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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Aug 08. 2023

분열된 우리는 다시 붙을 수 없나.

E pluribus unum - 여럿으로 구성된 하나.

진보적인 미국, 보수적인 미국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미합중국이 있을 뿐입니다.
흑인들의 미국, 백인들의 미국, 라틴계의 미국, 아시아계 미국이 아닌.
미합중국이 있을 뿐입니다!
...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서 자유의 노래를 부르는 노예들의 희망을,
머나먼 이국 땅을 향해 떠나는 이민자들의 희망을,
용감하게 메콩강을 순찰하는 젊은 해군 중위의 희망을,
불가능을 향해 도전하는 공장 노동자 아들의 희망을,
빼빼 마르고, 이름도 이상하지만 미국에 자신의 자리도 있다고 믿는 아이의 희망입니다.
희망. 어려움 가운데의 희망!
불확실함 가운데의 희망!
그 담대한 희망!

- 2004년 미국 민주당 전당 대회 중 -


2004년, 무명의 정치인이 대통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대중들 앞에서 연설했습니다. 어떠한 차별 없이, 하나가 될 것을 부르짖으며, 희망을 갖자고 말입니다. 비록 그가 지지한 존 케리는 대선에서 낙마했지만, 이 연설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고, 감동받게 한 희대의 '명 연설'로 꼽히고 있습니다. 무명의 정치인은, 4년 뒤 미국 대선에 출마해 당당하게 미국의 대통령이 됩니다. 바로 '버락 오바마'의 이야기입니다.


사진 : Nancy Stone, Chicago Tribune


최근 버락 오바마의 책 'A Promised Land'를 읽고 있습니다. '약속의 땅'으로도 부르는 이 책은, 버락 오바마가 정치에 입문하고부터의 일들을 퇴임하고 나서 적은 회고록입니다. 위에 나온 희망에 관한 연설은 오바마의 정치 역사에서 상당히 초반부의 일입니다. 책을 읽던 도중, 2004년 전당 대회에 대한 부분을 보니 갑자기 연설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처음 연설 영상을 유튜브로 접했을 때의 소름 돋는 감각을 다시금 느끼고 싶었습니다.


20분 남짓한 영상을 보고 왔을 때, 과거에 영상을 보았을 때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거에는 그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구나.'정도였다면, 이번에 다시 본 영상에서는 마치 지금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을 건네는 것만 같았습니다. 20년은 족히 지난 연설인데, 뭐 이리도 우리 마음에 크게 다가오는 것일까요? 그 언제보다도 어려운 상황에 우리가 분열되고, 싸우고, 미워하기 때문인 것만 같습니다. 


요즘에는 어딜 가나 싸움뿐입니다. 뉴스를 틀면 여당과 야당이 서로를 필요 이상으로 헐뜯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켜면 남자와 여자 간의 갈등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저로서는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혐오하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나와 주변인에게 해를 가하고, 위협을 했다면 이해하겠지만,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미워하고, 나와 다른 성별을 무작정 혐오하는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이게 해결하기 어려운, 어쩌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미국도 완전한 평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우리나라도 갈등이 더욱 거세지듯이. 이상적 사회란 없을 테니까요. 무작정 '우리 서로를 사랑합시다.'라고 외치면 아마 '저 사람은 바보가 아닌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겠지요. '현실적으로 살되, 항상 이상을 꿈꾸자.' 항상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입니다. '갈등이 일어나는 현재의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면서, 갈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향을 꾸준히 바라보아야 한 걸음이라도 이상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느끼며,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같지 않겠나요.

소외된 곳 없이, 모든 이들이 희망을 갖도록. 하나가 되도록.

그 담대한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ps. 정당한, 합리적인 논쟁은 좋습니다. 의미 없는 혐오만 사라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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