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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Mar 04. 2024

콩팥 매고 싶은 하루

원장의 무게 

 

아침 출근길 매미의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오늘도 무척이나 더울듯하다. 출근하는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코로나19의 재확산과 수족구병에 장염에 여름감기에 오늘도 더위 속에서 얼마나 이런저런 다양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여야 할지 출근길의 발걸음에 원장이란 직책의 책임이 가득 실려 무겁다.     


 어제는 주말을 쉬고 어린이집 등원 첫날인 월요일이었다. 열나는 아이를 해열제나 약도 없이 그냥 등원시키고, 설사한다는 아이, 콧물 나는 아이 모두 대책도 없이 등원시킨다.  열나는 아이는 부모님이 해열제 가져오실 동안 물로 씻기며 열을 식혀주고 있다. 그 와중에 비취 볼을 가지고 아장아장 걷던 영아가 넘어지며 놀잇감에 볼을 찌어 볼에 멍이 들었다. 설사하는 아이는 흰 죽을 끓여 먹이며 보살펴야 했고. 콧물이 줄줄 흐르는 아이는 코를 닦아주면 코밑이 헐어 아프다고 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영아들이 조금만 불편해도 울어댄다. 종일 귀가 먹먹하다. 퇴근 시간에는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등원시켜야 하는 부모님들이 이해는 되지만 서운한 마음도 없지 않다.  본인의 아이가 감기 기운이나 장염 기운이 있으면 “어린이집에 혹시 이런 증상의 환아가 있나요? 우리는 어린이집과 집에 밖에 다닌 곳이 없는데 감기라네요.” 혹은 장염이라네요. 하고 말하면서 이런저런 증상이 있음에도 정작 본인의 아이는 다른 아이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보내는 심사는 뭔지, 야속하다.      


오늘은 얼마나 좋아졌을지 아니면 다른 아이들도 수족구병이나 장염이라는 진단을 더 받아오지는 않을지 걱정스럽게 출근했다. 다행히 어제 열나던 아이는 부모님이 병원에 다녀와서 해열제와 감기약을 처방받아 투약해서 좋아졌고, 설사하던 아이 역시 어린이집과 집에서 죽으로 잘 다스린 덕분에 더 이상 설사 없이 잘 등원했다.  콧물을 흘리던 영아는 아직도 콧물이 조금은 남았으며 기침 소리가 약간 허스키하다. 코로나 감염 경험상 목소리가 변하던데 퍼뜩 걱정된다. 부모님께 연락했다. 부모님의 반응은 대수롭지 않다. 하원 후 병원에 가보신단다. 아무 말 못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이를 살펴보니 목소리만 약간 허스키하고 컨디션은 좋다.      


선생님들도 걱정이 많은 듯 등원하는 영아들을 잡고 손이고 발이고 입이고 살펴본다. 혹시 수족구병에 나타나는 수포라도 나타나지 않았나. 걱정되어서다.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여기저기 수족구병에 구내염까지 심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급식센터와 시, 군 구, 보건소에서도 수족구병과 장염과 식중독에 대한 주의 공문이 계속 내려오고 있다. 긴장의 연속이다. 그러나 다행히 오늘은 더 이상 장염이나 수족구병 진단받아 온 아이는 없다.  

    

그런데 어저께 비치볼을 잡고 놀다 엎어지면서 놀잇감에 찌어 볼에 멍이 든 영아의 어머니께서 아이를 등원시키며 서운함을 표현하신다. 어제는 정신이 없어 혼자 놀다 다쳤으니 이해해 달라는 알림장만 남겼던 것이 서운하단다.  전화라도 한 통 안 드린 걸 서운해한다. 말씀을 듣고 입장 바꿔 생각하니 서운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다.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어제 어린이집에서 힘들었던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내가 힘들다고 다른 부모님께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큰아이부터 현재 둘째까지 보내는 부모님이니 적당히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했다. 직접 뵙고 설명으로 이해를 구하니 그래도 쉽게 상황을 이해하며 위로해 주신다.      


어린 영아들을 보육하는 어린이집 특히 어린 영아가 많은 가정어린이집에서는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수시로 부딪치고. 넘어지고. 서로 할퀴고 물고 사고가 비일비재하다. 아직 면역이 약하니 수시로 감기나 장염 등 자주 아프다. 아프면 모두가 어린이집에서 옮았다고 화살은 어린이집으로 돌아온다.  그런 크고 작은 사고가 생기면 들인 정성과 들인 공에 비해 비난이 크다. 공치사를 받기 위해 하는 일은 아니지만, 걸핏하면 책망(責望)을 듣게 되는 일이 애 보는 일이다. 옛 속담에 “콩밭 맬래? 애 볼래?” 하고 물으면 콩밭을 매겠다. 한다는 속담이 있다. “애 본 공은 없다”라는 말도 있다. 나도 어제는 콩밭을 매고 싶은 하루였다. 그러나 오늘은 밝아진 아가들의 해맑은 웃음과 표정을 보며 다시 힘을 얻어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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