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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Feb 22. 2024

보고 싶다.

민이에게


 오늘은 저녁노을이 유난히 붉다. 자고 일어나 방긋 웃던 민이 너의 볼처럼 발그레한 것이 참으로 예쁘구나!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얼마나 자랐는지, 많이 보고 싶고, 많이 궁금하구나.


백일이 갓 지난 너를 품에 안던 순간의 떨림은 아직도 생생하다. 유난히 큰 눈에 자그마한 얼굴, 몸도, 손도, 발도, 유난히 작은 너였다. 어떻게 안아주고 어떻게 먹여야 할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기우였단다. 너는 항시 눈만 마주치면 웃어주며 점점 개구쟁이로 씩씩하게 잘 자라주었다. 선생님도 너를 처음 만날 때는  열의에 찬 젊은 초보 선생님이었는데 이젠 반백의 머리에 할머니 선생님이 되었단다.


30여 년 전 선생님이 놀이방으로 처음 어린이집을 시작했고, 민이 너는 나의 첫 원아였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는 놀이방이 막 생기기 시작하던 시기로 체계가 잡히지 않았었다. 물적 인적 환경이 모두가 열악했었지. 교사 대 아동 비율도 정해진 바가 없었단다. 이웃에 사는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선생님 혼자서 대여섯 명의 영아를 돌보며 시작했었지. 


식단도 전문 영양사가 짜주는 식단이 아니었고 선생님 나름 참고자료를 찾아보며 영향 균형을 고려해서 열심히 식단을 계획하며 너희를 돌보았다. 지금 생각하면 영양은 부족함 없이 잘해주었는지, 손이 부족해서 영아기에 필요한 상호작용은 적절히 해주었는지, 열정만 넘쳐 초보 운전자가 멀리 보지 못하듯 앞만 보고 지도한 건 아닌지. 여러 가지로 마음이 쓰이는 부분이 많구나. 


그렇게 민이 너와 함께 시작한 놀이방이 네가 떠나고 얼마 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과 개입 아래 어린이집으로 명칭도 바뀌었다. 그러면서 체계가 잡혀갔지. 식단도 전문 영양사가 영양을 고려해 계획해 주고, 교사 대 영아의 비율도 정해졌지. 관(官)의 물적 인적 지원 아래 보육의 질이 많이 향상됐단다. 


인적 지원으로 오전에 보조교사가 지원되며 오후에는 늦게까지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피로를 고려해 연장 교사도 지원된다. 또한 육아종합센터, 급식센터, 평가인증국 등 어린이집을 지원하는 지원 기관들도 많이 생겨 큰 도움도 받고 있다. 어린이집의 평가제가 시행되면서 교사들의 보수교육과 체계적인 교육도 지속해서 이루어지고 영아들의 보육뿐 아니라 교육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선생님도 나름 다양한 교육과 또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앞만 보고 열정만 넘쳤던 선생님이 아닌 이제는 우리 영아들의 먼 미래까지 바라보며 보육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이렇게 환경이 좋아질 때마다 처음 열악했던 시절 함께했던 민이 네가 더욱 그립구나! 


네가 두 돌이 지나고 “엄마, 엄마”하고 나를 부르다 “쩐쨍님, 쪈쨍님” 하고 부를 무렵 놀이방 앞 유치원에 근무하던 너의 어머니께서 지방 쪽으로 이직하면서 온 가족이 모두 이사를 하게 되었지. 그 후로는 너의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다. 얼마 전에는 민이 너의 어머니께서 근무하셨던 유치원에도 가서 알아보았다. 그동안 여러 원장님이 바뀌면서 초창기의 자료는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허전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지. 


열악한 환경에서 함께 했던 너를 생각하면 내게는 아린 손가락 중 하나구나! 하지만 민아 선생님은 마음을 다해 너를 사랑했다고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다. 나의 진실한 사랑으로 자란 너는 어디를 가서든 사랑받으며 잘 자라 지금쯤은 멋진 청년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꼭 한 번은 보고 싶다. 정말 선생님이 사랑했다 전해주고 다시 한번 꼭 안아보고 싶구나, 지금도 네가 주고 간 너의 돌사진을 꺼내 보며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고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언젠가 볼 날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렴. 보고 싶은 민아! 사랑한다. 


                                    우리 민이 아기였을 때 놀이방 원장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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