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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금만사 Sep 04. 2023

세금에서 노동가치를 찾자

자본 소득을 늘리는 대표적 방법은 자사주 매입이다. 자사주 매입은 주식 가격을 올려 회사의 자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배당금 지급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이 두 방식의 차이는 세금이다. 배당은 배당세를 납부해야 하고 자사주 매입은 주식을 팔 경우에만 자본소득세가 적용된다. 현재 자본소득세는 미국에서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부자가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은 자신의 비용을 회사에서 제공하는 전용기, 요트, 자동차, 식대로 처리하고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는 것이다.


자선사업은 조세회피에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부자는 가격 결정이 어려운 토지, 예술품, 건물을 기증한다. 독립적인 ‘감정평가사’는 누가 비용을 대는지를 잘 알고 있다. 예술품을 박물관에 기증하는 사람은 최고로 높은 평가 금액을 세금에서 공제받을 수 있으며 예술품을 기증받은 박물관은 새로 취득한 소장품의 어마어마한 가치를 자랑할 수 있다. 


탈세전략으로 분할기증이라는 꼼수가 있었다. 이는 부자가 여름휴가를 즐기는 기간에 미술품을 미술관에 잠시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 이러한 일이 금지되자 부자들은 ‘사설 미술관’이라는 새로운 꼼수를 개발했다. 부자의 집 앞에 미술관을 짓고 이 미술관에 예술품을 넘겨주는 것이다. 이는 자기 자신에게 예술품을 넘기고 세금을 감면받는 제도이다. 부자들이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자선사업 공제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이 기부하도록 하여 자선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이다. 하지만 자선사업공제로 사람들이 더 많이 기부한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 오히려 일부 기업에서는 유통기간이 임박한 의약품, 식품 등을 기증하고 세금을 공제받았다.


대부분 국가는 자선사업 공제가 폐지되면 자선 기여가 상당히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세금을 공제해서 자선사업을 장려하는 것은 나쁜 제도이다. 이는 경제적 이익이 없으면 기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말하며 자선하고자 하는 고귀한 마음을 싸구려로 만든다.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재정수입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금융활동세(FAT, Financial Activities Tax)가 있다. 유럽연합에서 발효된 금융활동세의 하나인 금융 거래세(Financial Trading Tax)는 주로 부자들에게 과세되기 때문에 로빈후드세라 불린다. 학계에서는 이를 미국 경제학자 토빈(James Tobin)의 이름을 따서 토빈세(Tobin Tax)라 한다. 월가 투기세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금융거래세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주식, 채권, 옵션, 외환, 대부, 보험, 파생상품의 거래에 부과하는 판매세이다. 이들에 대한 과세는 오래된 전통이다. 영국에서 인지세는 모든 주식거래 금액에 0.5%를 부과하며 1614년부터 계속되어 왔다. 미국은 1914년부터 1966년까지 주식거래에 소액의 세금을 부과했으나 월가의 압력에 의해 폐지됐다. 반면 미국 증권거래소는 주식시장을 관리하는 수수료를 지금까지 받고 있다. 금융거래는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세율이 낮더라도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다.


미의회 예산 사무소에 의하면 금융거래에 0.1%의 세금을 부과하면 앞으로 10년 동안 7,770억 달러의 세금을 걷을 수 있다 한다. 월 스트리트 지는 이 작은 세금에 대해 ‘작은 수수료, 큰 돈’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세금은 상위 1%의 금융자본가가 부담하기 때문에 훌륭한 세금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을 질식시키고 투자를 어렵게 한다는 월가의 주장에 밀려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


사회정의를 연구하는 샌델 (Michael Sandel) 교수는 양극화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세금을 제안했다. 그는 금융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금융소득에 많은 세금을 주장한다. 금융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공장, 도로를 건설하는 자금과 기업의 투자자금을 조달해 준다. 금융의 생산적인 기능이다. 현대사회에서 금융 기능은 복잡하게 변화했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유용한 금융 기능은 약해지고 복잡한 구조를 가진 투기자본이 번성한다는 것이다. 


토빈(James Tobin)은 금융시장이 카지노화 하고 있다 했다. 그리고 우리는 건전한 생산 활동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금융에 모든 자원을 쏟아 붙고 있다. 자원은 창조적인 생산활동에 유용한 젊은 엘리트를 포함한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유용한 생산활동에 투입되는 금융자산은 15% 정도라고 추산된다. 


투기적 금융은 경제성장을 촉진하기보다는 저해한다. 일반노동자들은 금융산업에 과도한 보상으로 극심한 빈부격차를 체감하게 된다. 거대한 소득격차는 투기 세력에게 불합리한 특권을 주며 실제 사회가 필요한 물건을 생산하는 사람들의 존엄성을 우롱한다. 정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투기를 억제하려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이는 구체적으로 노동에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 투기와 소비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주요한 재정수입을 소비와 자산과세 그리고 금융거래에서 얻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방향은 빈번한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빈번 거래는 실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투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며 이는 근로소득세를 줄여줄 수 있다. 


샌델은 조세는 재정수입을 징수하는 단순한 도구 이상이라 했다. 도덕적으로 조세는 누가 납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라는 공정성의 이슈가 있다.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부자 과세에 대한 논쟁을 말한다. 여기에 더하여 조세에는  명예롭다고 장려하거나 사회악으로 억제하고자 하는 사회전체의 가치가 숨어 있다. 술, 담배, 도박 그리고 설탕에 대한 세금은 이들의 소비가 부적절하기 때문에 단가를 높여 소비를 억제하겠다는 사회적 판단이다. 물론 대다수의 세금은 단순히 재정수입을 위해 징수한다.


중립적인 세금 같지만 자본 과세는 사회적 판단이 있는 세금이다. 자본 소득이 왜 근로소득보다 낮은 세금을 부담하는가 하는 판단이다. 억만장자 버핏(Warren Buffett)이 자신의 비서보다 더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낸다고 하여 이 문제를 지적했다. 


자본소득을 낮게 과세하는 것은 투자를 증진시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이는 투기 소득자를 존중하고 명예롭게 하자는 조치가 아니다. 투자는 일자리를 만들기 때문에 낮은 세금으로 장려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는 복지를 비판하는 라이언(Paul Ryan) 같은 사람의 생각이다. 그는 사람들을 경제에 도움을 주는 ‘기여자(maker)’와 수혜를 받는 ‘수혜자(taker)’로 구분하고 복지혜택이 확산되면서 수혜자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우려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표적 ‘수혜자’로 투기 활동을 하는 금융산업을 지목했다. 금융 활동은 경제를 부유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를 촉진한다. 빈부격차를 더 심하게 하고 일상의 삶을 파괴하는 금융위기를 더 많이 발생시킨다. 현재의 금융산업은 경제 성장을 유도하기보다 성장을 저해하는 산업이다. 오히려 진정한 ‘기여자’는 현재 ‘수혜자’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생산적 활동으로 자신이 기여하는 것보다 적은 대가를 받고 있으며 높은 비율로 세금을 낸다. 


샌델은 사회적으로 무익한 카지노 같은 금융거래에 죄악세를 부과하고 근로소득세를 감면함으로써 노동을 우대하는 사회적 가치를 수립하고자 한다. 금융거래세는 자본 우대로 최근 수 십 년 동안 간과되었던 노동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논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했다. 



이 글은 "세금이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가져왔습니다. 일부 개정했습니다.



참고 문헌

The Triumph of Injustice (Emmanuel Saez and Gabriel Zuckman, Norton & Company 2019), How Injustice Triumphs, page 49-50

A Fine Mess (T.R. Reid, Penguin Press 2017), Scooping Water with a Sieve page 83-87

A Fine Mess (T.R. Reid, Penguin Press 2017), The Single Tax, The Fat Tax, The Tiny Tax, The Carbon Tax – and No Tax at All, page 180-181, page 184-185, page 199-205

The Tyranny of Merit (Michael Sandel, Picador paperback edition 2021), Recognizing Work page 216-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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