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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Feb 29. 2024

숲 속 친구들!

자연과 함께 하는 행복한 아이들 

 숲 속의 친구들!

    오늘은 숲 속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기분 좋게 머리카락을 흩날린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출근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자 창문을 열어 환기한 후 숲 체험복으로 갈아입는다. 등원하는 아이들은 숲 체험복을 입은 나를 보며 “다야미 보여가요?”하며 좋아한다.      


숲 체험복은 어깨에 끈이 달린 멜빵바지에 바지통이 넓으며 밑단에는 고무줄이 넣어져 있다. 통이 넓어 해충들이 우리의 체온이나 체취를 덜 감지하게 되고 밑단에 고무줄을 넣어 해충의 공격을 줄이도록 만들어졌다. 벌레나 혹시 모를 뱀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옷을 단단히 챙겨 입힌다.      


오늘은 숲 바지에 숲 티셔츠, 혹시 추울지 몰라 바람막이 점퍼까지 입혀야 한다. 아이들이 숲에 가는 것은 좋아하지만 주렁주렁 옷을 갈아입는 건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갈아입고 “우리 똑같이 입자” 하고 말하면 원장님과 똑같다고 좋아하며 잘 갈아입는다.      


 안전한 숲 체험이 될 수 있도록 옷부터 단단히 챙겨 입혔다. 둘씩 서로서로 손을 잡고 아파트 사잇길을 지나 대로의 건널목을 건너 승기 하수처리장 내 언덕에 있는 승기 쉼터로 간다. 상반기에는 걷는 것이 힘들어 지입 차를 임대해서 가기도 했다. 하반기가 되면서 아장아장 걷던 아가들도 제법 잘 걷는다.      


노란 버스 란이 와, 파랑 버스 타요를 보며 종알종알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면 금세 환경공단에서 쉼터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귀원 길에 힘들어하는 영아들을 태우려 준비한 유모차는 계단 아래 보관해 놓고 하나, 둘, 셋, … 숫자를 세어가며 계단을 오르면 약간의 경사진 자갈 언덕길이다. 자갈을 달그락달그락 밟으며 언덕을 올라 쉼터에 오른다. 파란 잔디밭이 넓게 펼쳐진다.      


아가들은 “다야마”하고 다람쥐를 부르며 잔디밭을 가로질러 전력 질주하여 숲으로 뛰어든다. 흙길과 세면 길에서 넘어질까 조심하지만, 잔디 위에서는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는다. 또한 바닥이 단단하지 않아 잘 넘어지지도 않는다. 우리 아가들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숲에는 큰 상수리나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상수리나무 아래에는 동글동글한 상수리가 떨어져 있다. 그 상수리를 먹으러 다람쥐가 가끔 찾아오는 곳이다. 아이들은 “다야마, 다야마” 다람쥐를 불러 본다. 다람쥐는 보이지 않는다.      


다람쥐가 나타나면 다람쥐를 주겠다며 고사리손으로 상수리를 줍는다. 몇 주째 다람쥐를 보지 못했다. 오늘은 다람쥐가 꼭 나타나 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상수리를 양손 가득 주웠다.      


이제는 우리가 조용히 해야 다람쥐가 나타난다. 숲 가에 있는 긴 의자에 올라가 의자 등받이 뒤에 숨어서 다람쥐를 기다린다. 조용조용히 “산골짝에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라는 노래도 불러 본다.      


그때다 작은 아기 다람쥐 한 마리가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살금살금 나타난다. 모두 숨죽여 지켜본다. 주위를 살피던 아기 다람쥐는 펄쩍 뛰어올라 상수리나무 가지를 타고 나무 위로 쪼르르 쏜살같이 올라간다. 아이들은 조심조심 기어나가 손에 주워 든 상수리를 다람쥐에게 던져 주며 “다야마 맘마 먹어” 하고 속삭인다.      


나뭇가지를 타고 옮겨 다니며 상수리를 까먹는 다람쥐를 보느라 아가들은 숨죽이며 까만 눈망울만 바쁘게 움직인다. 다람쥐는 우리의 눈길이 느껴지는지 오래 머물지 않고 가버린다. 이렇게 다람쥐를 만나는 날은 행운의 날이다. 잠시라도 다람쥐를 만나 행복하다. “다 야마 다음에 또 와”하며 다람쥐가 떠나간 곳을 아쉬운 듯 바라보며 두 손을 흔든다.


다람쥐가 떠나면 다시 잔디밭으로 나온다. 잔디밭에는 빨간 고추잠자리가 무리 지어 빙글빙글 돌고 있다. 잠자리 꽁꽁 멀리멀리 가면… 하고 노래를 부르며 잠자리를 잡으려고 잠자리를 따라 이리저리 뛰며 한참을 논다. 잠자리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아이들도 지치고 잠자리도 지칠 즘이면 잠자리 떼는 흩어져 어디론가 사라진다.      


순간 누군가 민들레 홀씨를 발견한다. 우르르 몰려가 민들레 홀씨를 입으로 불어 날려 보낸다. “멀리멀리 날아가 내년 봄에 노랗고 예쁜 꽃을 많이 피우렴!”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그 모습은 보는 이도 행복하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잔디밭에 귀여운 아가들의 뛰어노는 모습은 한 폭에 그림 같다.     

 

전자기기의 사용이 늘면서 놀이와 학습 모두 집에 앉아서 하는 활동에 익숙하다. 높고 맑은 하늘 아래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온갖 동식물, 자연과도 소중한 친구가 되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이 시간이 참으로 귀하고 행복하다. 


소중한 숲 속의 친구들을 만나 힘차게 뛰어놀고 돌아오는 길은 좀 지치기도 한다. 지친 영아들은 준비해 간 유모차에 태우고, 왔던 길을 뒤집어 서로서로 힘내라 응원하며 어린이집으로 돌아온다.     

 

주방 선생님께서 맛난 점심을 준비해 놓고 기다린다. 많이 걷고 많이 뛰어 배가 고프다. 모두 점심을 맛있게 먹는다.      


점심을 먹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면 금방 고른 숨을 내쉬며 꿈나라에 풍덩 빠진다. 새근새근 잠자는 천사들을 바라보며 “숲 속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노는 행복한 꿈 꿔!”하고 속삭인다. 행복한 꿈을 꾸며 한숨 푹 자고 나면 우리 아가들의 몸과 마음은 한 뼘만큼 쑥 자라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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