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별로 없어서 작가가 직접 쓰는 셀프 후기ㅋㅋㅋ
-공연명: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일시: 2023.7.26.~8.6.
-장소: 대학로 씨어터쿰
1. 여름이었다.
한낮의 온도가 늘상 32도를 넘어가던,
어떨 땐 35도 숫자가 좀처럼 믿어지지 않던,
그래서 그저 와주는 것만으로 존경스럽고 감사하고, 너무 더워서 노쇼나 취소가 나와도 그저 모든 게 이해되던.
왜냐면 내가 12회 공연을 매일같이 인천에서 대학로로 출퇴근 하다가 죽을 뻔했거든요.
더워서, 시간이 없어서, 힘들어서, 한 일주일 동안 밥을 한번도 못 먹었더니 단기간에 살이 내렸다.
공연 팔로우는 다이어트에 효과적이군요. 너무 살 빠져서 쓰러지면 어떡하냐는 소릴 들었지만 원체 쌓아둔 지방이 넉넉해서요. 그 중 조금 헐어쓴들 뭐 신상에 큰 문제 있겠습니까.
오늘 건강검진 결과 근육은 표준 그대로고 체지방만 감소하여 BMI 지수가 크게 내려왔다 헐. 부수입이 짭짤;)
2. 첫 장막 데뷔였다.
신춘문예 땐 단막극전이었고 4일 공연이었다. 이 작품은 작년 낭독공연으로 단 1회 올렸다. 그러니 장막 본공연을 2주 간 정식으로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모든 게 {힘들고 낯설고 즐겁고 기뻤다} 이런 라벨을 붙여 그 안에 내 모든 희로애락을 졸이고 녹여서 빈틈없이 병입해서 잘 보존해본다.
3. 나만 운 건 아니었다.
내가 울 때 보통은 남들은 안 울 거라고 생각하니까, 남들이 우는 걸 내가 볼 순 없으니까, 세상은 나의 슬픔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니까, 그냥 하릴없이 나만 울었다고 생각된다. 그저 우리는 서로 다른 타이밍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각자 힘들었을 뿐이었고, 그걸 굳이 말하지 않을 뿐. 세상엔 참 시끄러운 침묵이 많기도 하다.
4. 호평받았다.
물론 연극 자체를 보는 사람들이 너무 적어서 그조차도 작은 목소리일 뿐이었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가 오늘 입은 옷 아주 잘 어울려요, 지나가는 말로 그렇게만 말해줘도 하루종일 기분이 좋은데, 직간접적으로 전해듣는 말들과 인터넷에 올라온 평들을 매일 보는 나는 오죽하겠나요ㅎㅎ 그저 압도적으로 감사합니다. 다음 작품을 다시 쓸 힘이 되어요.
5. 에필로그
공연이 끝나자마자 신기하게 밤에 미미하게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생계 걱정하는 노동자로 돌아왔다. 인생은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계속 굴러갔다.
툭툭 살다보면 또 만나게 될 거예요.
그러리라고 믿어요.
이 밤에 아무 미련이 없어 난 깊은 잠에 들어요.
-아이유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