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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춘한 Nov 03. 2023

정당의 변천

정당은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맞춰 가장 효율적 형태로 진화해 왔다. 특히 일반 대중에게 참정권이 부여되면서 정당 조직은 선거 승리를 위해 급변하기 시작했다. 19세기 정당은 간부정당, 명사정당, 망명가정당, 엘리트정당이라고 불린다. 당시 국민 대다수는 투표권이 없었고, 귀족과 정치인들이 상호 연계된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영국, 캐나다, 스칸디나비아에서는 보수당 모임을 지칭하는 코커스가 정당의 기반이 됐다. 의원들은 단일한 국가의 이익이 존재한다고 믿고 의정활동을 펼쳤다.         


간부정당은 근대적인 정당 시스템이 자리 잡지 못한 상태라 특정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당 지도자가 선거의 후보자를 선정하고, 정강은 연설에 기반하며, 의사결정은 독단적이거나 비공식적으로 이뤄졌다. 체계적인 정당 조직이 갖춰지지 못했고, 당비는 갹출되는 방식이었다. 정당의 규율 자체가 없어서 의원들의 단합과 응집력도 약했다. 결국 보통선거가 보편화된 이후에서야 당 규율은 강해지고, 하부 조직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대중정당은 1880년부터 1960년까지 참정권이 확대되면서 중산층, 노동자, 농민 등의 지지를 기반으로 조직된다. 정당이 국민 대다수에 개방된 형태이나 대중들의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결국 정당 내 정치적 기반이 탄탄한 집단에 의해 지배됐고,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엄격히 규제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영국의 노동당, 독일·스웨덴의 사회민주당 등이 있다.      


대중정당은 간부정당에 비해 당원수가 많고 중앙집권적이다. 통상 거대한 당원 조직을 거느리고, 노동조합이나 이익단체와 결합한다. 대중정당은 단일한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사회집단을 대표하는데 주력한다. 분명 특정 계급의 입장을 대변하는 계급정당과 비슷한 측면이 있는데 대중정당은 전문가, 자영업자 등 더 넓은 계층의 사람들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1945년 이후 등장한 포괄정당은 극단적인 자본가·노동자 계급의 대립을 넘어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것을 지향하게 된다. 특히 전통 우파 정당들이 대중정당에 맞서 들고 나온 새로운 전략이었다. 과거처럼 대중정당들 역시 국민들을 동원하기 어려운 시대 상황이 됐다. 정당 지도자들은 선거 승리에 몰두하게 됐고, 대중매체가 발달하면서 정당조직의 중요성이 감소했다. 정당들은 포괄적인 이념과 정책을 앞세우고, 사회적 이익 대표에서 정권 창출로 목적을 변경한다.


독일 사회민주당은 1959년 고데스베르크 강령을 채택하고, 사회주의 노동자당에서 실용주의적 국민정당으로의 전환을 선포한다. 해당 강령의 첫 문장에는 ‘사회주의자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 속에서 그들의 개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공동체지향하는 한편 정치, 경제, 문화생활에 공동체의 일원으로 책임 있게 임하는 인간성을 함께 발전시키는 공동체를 지향한다.’고 명시됐다. 이를 기점으로 사회민주당은 지지층의 저변이 중산층으로 확대됐고, 1966년엔 연립정권에 참여했다.      


카르텔정당은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고, 정부와 결탁해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1970년대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사실상 정당은 국가의 일부가 됐다. 정당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급격히 감소하고, 당원의 권리나 의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됐다. 선거에서는 매력적인 정책보다는 정부 관리 능력이 우선되는 전략이 구사된다.      


정당으로 들어오는 당비가 줄어들면서 국고보조금이 보편적인 제도로 자리 잡는다. 이는 기존의 거대정당들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새로운 정당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만들었다. 이들의 경쟁자는 기존의 정당이 아니라 새로운 정당의 등장이다. 의회 운영의 모든 것은 정부의 효율적 운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야는 극한의 대립을 피하고, 법안과 예산처리에 있어 타협적인 태도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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