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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윤 Nov 19. 2023

영어야, 이제는 좀 친해지면 안될까?

영어 부담감은 줄일 수 있는 존재인가?

살다 보면 부담감을 느끼는 순간은 많이 있다. 이 감정은 내가 잘하든 못하든 어김없이 찾아온다. 30년 넘게 경험하면 좀 익숙해지면 좋겠지만 말이다. 최근에도 이런 부담감으로 인해 진땀을 흘린 경험이 있다.


최근 박람회에 참여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오프라인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관람객이 찾아왔다. 그 중에는 외국인도 존재했다. 영어를 잘하는 동료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점에는 응대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외국인은 나에게 다가와서 당연히 영어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서비스는 어떤 서비스인지, 해당 서비스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관련해서 영어로 된 문서가 있는지 물었다. 


다행히도 그의 말은 얼추 알아 들을 수 있었고, 심지어 올바른 답변도 생각할 수 있었다. 문제는 한글로만 생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에게 답변하기 위해서는 나도 영어로 답변해야 했다. 그리고 그 후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떻게든 만족스럽지 않은 답변을 했던 것 같은데,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렇다. 그동안 잘 잊고 있던 영어에 대한 부담감이 다시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영어란 녀석과는 20년은 넘게 알고 지냈다. 심지어는 10년 가까이 그 친구를 알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도 멀다. 늘 그 친구와 함께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나면 두렵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어쩌다 나와 그 친구가 서로 부담스러운 관계가 되었을까?



첫 번째로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것은 내가 잘 못하는 것에도 적용된다. 무언가를 완벽하게 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서 스스로에게 압박을 주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영어로 답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내가 한 답변을 완벽하게 하고자 하는 생각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생각이 많아지면 침묵이 길어지는 법이다. 결국 영어로 누군가가 물어보면 티키타카 하면서 대화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파발을 보내는 것처럼 대화가 오고 가는 상황에 시차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영어를 써야하는 상황을 스스로 피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이제는 잘해야 할 나이라는 고정관념이 나를 괴롭힌다. 


누가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했는가? 부모님 세대에 무언가를 배운다고 하면 큰 용기가 수반된다. 그러나 이러한 큰 용기는 영어를 배울 때에는 나에게 생기지 않는다. 물론 직장 환경에서 동료로부터 배울 수는 없지만, 영어를 못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나를 던져야 하는데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 결과로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해야 할 때면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이러한 체면을 지키는 행동은 좋은 핑계거리가 되어 영어 실력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되었다. 체면이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박람회와 같이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등에 식은 땀만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로 이제는 잘할 수 없다는 회의감이 강하게 든다. 


영어 공부만 10년 넘게 했지만, 외국인 앞에만 서면 늘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6년 전에 오프라인 영어 회화 수업에 참여했다. 반년 동안 수강했고, 당시에는 대학원 준비로 백수 상태라 영어 공부에 투자할 시간도 많았다. 수업도 항상 즐기며 숙제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그때 무엇을 배웠는지 물으면 대답할 수 없다. 그 때 배운 것은 모두 내 머릿속 단기 기억에 저장했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왜 영어만 사라지는 단기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인가!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영어 학습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줄어들었고, 앞으로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에 빠지게 되었다.



그렇게 영어와 멀어진 체 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앞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인 마케팅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너무나도 필요하다. 심지어 최근 빠진 EPL 덕질을 하기 위해서도 영어는 너무나도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20년간 친해지기 실패했지만, 올해 다시 한 번 도전하고자 한다. 인간은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때 학습한 경험을 토대로 꾸준히 싸워보고자 하는 자심감이 생겼기에 가능한 도전이다.


올해 3월에 글쓰기에 도전해보았다. 글을 쓰는 것은 상상으로만 해왔던 일이었는데,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내가 쓴 글이 하나씩 쌓이고 그것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여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영어와 친해지는 과정도 비슷하게 진행될 것이라 생각한다. 정해진 루틴 속에서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는 영어를 즐기며 글을 쓸 수 있게 될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며 영어와 친해지기 위해 용기를 내어 도전하려고 한다.


PS. 영어와 친해지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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