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기능
정당은 정치권력의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체다.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는 ‘정당은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조직적인 시도이며, 여기서 권력은 정부의 통제를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정당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며, 구성원들은 공통의 가치관을 공유한다. 강령·당헌·당규에는 정당의 이념과 정책적 노선이 담겨있다.
정당은 유권자, 조직, 정부 측면에서 여러 기능을 수행한다. 정당은 국민들에게 정책을 제시하고, 선거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준다. 또한 정치 지도자와 공직자의 충원·훈련을 담당하는 조직이며, 정치 동원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고 핵심 지지층의 이익을 대표한다. 아울러 정권 창출을 통해 정책 목표를 실현하고, 정부의 안정성과 책임성을 담보해 준다.
정당은 정치권력이 의회로 옮겨지고, 참정권이 확대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국가별 정당체계는 사회경제적 요인에 기인한다. 미국의 정치학자 시모어 마틴 립셋과 노르웨이의 사회학자 스테인 로칸은 국민혁명과 산업혁명에 주목한다. 국민혁명은 국가의 중앙집권화 과정에서 중심부와 주변부, 속세와 교회의 갈등 구도를 말한다. 산업혁명은 도시와 농촌,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대립 구도를 의미한다. 이 같은 사회적 분화가 해소될 경우 단순한 정당구조가, 그렇지 못할 경우 복잡한 정당구조가 나타난다.
정당의 설립기준은 국가별로 상이하다. 대한민국은 5개 이상의 광역자치단체에서 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해야 하고, 지역에서만 활동하는 정당은 불가능하다. 미국은 워싱턴 D.C.에 중앙당을 등록하고, 최소 1개 주에서 5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으면 된다. 영국의 경우 모든 선거에 참여하는 등록정당과 지방선거에만 참여하는 군소정당이 존재한다. 독일은 별도의 법적 요건이 없고, 지역정당들은 주로 쓰레기·하수처리 등 생활과 밀접한 문제들을 다룬다.
정당의 지도부와 대통령 후보는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다. 전당대회에서 투표는 원칙적으로 의원, 대의원, 당원들만 참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혼합형, 완전 개방형 방식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은 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최고의사결정을 내린다. 원내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은 당3역이라고 부른다. 원내대표는 당 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되고, 원내 협상과 활동을 이끈다. 임명직인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은 각각 당의 조직관리와 정책 연구 업무를 맡는다.
공천은 정당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당내 공천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공천관리위원회를 통해 심사과정을 거친다. 단수공천은 해당 지역구에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자 1명을 내놓는 방식이다. 경선은 여러 명의 후보자 중 당원·국민 여론조사 등을 거쳐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는 절차이다. 전략공천은 선거에서 중요한 지역에 특정 당내 인물, 원외 인사 등을 전략적으로 내세우는 방법이다.
정당의 자금은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에 의존한다. 정치자금법상 정당은 소속 당원으로부터 당비를 받을 수 있다. 중앙당, 국회의원, 후보자 등은 후원회를 둘 수 있는데 후원인은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해 기부할 수 없다. 대통령후보자·대통령선거경선후보자의 후원회에는 각각 1000만 원, 국회의원 및 후보자·당대표 경선 후보자·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의 후원회는 각각 500만 원으로 제한된다. 1회 10만 원 이하, 연간 120만 원 이하의 후원금은 익명 처리가 가능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경우 정치인이 개설·운영하는 모든 채널에서 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 외관상 운영 주체가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운영목적·방법·내부관계 등을 종합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 이 역시도 금지된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거나 피선거권이 없는 사람, 자원봉사자·무급사무직원·일반당원은 해당하지 않는다. 기탁금 기준은 1인이 연간 1억 원 또는 전년도 소득의 5% 이하 중 높은 액수다. 누구든지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고 기탁할 순 없고, 공개하지 않을 조건은 걸 수 있다.
현행법상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기업이나 이익단체들의 정치인에 대한 불법 후원금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본인, 가족, 직원 등 명의로 소액을 다수 후원하는 이른바 '쪼개기 후원'이 성행하고 있다. 통상받은 사람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는다. 소액의 경우 누가 후원했는지 알기 어렵고, 불법성 입증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조금은 국가가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해 주는 것으로 교섭단체 여부, 의석수, 총선 득표율에 의해 분배된다. 보조금의 종류는 매년 지급하는 경상보조금과 선거 때 지급하는 선거보조금이 있다. 전체 보조금의 50%를 원내교섭단체 정당이 나눠 갖고, 의석수가 5~19석인 정당이 5%, 의석수가 5석 미만인 정당이 2%가 배당된다. 잔여분은 의석수에 따라 지급하고, 다시 총선 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