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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꿈 May 02. 2024

아기는 충분한 기회가 필요하다

몬테소리 아이는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16개월인 우리 아가는 뭐든 스스로 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우리 부부는 몬테소리 교육관에 깊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한 행동만 아니면 아기가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주고 있다. 평소 우리는 아기에게 먹을 것을 선택할 자유, 옷과 신발을 선택할 자유, 보고 싶은 책을 고를 자유 등을 제공한다. 이러한 것들은 어려운 일은 전혀 아니다. 수많은 선택지를 줄 필요도 없고 그저 2-3개 정도의 보기를 제시하고 아기가 하나를 고를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해 줄 뿐이다. 이러한 환경을 제공하자 아기는 스스로 무언가를 고르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함으로써 자신감이 충만해지고 세상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기는 어른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존재이다. 최근 몬테소리 이론을 공부하며 아기가 무궁무진한 존재임을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것을 실제로 체감하게 된 일이 있었다. 어느 날 빨래를 개는 것을 유심히 쳐다보길래 아기의 옷을 주며 방에 갖다 놔달라고 말했다. 평소에는 방에 갖다 놔달라고 하면 개어져 있던 빨래를 다시 풀어헤치거나, 자기 방바닥에 던져놓곤 해서 이번에도 당연히 그러려니 했다. 아기는 옷과 양말들이 떨어지지 않게 집중해서 소중히 들고 자기 방에 3-4번 왔다 갔다 하며 가져다 놓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견하다고 생각했는데, 아기방에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라서 탄성을 질렀다. 아기는 자기 서랍장을 열고 그 안에 옷을 꾹꾹 눌러서 담아두었던 것이다. 방바닥에 떨어지거나 흐트러진 옷은 하나도 없었다. 직접 가르쳐주거나 배운 적이 없는데도 아기는 부모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스스로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그때 나는 몬테소리 교육으로 자라는 아기는 이런 것이라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아기는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관찰한 뒤에 스스로 하려고 한다. 이때 어른이 서툴다는 이유로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면 아기는 스스로 하려는 욕구가 꺾임으로써 좌절을 하거나 떼를 쓰는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따라서 아기에게는 똑같은 것을 여러 번 천천히 설명해 주고, 정말 많이 시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우리 아기도 바로 스스로 개어진 옷을 똑바로 서랍에 넣은 것은 아니다. 개어진 옷을 서랍에 넣으라고 시킨 적은 없지만, 반대로 아기가 개어져 있는 옷을 마음대로 풀어헤칠 때에도, 바닥에 내팽겨 칠 때에도 우리는 한 번도 아기에게 안된다거나 부정적인 표현을 한 적이 없었다. 아기가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할 수 있도록 수많은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옷을 정리하는 행동 말고도 우리 아기는 요즘 행주로 바닥 닦기, 계란 껍질 벗기기, 물 따르기, 빗질하기, 책 제자리에 놓기 등 일상 속에서 많은 일들을 스스로 해내고 있다(물론 이 모든 행동들은 하루아침에 할 수 있게 된 것은 전혀 아니다.). 물을 마시다가 흘리면 손이 닿는 곳에 놓인 행주나 손수건을 꺼내서 스스로 닦고 뿌듯해한다. 삶은 계란껍질를 스스로 벗기고 맛있게 먹는다.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머리를 빗질하고 단정해진 모습을 보면서 만족해한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사소하고 아무렇지 않은 일들도 아기에게는 아주 재미있고 자신감이 생기는 훌륭한 일상의 경험이 된다. 이러한 일상에서의 작은 성공들이 모여서 아기는 세상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자신과 자기 주변을 잘 정돈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아직 우리 아기에게 펼쳐진 나날들이 너무 많고 닥쳐올 시련도 많겠지만, 그런 나날들 속에서 조금 더 자신 있게 올바른 선택을 해나가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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