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싸운 날
2011년생 첫째에게 사춘기의 징조가 보인다.
분명 상식밖의 일임에 틀림없는데 고집을 부린다. 아직 징조라고 말하는 이유는 고집을 부리면서 눈빛이 흔들린다. 본인도 이건 아닌데 싶지만 13살 자존심이 아니다 인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흔 살 엄마는 관대하지 못하다. 어쩌면 <나도 곧 갱년기야!>라는 핑계를 대며 같이 바락바락 고집을 피운다.
그렇게 한차례 고집을 피우고 나서 각자의 방으로 문을 꽝 닫고 들어간 후 우리는 후회를 시작한다.
어휴, 소리는 지르지 말걸.
그냥 그래 알았다, 해줄걸.
이러다가 화해를 못하면 어떡하지?
어떻게 하면 좀 덜 부끄럽게 사과하고 화해할 수 있을까?
라고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린다.
- 엄마, 저예요.
한껏 누그러진 목소리의 첫째가 넓은 마음으로 먼저 문을 두드린다. 이럴 때일수록 행동은 번개처럼 빠르게 어서 문을 열어 첫째의 목소리를 낚아채야 한다.
- 왜? 무슨 일이야?
철없는 엄마는 내심 쾌재를 부르며 평정심으로 대답하고 첫째는 문을 열고 들어오며
- 엄마 아까는 내가 너무 고집을 부린 것 같아요.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 그래, 아까는 엄마도 너무 격하게 말하고 행동한 것 같아. 엄마가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엄마도 잘못했어. 미안해. 앞으로 엄마도 조금 더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노력할게.
엄마가 먼저 사과하려고 했는데, 먼저 사과해줘서 고마워.
- 네, 저도 이제 고집 안 부릴게요.
비록 3일간의 평화겠지만 이 순간 우리는 평화 통일, 대동단결이다. 쭈뼛대며 사과의 말을 주고받고 나서 따뜻한 포옹으로 오늘의 전투를 마무리한다.
다음날 저녁 또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며 소리를 지르고 싸울 테지만, 언젠가 했던 약속처럼 꼭 먼저 사과하기. 오늘을 넘기지는 말기를 실천하며 무시무시한 사춘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