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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춘한 Dec 08. 2023

[시지프의 시각] 부산엑스포 실패 청구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119표, 대한민국 부산 29표. 윤석열 정부가 5744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엑스포 유치 결과는 참담했다. 단순 계산으로 따져 봐도 1표당 198억의 돈을 쓴 것이다. 당장 재정건전성을 운운하며 연구개발(R&D)까지 삭감하는 마당에 대통령 치적을 세우기 위한 행사에는 전혀 아낌이 없었다.


부산엑스포 실패 청구서는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는 사우디아리비아의 오일머니에 대응하겠다며 저개발 국가를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를 2030년까지 1조 원 이상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우리의 경제 규모를 비춰볼 때 ODA를 늘려가는 방향성에는 동의한다. 다만 ODA 확대를 통해 표를 얻어 보겠다는 불순한 의도와 계산은 분명 잘못됐다. 결과적으로 돈만 쓰고 표를 제대로 사지도 못한 꼴이 됐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엑스포 유치 실패가 아니라 외교 무능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에 치우친 이념 외교는 제3세계의 표를 얻는데 큰 장애물이 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민관 총력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등 근거 없는 확신을 쏟아냈다. 미국 외교 전문매체 디플로멧은 “윤 대통령과 중국 간 충돌은 중국이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인 아프리카 지역을 소외시켰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그의 외교가 포용적이지 않고 오히려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고 설명해 왔다" 등 온갖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부산을 찾아 “부산 이즈 레디는 세계의 어느 누구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부산은 다시 시작한다. 부산 이즈 비기닝”이라고 말했다. 또다시 증명할 수 없는 정치적 수사만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과 범정부 거버넌스, 규제혁신 특례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어떻게든 총선을 앞두고 부산 민심을 달래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교정책의 재점검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익 중심의 외교로 전환해야 할 때다.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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