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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하늘 Mar 09. 2024

7) 위기와 기회

집의 의미

인생의 위기는 쓰나미처럼 한순간에 몰아친다. 엎친데 덮친다. 싸이드 잡으로 돈을 벌려다가 오히려 손해를 봤다. 그 모든 일들이 30대 후반에 몰아쳤다. 첫 번째 냈던 음식점으로 돈을 벌었다. 그러나 두 번째로 낸 음식점 개업과 폐업으로 세 명이 투자한 2억여 원이 1년 이내에 사라졌다. 주식투자를 했다. 적은 금액이 아니라서 TV에 나오는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리딩을 따라 했다. 착실하게 따라한 결과 1억 원이 7천만 원으로 다시 5천, 3천만 원으로 서서히 줄었다. 재혼 후 시댁의 생활비를 고스란히 책임지고 남편의 빚을 갚느라 지출이 늘었다. 이혼까지 3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과도한 지출은 고스란히 자산을 줄어들게 했다. 그렇게 끝일줄 알았다. 그러나 추락은 끝없이 이어졌다. 네트워크비즈니스로 몇 년 동안 열성을 다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그로 인해 자산 더욱 줄었다.


40대가 되었다. 새로운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늪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거렸다. 그대로는 안 되겠다는 마음에 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부동산 시장은 몇 년 동안 정체되어 있었고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었다. 기회를 잡기 위해 집을 보러 다녔다. 집을 내놓고 투자할 집을 계약했다. 그때 코로나가 터졌다. 그리고 전 재산을 앗아갈 수 있는 보이스피싱에 덜미를 잡혔다. 억울했다. 돈에 휘둘리는 건 20대까지로도 충분한데 세상의 풍파가 야속했다. 40대가 되었으니 돈이 사라졌다고 돈에 휘청거려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돈이 나를 흔들어댔다. 몸도 마음도 흔들렸다. 그러나 흔들거리는 그 진동의 힘을 부여잡고서라도 다시 일어서리라 마음먹었다.


신용불량이 등재됐다. 고작 40여만 원이 신용불량이 등재된 내역이다. 핸드폰 기기값이 서울보증보험으로 넘어가면서 연체정보가 공유됐다. 40만 원 정도를 마련하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렌털건으로 민사사건이 진행 중이라서 갚을 수가 없었다. 보이스피싱 관련된 내용들을 하나씩 갚게 된다면 결국 렌털건도 갚게 될 것 같았다. 신용카드가 막혔다. 신용카드를 쓰지 못하게 되자 자주 곤란한 상황이 발생했다.


현금자산에도 문제가 생겼다. 주식으로 손해 봤던 돈을 모두 코인에 투자했다. 코인이 떨어진 것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반등이 올 것 같은 기대감이 있었다. 코인으로 현금자산을 옮겼기 때문에 자주 돈을 뺄 수가 없었다. 그때그때 팔아서 현금을 마련하자니 수수료가 나가는 게 아까웠다. 그래서 한 달에 한두 번 날을 잡아서 돈을 빼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신용카드가 막히자 현금이 없는 것이 참기 힘들 만큼 불편했다. 자동차를 가지고 길을 나섰다가도 기름이 없어서 걱정하는 날들이 생겼다. 그럴 때마다 작은언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언니 나 5만 원만 빌려줘 15일 날 갚을게" 그럴 때마다 언니는 다른 말 없이 바로 송금해 줬다.


수중에 단돈 만원이 없어서 커피를 못 사 먹는 날도 있었다. 슈퍼에 가서 우유를 한참 보다가 그냥 나오는 날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어이없는 일이다. 나이 40이 넘어서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게 참 서글펐다. 그러나 그게 나의 현실이었다. 19살에 일을 시작해서 돈을 안 번 적이 없다. 평균적으로 남들보다 적게 벌지도 않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가 그랬다.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다시 설계하기로 했다.


정신을 가다듬고 나의 재산을 확인했다. 나에게 남은 자산은 순자산 1억 원만이 아니었다. 늘 있었지만 외면한 자산, 가족이 있었다. 미워하고 가슴 아팠던 가족. 함께 하고 떨어져 살기도 했던 가족. 책임과 의무에 늘 조바심 냈던 가족. 서로 아끼고 보듬어줄 가족. 가족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다행히 가족들은 나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가족들 덕분에 위기 속에서 기회의 빛을 따라 암울하고 힘든 미로를 빠져나갔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가장 잘 알고 자신 있는 걸 알아봤다. 부동산. 순자산 1억여 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순자산 1억여 원은 다름 아닌 집 시세에서 대출금을 뺀 금액이다. 그대로 깔고 앉아있으면 별 효력을 내지 못할 주거지인 집 하나가 전부였다. 전세가와 매매가가 크게 나지 않았다. 전세를 주고 담보대출을 갚았다. 그리고 내가 살집은 월셋집을 구했다. 현금 1억이 생겼다. 투자에 나섰다. 신중하고 사력을 다해야 했다. 전재산을 걸고 앞으로의 10년을 계획했다. 40년 동안 쌓은 지식을 총동원하고 가족과 인맥을 총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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