이 사용하는 근육인 것이다.
봉공근을 직접 만져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래 그림과 같이 앉은 자세에서 한쪽 다리를 최대한 턴아웃을 유지하며 애티튜드 드방으로 들었을 때 고관절이 접히는 부위를 만져보면 가장 볼록 튀어나온, 힘이 잔뜩 들어간 힘줄이 느껴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봉공근의 힘줄이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근육 모양을 상상하며 무릎 안쪽 부위까지 쭉 타고 내려오면서 근육에 힘이 들어간 것을 느껴볼 수 있다.
이 근육을 인지했다면, 이번에는 다리를 쭉 편 상태에서도 활성화할 수 있어야 한다. 아래 사진과 같이 한쪽 발바닥을 벽에 대고 앉아서 발 볼은 벽을 밀고 있는 상태에서 뒤꿈치만 1cm만큼, 위쪽 방향으로 돌려본다. 많이 움직일 필요도 없고, 다리를 직접 위로 들 필요도 없으며, 턴아웃을 하는 방향으로 오직 뒤꿈치만 살짝 돌린다고 생각하면 좋다. 이때 봉공근이 잘 동원된다면 무릎 안쪽 부위에서부터 골반뼈의 전상장골극까지 이어지는 근육이 단단하게 느껴질 것이다.
애티튜드 드방을 했을 때는 사타구니 쪽에서 봉공근의 활성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위와 같이 다리를 쭉 편 상태에서는 무릎 안쪽 측면에서 더 강하게 느껴진다. 간혹 수업 중에 선생님께서 턴아웃과 관련하여 무릎 안쪽을 만지면서 '무릎 옆을 돌려라', '옆 무릎을 펴라', '무릎 안쪽에 힘을 줘라' 등의 큐잉을 주시기도 하는데 이는 봉공근을 활성화하라는 의미로 생각된다. (물론 맥락에 따라 다른 뜻일 수도 있겠다.)
위 동작에서 봉공근의 활성화를 충분히 느꼈다면 이것을 유지하면서 벽을 따라 앞과 옆으로 탄듀를 시도해 볼 수 있다. 탄듀 드방을 할 때 뒤꿈치부터 나가기 위해서, 그리고 프로미나드를 할 때 뒤꿈치부터 앞으로 내밀기 위해서는 위와 같이 봉공근을 활성화하는 느낌을 충분히 숙지하고 익숙해져야 한다.
봉공근을 잘 활성화하면 덩달아 내전근도 턴아웃 방향으로 더 잘 쓸 수 있게 된다. 이전 글 <16. 턴아웃과 허벅지 안쪽 근육(2)>에서 다룬 인사이드 레그레이즈 동작을 할 때, 뒤꿈치를 1mm만 더 턴아웃 방향으로 돌리려고 신경 쓰면서 봉공근까지 신경 써보자. 그러면 내전근뿐만 아니라 봉공근까지 함께 동원되면서 이 근육들이 턴아웃 방향으로 다리를 돌리는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봉공근의 활성화가 내전근의 사용을 도와주고, 이로 인해 다리와 골반이 튼튼하게 세워지면서 그 위로 척추를 더 바르게 세울 수 있고, 그로 인해 둔근까지 더 잘 동원할 수 있게 된다.
근육이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붙어있는지 알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봉공근이 특히 그런 근육인 것 같다. 여러모로 유익한 턴아웃의 숨은 공신, 봉공근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