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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Jul 27. 2023

글로 사람을 죽이는 자들

표현의 자유, 손가락, 죽음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 험담하는 자, 험담의 대상자, 듣는 자이다."

미드라시, 유대교 경전 주석서 中


신문 기사를 읽은 후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댓글을 보곤 한다. 하지만 이내, 수많은 혐오 표현과 욕설, 비방에 인터넷 창을 닫는다. 바깥세상에서는 접하리라 상상조차 하지 못한 말들로 가득하다. 왜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많은 이들이 악플러가 되고, 면전에 대고 하지 못할 말들, 추측만으로 가득 찬 이야기를 하게 되는가. 왜 수많은 사람들이 악플을 보고 상처 입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죽어야만 하는가.



유명 웹툰 작가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해...

최근 교사 인권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작년의 일이 수면으로 떠올랐고, 수많은 추측과 기사가 난무하고 있다. 기사를 읽는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아래와 같다.


- 자녀에게 발달장애가 있다.

- 아이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트러블이 있었다.

- 아동 학대로 판단하여 고소를 진행했다.

- 양 측의 입장 차이로 인하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사실만 보았을 때, 우리가 내릴 수 있는 판단은 '아동 학대 혐의로 인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뿐이다. 지금 인터넷상에 떠도는 경위서, 입장문 등의 자료는 한 측의 주장이다. 어느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인지 알 수 없고, 어느 부분이 개인의 의견인지 알 수 없다. 이는, 관련 자료들을 모두 확보하고, 인과 관계를 따질 수 있는 재판부의 몫이다.


하지만 인터넷 글을 보았을 때, 이미 본인만의 판결을 내렸고 이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팩트에서 동 떨어진 개인의 의견을 사실인 것 마냥 글로 적는다. 대다수의 댓글은 자신의 글에 책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로 인해 사실이 아닌 소문이 퍼지기도 하며, 당사자는 어마어마하게 몰려오는 맹목적인 비난과 추측에 피해를 입는다.



초등생 손에 놀라 움찔, "벌레냐" 맘카페 부글부글

한 편의 짧은 영상으로 인해 논란이 확산되었다. 유명 연예인이 지나가는 도중, 초등학생 아이가 접근해 손을 뻗었다. 해당 연예인은 놀라 움찔하며 뒤로 물러서는 장면이 영상에 촬영되어 인터넷상에 올라왔다.


단지 몇 초의 영상일 뿐인데, 사람들은 여과 없이 댓글을 쏟아 낸다. 연예인의 인성, 태도 등에 대한 비난. 누군가 그들에게 비난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 마냥, 다른 이를 깎아내리고, 뭉개버리기에 여념이 없다. 영상에는 놀란 연예인과 관리가 안된 현장, 어린아이가 있었을 뿐이었다.



- 술이 과했습니다.
- 질투가 나서 그랬습니다.
- 농담이었어요.
- 기억이 안 나요.
- 딱 한 번 했어요.


그들이 하는 전형적인 변명이다. 이제는 너무나도 많이 들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을 정도다.

[장난이었다, 딱 한 번 했다]

자신의 말의 파급력을 모르고, 쓰는 글의 엄중함을 모른다.

[술을 마셨다, 기억이 안 난다.]

참으로 비겁하다.

[질투가 나서 그랬다.]

본인의 질투로 타인을 망가뜨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늘도 악플은 쏟아지고 있다.

근거도 없이, 이유도 없이. 글로 매일매일 누군가를 난도질한다.

때로는 온 세상이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몰아가고 있는 것만 같다.

악플을 쓰는 당신들은 이번 신림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을 보아도 욕하지 마라. 당신의 악플이라는 칼날에는 이유가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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