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장비빨이라고 어떤 취미든 부수적으로 비용이 든다. 물욕이 없는 편이라 이런 말에 잘 공감이 가지 않았는데 명상을 시작하고부터 ‘이것’만큼은 사고 싶어졌다.
바로 싱잉볼!
주로 청동색에 꽤 두툼하고 묵직한 그릇 같은 것인데 명상을 끝내고 시작할 때 선생님이 항상 사용하셨다. 노래하는 그릇이라는 이름답게 소리가 정말 매력 있다. 싱잉볼을 스틱으로 치면 댕~ 소리가 울리며 진동이 방안을 점점 채운다. 눈을 감고 파장에 몸을 맡기다 보면 절로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이 든다. 싱잉볼 명상이 따로 있을 정도로 소리 자체가 주는 울림과 기운이 있다. 어떤 것은 청명하게 울리고 어떤 것은 낮고 웅장해서 조금은 무섭게 들리기도 한다. 싱잉볼마다 다른 소리도 매력 중 하나다.
여행지에 가면 예쁜 쓰레기가 될 운명임을 알면서도 기념품을 사듯, 싱잉볼도 명상하는 일상을 사는 사람으로서 상징적이라 너무나 갖고 싶어졌다. 그날도 선생님 앞에 놓인 싱잉볼에서 눈을 뗄 수 없었고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저 싱잉볼이 사고 싶어 졌어요!”
“구매하실 거면 사이트 추천해 드릴게요!”
혹시 선생님이 커미션을 받으시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곧장 사이트를 알려주셨다. 솔직히 세종대왕님 두 장이면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생각한 가격에 10배는 넘는 숫자가 동동 떠다녀 일단 놀랐다. 프로명상러가 이용하는 이 명상 전문 쇼핑몰에는 평균 10~20만 원의 싱잉볼이 주를 이뤘다. 물론 훨씬 저렴한 싱잉볼도 있긴 했지만 값 비싼 걸 먼저 보고 나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싱잉볼을 사려고 하니 싱잉볼을 연주할 스틱도 필요했고 싱잉볼을 올려두는 쿠션도 있으면 정말 귀여울 듯했다. 이래저래 점점 사야 할 게 늘어났고장바구니에 담으니 한 달 명상 교육비를 웃도는 금액으로 불어났다.
명상을 한다고 하면 무언가 절제하고 비워내야 할 것 같아서 물질을 갖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조금은 이상했다. 하지만 이것도 명상을 향한 애정 아닐까?더 완벽한 명상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는 싱잉볼 친구를 데려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