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도 ‘잘한다’는 게 존재할까? 자기소개서 취미란에 명상을 쓸 수는 있어도 특기란에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내 눈에는 ‘나는 명상을 잘한다.’라는 문장이 조금 어색하게 보인다.
...라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생각했다. 명상에도 재능이 따른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정규 과정 초반에 호흡 명상을 배웠다. 평소에 홀로 눈 감고 숨 쉬던 일에 호흡 명상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선생님의 간단한 이론 설명 후에 바로 실습에 들어갔다. 자세를 가다듬고 천천히 눈을 감는다. 평상시에 의식조차 하지 않던 호흡에 집중해 본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을 알아차리고 코, 가슴, 배 중 가장 호흡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부위에 주의를 둔다.
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느낌, 폐가 부풀었다가 줄어드는 느낌, 콧구멍에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느낌
이 중 코에 닿는 숨결이 가장 크게 느껴졌다. 콧구멍에 들어온 바람이 나가면서 인중을 간지럽혔다.
천천히 눈을 떴고 선생님이 수강생 모두에게 감상을 물었다. 수강생이 느낀 부위는 가슴, 배로 저마다 달랐다.
“선비님은 어떠셨나요?”
내 감상을 말할 차례가 왔다.
“저는 코호흡에 집중을 했고 인중을 스치는 숨이 가장 크게 느껴졌어요.”
인중의 솜털이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잔디처럼 살랑살랑 기분 좋게 흔들렸다.
“단언하는데 처음부터 코 호흡을 가장 선명하게 느끼는 사람은 몇 없어요. 남들과 다른 감각을 가지셨네요. 축하드려요!”
선생님이 박수를 치며 힘찬 어조로 말씀하셨다. 생각지 못한 칭찬에 수줍지만 기분 좋은 웃음이 나왔다.
보통 남성의 콧바람이 세기 때문에 그들은 호흡 명상 처음부터 미세한 인중 호흡을 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코호흡을 가장 강하게 느끼는 여성들은 거의 없고 있어도 서양인 몇 명뿐이라고 한다. 아시아 여성 중에는 정말 드물어 콧바람이 원체 세거나 예민하고 섬세한 인중 감각을 타고나야 한다. 내가 코 호흡에 좋은 자질을 가졌다니, 매일 숨쉬기 운동을 한 보람이 있었네! 하는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경험이 아니라니 그럴까? 이후로 호흡 명상에 더욱 애정이 갔다.
호흡을 지켜보고 현재로 돌아오게 하는 명상.
신기하게도 호흡이 가장 선명하게 느껴지는 부위는 매번 다르다. 호흡도 매번 그 깊이와 길이가 달라 새롭다. 지금 들이키고 마시는 숨은 1초 전 혹은 1초 후의 숨과 절대 같지 않다. 과거의 호흡을 돌이켜 다시 할 수 없고 미래의 호흡도 미리 할 수 없다. 내가 최선을 다해 통제하고 다룰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의 호흡일 뿐. 정말 당연한 이치인데, 새삼 깨닫고 나니 존재하는 현재에 더욱 집중하고 충실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