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기 시즌2, 7탄
2023년 가을이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외연 확장을 하기 위해 2호점 입점 위치를 알아보면서도 내적으로는 작년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처음 오픈했을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고 이런저런 기회들이 찾아오던 중 모 행사를 담당하는 분께서 연락을 주셨다. 이유는 다름 아니라 일부 굿즈, 식품 등을 파는 판매 부스가 있는데 우리에게도 부스 자리를 내줄 테니 참여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물리적으로 가능한 부분들이 이루어져야만 하기에 해당일 행사장에 나가는 인원을 아내가 나가게 되고 나와 직원이 매장을 맡게 되면 아이들을 봐줄 사람이 없게 되기 때문에 주변 지인에게 맡길까 등등 여러 경우의 수를 두고 고민을 하다 결국 멀리 계신 부모님께 주말 동안 올라와주셨으면 한다는 부탁을 드렸다.
1. 행사장 플리마켓 형태로 진행을 하려면 우리 매장에서 파는 것들을 그대로 전부 다 가지고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인기 있는 품목, 핵심 제품들 위주로 선정을 했다. 왜냐하면 플리마켓에 할애된 부스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아 선택을 해야 한다. 이것도 보여주고 싶고 저것도 아쉽고 하는 마음을 단 칼에 잘 정리하고 핵심만 남겨야 한다. 다시 한번 이랑주 작가님의 저서인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책 내용을 마음에 되새겼다.
정말 나는 이 말이 많은 핵심을 관통한다고 본다.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선 여러 가지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 벽면에도! 모서리에도! 진열장에도! 선반에도! 입구에도! 그것도 모자라 작은 매장도 한 바퀴 빙 둘러보도록 가운데에도 물건을 가득가득.. 욕심만큼 물건을 선반과 행거만 가득 두고 걸어두고 쟁여둔다 하여 팔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뭐가 뭔지 모르면 선택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비워야 보인다는 말을 생각하니 박람회장에 가져갈 물품들의 선정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2. 다음으로 배너를 제작하기로 했다. 스탠드형 X배너는 행사장에 가게 되면 우리 부스가 어디에 있는지 입구에 두어 알려주거나 부스 옆에 우리를 알릴 수 있는 상품, 문구로 완성한 배너를 통해 한눈에 알리는 것이 주요하다. 요즘 들어 1인 사업이 하기 쉬운 세상이 도래했다고 생각되는 지점들이 상당히 많은데 특히 이런 부착물, 제작품을 만들 때 더욱 크게 느낀다.
요즘엔 온라인에서 정해진 규격을 정하고 상품을 고르고 내가 직접 디자인하여 저장하여 발주만 하면 제작하여 며칠 내로 도착한다. 이젠 더 이상 간판 업체, 인쇄물 업체의 매번 오탈자를 내는 작업자와 씨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나는 여러 곳 중에서 오프린트미에서 주로 인쇄물 작업을 하고 있다.
3. 기타 체크리스트를 정했다. 우리가 해당 부스에서 전기를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결제는? 이동식 단말기도 구비해야 한다. 샘플 등을 부착할 수 있는 후크도 필요하며 배너엔 설명 돼 있지 않은 가격표 및 이용방법에 대한 별도의 안내게시물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행사장을 미리 준비하러 가볼 수 있겠냐고 담당자분께 문의했지만 당일 아침 일찍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하여 최대한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는 플리마켓들을 많이 눈으로 보며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그리고 모든 준비물을 차에 실었다.
행사 당일이 되었고 나와 아내는 평소 매장 나가는 시간보다 훨씬 빨리 행사장으로 향했다. 우리가 참여업체 중 제일 먼저 도착했다. 현장엔 부스를 설치하는 업체가 마무리 작업을 하는 단계였고 통화로만 인사를 나눴던 담당자분께 입점제안에 대한 감사 인사와 우리 위치를 확인했다.
아!!
그런데 위치가 우리가 전기를 쓴다고 하니 전기코드가 있는 쪽으로 쉽게 말해 전기만 쉽게 사용할 수 있을 뿐 찾아온 사람들이 우리가 여깄는지 잘 보이지 않는 가시성이 썩 좋지 않은 곳에 있었다. 게다가 여러 가지를 판매하는 플리마켓 업체들과 함께 모여있지 않고 우리만 외딴섬처럼 다른 곳에 위치해 있던 것이다.
아내가 담당자분께 위치를 바꿀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위치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왔다 갔다 하며 한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주목을 할 수 있으면서 전기도 사용 가능한 곳이었다. 다만 그곳은 당초 계획에 따라 캐릭터 배너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었다.
담당자가 바빴지만 틈을 놓치지 않고 정중하게 우리 의견을 전달했다. 위치 변경이 가능한지 말이다. 안 그래도 우리 위치가 마음에 많이 쓰였다고 하시면서 어디가 괜찮겠냐고 물어보아 우리가 생각하는 위치를 말했다. 흔쾌히 캐릭터가 놓여져있는 포토존 위치를 다른 곳으로 바꾸어 주고 우리 위치 또한 옮길 수 있었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물어보면 무조건 해준다"다 아니다.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우선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가능한지 물어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냥.. 가만히.... 주어지는 자리에 "예"하고 있으면 그냥 그 자리에서 사람 안 온다고 투덜거리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투덜거리며 하루를 보낼 것인지, 설령 원하는 결과가 안 나왔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할지는 모두 '나 자신'에게 달린 것이다.
행사장을 준비하고 나 역시 오전동안은 있다가 매장에 사람이 많이 몰리기 전까지 아내와 함께했다. 많이들 궁금해하며 찾아주었고 매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색다른 경험, 그리고 이런 판매는 처음이다 보니 많이 신선했다. 행사장과 매장 모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 덕분에 플리마켓을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처음 참여할 때 우리는 얼마나 파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를 찾아주는 많은 사람들께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했었다. 그리고 그 목표는 우리가 상상한 대로 이루어졌다.
나는 사업을 하기 전에 역시 기업체에 있었고 아내 또한 기업체에서 상당 기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바로 사업을 한 분들도 계실 수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 사단법인, 대기업 등 담당자와 업무 할 때 몇 가지 팁을 드리고자 한다.
1. 담당자를 힘들게 하지 마라.
원하는 양식이 있으면 그 양식에 맞춰서 해주고, 제안서를 내라고 하면 제안서를 견적서를 달라고 하면 견적서를 주어라. 엉뚱한 것을 주지 말고 우리는 그런 것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차라리 처음이라 내가 잘 모르는데 그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정중하게 물어볼 수 있겠지만 아는 척만 하고 제대로 원하는 문서를 원하는 기한에 주지 않는 사람과는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같이 일 할 수가 없다.
2. Top(최고 의사결정자)이 중요하다.
담당자의 산을 넘었다면 그다음 관리자, 그리고 그 조직을 대표하는 '장'이 결국 승인을 해줘야만 당신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진행할 수가 있다. 현장엔 반드시 TOP이 행사는 잘되는지 어떤 업체가 이 중에서 좀 괜찮은지 나와본다. 그분들이 정확히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무슨 가치를 주는 것을 하는지 정확하게 전달하라. 필요하면 간단한 시연을 하든, 제작한 상품을 무안하지 않게 전달하든 어떤 방법이든 Top의 뇌에 '각인'시켜라. 그래야만 담당자가 다음번 행사 때도 당신의 업체를 선정한다고 할 때 '그 최고관리자'는 그 말에 동의하고 결재를 승인 할 것이다. 혹은 담당자가 빼놓았더라도 Top이 "그때 그 업체 너무 잘하던데, 연락해보는 게 어떻겠나?" 하고 거꾸로 물어보아 입점을 하도록 해줄 수도 있으니 괜히 나이 먹은 사람이 플리마켓 와서 얼쩡거린다고 싫은 내색 하지 말고 Top을 알아보는 눈을 기르도록 하자.
3. 일찍 가라.
행사장은 무슨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시간에 딱 맞춰 가는 것은 매우 불안한 행동을 자처하는 것이다. 내가 들어가는 행사장 주차 자리가 꽉 차서 돌아서 나올 수도 있으며 행사장 건물 앞에서 엄청난 교통 체증으로 (평소엔 막히지도 않지만) 눈앞에서 속절없이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다. 또한 이번에 내가 소개한 것처럼 다른 업체보다 1등으로 들어와 우리 자리를 확인하고 빠른 판단으로 담당자분께 물어보고 자리를 바꿀 수 있는 것도 행사가 시작하면 모두 할 수가 없는 일들이다. 늦으면 절대 안 된다.
4. 감사를 표하라.
참여한 모든 업체를 많은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다. 찾아주는 고객에게 감사하고 찾아오는 행사인원에 감사하고 이 행사에 불러준 담당자분께 직접 감사하다고 말을 하라. 행사가 끝나면 덕분에 좋은 경험 했다는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을 잊지 말아라. 기본은 해야 하며 최소한의 관계를 가질 줄 알아야 한다.
행사가 끝난 뒤 며칠이 지났다. 그리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나 : 아 네네, 그럼요. 최대한 일정은 맞춰보겠습니다.
- 그렇다.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한 개씩 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플리마켓 참여업체가 되는 법은 그걸 주관하는 곳에 문의를 하면 된다. 그러나 가끔은 이렇게 먼저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그 기회를 잘 마치게 되면 그다음을 함께할 수도 있게 된다.
언제나 사업가 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