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정규 과정을 배우기 전에는 명상에 이렇게 다양한 방식이 있는지 몰랐다. 그냥 앉아서 숨쉬기만 하는 줄 알았더니 RAIN 명상, 수식관 명상, 걷기 명상 등 수행할 게 많았다.
명상은 종류가 다양한 만큼 나에게 각기 다른 인상을 주었다. 그중 유난히 더 쉽고 애정이 가는 명상이 있는가 하면, 밉상 같은 것도 있었다.
생각 명상이 그랬다. 지금 일어나는 생각을 바라보는 명상. 정의부터 특이했다. 잡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명상을 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명상이라니? 아이러니했다.
명상 선생님이 가르쳐준 ‘생각 명상하는 법’은 간단하다.
1. 지금 상황에서 떠오른 생각을 계속해서 지켜본다. 2. 스스로에게 ‘이 생각은 사실이야?’ 하고 질문을 던진다. 3. 그 생각이 내가 만들어 낸 것인지 아니면 사실인지 구분한다.
생각 명상을 배우고 며칠 후, 나와 나의 직속 상사는 협업을 하는 타 부서와 점심 식사를 했다. 서로 얼굴은 처음 보는 자리라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 나름 사회생활을 일찍 한 나의 나이를 듣고 모두들 어리다며 박수까지 치며 감탄을 했다. 그때, 나의 직속상사가 한마디를 했다.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힘들겠어!”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정적이 흘렀고 가슴이 턱 막혔다.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왁자지껄해졌지만, 내 머릿속은 아직도 멍했다.
2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직속 상사. 회사 내에서 이미 악명이 자자해 모두가 기피하는 인물이다. 그런 사람과 단 둘이 일하는 나에게 그 밑에서 가장 오래 버틴다고 말한 타 부서 직원도 있었다. 그의 비정상적인 특징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 말이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음에도 계속해서 잊히지 않았다.
밥을 반 이상 남겼다.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도 모르게 식사시간은 흘렀다. 회사로 돌아와 화장실에서 이를 닦는데 눈물이 절로 났다. 그때 맞받아치지 못했던 내 모습이 후회스러웠다. 거울 속 슬픈 얼굴을 보다가 점심시간이 곧 끝나간다는 걸 깨달았다. 직장인 모드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래도 정신 차려야지, 일 해야지. 하며 점심시간이 다 가기 전에 명상을 시도했다.
지금 상황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지켜봤다.
그 사람은 원래 개념 없는 사람이니까 다른 의도는 없었어.그 말은 아무 의미 없는 말이야. 내 잘못은 아무것도 없어.
나에게 질문한다. 이 생각은 사실이야? 진실이야?
어어어- 무조건 사실이야. 씨x!!
자문자답하고 엉엉엉 울어버렸다. 지금 상황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여유는 없었다. 어디가 아파? 하며 연고를 바르려고 상처에 손을 갖다 대기만 해도 아팠다. 사무실로 돌아와서도 눈물이 계속 흘러서 모니터를 볼 수가 없었다. 원인제공자를 옆에 두고 숨죽여 울었다.
한 일주일쯤 흘렀을까, 생각 명상을 다시 시도했다. 그리고 실패했다. 시간이 흘러 감정이 조금 해소돼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때의 불편한 상황을 떠올리고 생각과 감정을 샅샅이 들여다봐야 하니 괴로웠다.
명상 제1원칙: 내가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진행한다. 이를 지키기로 했다. 나는 나를 더 아끼고 돌보기 위해서 명상을 한다. 그러니 생각 명상은 당분간, 아니 영원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