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비싸다. 허물어져가는 건물, 핵심 상권과 거리가 상당히 있어 보이는 곳도 상권이 퍼져 나가고 있다며 줄줄이 오르는 월세와 권리금.. 서울 입성이 만만치 않게 느껴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굳이 서울에만 목숨걸기보다는 우리가 현재 있는 지역을 반경으로 세력을 확장해나는 것도 충분히 좋은 전략 전략 중 하나라는 방법론에 대해 동의를 했다.
김승호 회장님의 사장학 개론에도 나오지 않던가! 사업의 세력을 확장하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는데 1. 수도인 서울부터 공략하는 것과 2. 지방에서 세력을 확장해 가는 방법이다. 수도부터 공략하는 것은 금방 인지도를 얻을 수 있고 바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한눈에 받을 수 있다. 지방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방법은 수도에서 다들 각축전을 벌이고 있을 때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갈고 닿아 그 지방 사람들의 뇌리에 남은 후에 그 브랜드력으로 서울을 공략하는 것이다.
좋다. 이제 2년 차, 우리가 있는 매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들어갈 만한 곳을 지도를 펴고 보았다. 우리의 타겟에 맞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상권으로 말이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경기도의 한 신도시 쇼핑몰 쪽을 알아보았고 주소지와 상가 입점 위치를 확인하고 괜찮은 곳으로 판단하여 임장을 나가기로 결정했다.
- 쇼핑몰 내에 있는 상가이며 주말엔 많은 사람들이 신도시 특성상 아이들과 함께 나옴
- 몰의 특성상 여름, 겨울에도 유동인구 이탈이 최소화되며 오히려 해당기간 고객이 더 집객이 됨
- 평수는 10평 중반대, 권리금이 있었으며, 월세는 200만원 이하인 상가 매물
대부분의 쇼핑몰 상가는 비싸다. 왜냐하면 신식이며 그 큰 쇼핑몰 공간을 아름답고 청결하게 그리고 깔끔하게 관리하는데 드는 관리비가 또한 별도인데 그 관리비가 평당으로 받으며 가격은 상상초월이다. 그럼에도 쇼핑몰에 임차인으로 들어가 장사를 하려는 이유는 아무래도 '특수상권'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받쳐주기 때문이다.
임장을 나서기 전 입점된 브랜드들을 살펴보았다. 그 과정에서 특이점은 층별로 브랜드 관리가 잘 돼 있었고 중구난방이 아니라 계획된 대로 몰링이 된 쇼핑몰로 판단이 됐다. 그래서 임대인이 누군지 궁금했다. 왜냐하면 보통 시공사가 어떤 쇼핑몰 상가를 개인들에게 분양했을 경우 이런 정갈한 몰링이 안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상의 쇼핑몰은 고정 월세가 아닌 매출에 연동되는 수수료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 부분을 나중에 물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왔다.
아침 일찍 서둘러 나왔다.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했고 해당 부동산 직원분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우리가 봐야 하는 상가 매물을 보기로 했다. 총 3개의 매물이 있었는데 2개는 사실 큰 관심 밖이었고 내가 위에 조건을 적어둔 저 매장이 우리가 임차를 해도 괜찮을지 확인이 필요했다.
방문한 날 평일이다 보니 손님이 없어 매장을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었고 현재 권리금을 제시한 임차인 또한 만나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 나 : 사장님(현재 임차인)은 여기를 그만하시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세요?
- 현 임차인 : 제가 매장을 세 개를 하고 있는데 작년에 교통사고가 크게 났었어요. 집이 OO인데 여기까지 오려면 1시간 30분이 걸려서 더 차를 타고 오기도 뭣하고 힘들어서 두 개 매장에 집중하려고 내놨어요.
- 나 : 주말은 좀 어때요?
- 현 임차인 : 주말에 진짜 사람 많고, 애들이랑 같이 많이 오세요.
그리고 갑자기 그분이 추가로 덧붙여서 말씀을 하셨다. 눈을 자꾸 한쪽을 보며 굴리면서 말이다.
- 현 임차인 : 매출은 평일엔 잘 나올 때 60, 80만 원도 나왔고 주말엔 250만 원씩 찍기도 하고 그래요. 근데 여기는 신도시다 보니까 단골분들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고요. 저는 이제 단골이 많이 생겨서 좀 그렇게 벌고 있어요.
- 나 : 아, 그 정도 매출 하시려면 혼자서는 어려우실 텐데 직원도 따로 채용해서 쓰시나요?
그녀가 눈동자를 한쪽 방향을 바라보며 여러 차례 굴리고 나서 대답했다.
- 현 임차인 : 네, 주말엔 두 명씩도 쓰고요. 평일엔 제가 아침에 일어나서 나오는 게 워낙 힘들어서 오전조로 쓰고 있어요. 아! 오늘은 직원이 쉬어서 제가 좀 일찍 나왔어요.
- 나 : 여기서 얼마 정도 장사하신 거예요~?
- 현 임차인 : 3년 넘게 있었어요.
- 나 : 아 그럼 계약을 연장하신 거예요?
- 현 임차인 : 아, 처음에 들어올 때부터 5년 계약을 했었고요. 다른 데는 월세 다 200만 원 넘게 300만 원씩 주는데도 있는데 저는 여기 관리자 분이랑 친해서 그렇게 들어온 거라 지금 이 자리만 엄청 싼 거예요!
- 나 : 아 네네. 잘 봤습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내가 지불하려 한 것은 바닥권리금인데 매출액을 선뜻 말하는 분은 음.. 사실 처음 봤다 ㅎㅎ 마치 장사가 잘 된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매장이 세 개인데 몸이 아파서 장사가 잘 되는 곳을 내놓는다는 것을 나는 사실 믿지 않는다. 가만 상대방의 입장이 돼어 생각해보는 연습은 공감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판단을 할 때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뭐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이기에 나오고 나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점심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얼마만큼의 사람이 다니는 지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아내는 원래부터 여름, 겨울이 괜찮은 실내몰에 입점을 하고 싶어 했고 나 역시 이 부분이 해결이 된다면 여름, 겨울 비수기 매출을 보완할 수 있고 환경이 깨끗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도 마음에 들었다. 평일이라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았다. 결국 이곳도 주말 장사가 거의 전부라는 것은 느낌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사람이 많이 다닌다 하더라도 내 상품이 그저 그렇다면 사람들은 구매를 하지 않는다. 저~멀리 구석에 있어도 내 상품이 확실하다면 결국 사람들은 찾아주게 된다. 그래서 눈앞에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하여 이제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배운 것은 장사를 하며 큰 수확이라 생각한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며 아내와 이런저런 구상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만일 2호점을 이곳에 했을 시 직원을 어떻게 둘 것이며 현재 있는 매장의 운영 등에 대한 것들을 말이다. 그렇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매물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었는데 매물을 보며 까맣게 잊고 있다가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났다.
앞서서 부동산 실장과 이야기할 때 임대인 측이 이 쇼핑몰을 만든 'OO건설사'라는 것을 들었다. 그런데 어떤 곳은 개별로 분양을 했다고 했고 우리처럼 시공사가 임대인인 곳이 있다고 한 것이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시공사가 임차인인데 수수료 매장이 아니라는 점이 의아하여 일단 부동산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또한 앞선 임차인은 5년 계약을 했는데 우리 계약기간은 5년인 것인지? 2년인 것인지? 지금 임차인 잔여기간을 하는 것인지?를 확인해 달라 했다. 부동산에서는 이 부분들을 확인하고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건설사 측에서 새로운 입점매장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들어서 우리가 누군지 알아야 해서 우리 상호명을 알려줘도 되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하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점점 더 의아함이 가득했다. 왜냐하면 관리의 주체이자 임대인인 건설사가 아무 브랜드나 받는 상황이 아닌데 그냥 월세 매장일 수가 있나?라는 생각이 더 들게 된 것이다.
잠시 후에 연락이 왔고 알고 보니 이곳은 수수료 매장이라고 한 것이다. 수수료율은 OO%를 적용하고 있고 지금 현 임차인이 최저월세 보장료인 금액을 마치 그냥 월세처럼 이야기를 한 것이다.
게다가 계약기간 또한 새롭게 계약 기간을 정하는 게 아니라 지금 현재 임차인이 남은 잔여기간에 대해 계약하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었다. 그러면 '권리금'은 우리는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현재 임차인의 잔여기간의 양수에 대한 양도를 받는 것이니, 이것은 상가 임대차 계약이 아니라 '양도양수'계약인 셈이다. 게다가 수수료 매장이 무슨 권리금인가? 모든 권한이 임대인에게 있고 계약이 종료되면 끝나는 마당에 임차인에게 무슨 권리금을 준다는 것이냐는 말이다.
게다가 1년 반이 지나고 부동산 사람은 태연하게 어차피 또 큰 문제없으면 재계약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데 난 이 부분에서 모든 정나미가 떨어졌다. '별일 없으면? 그건 당신 생각이고....'
막말로 임대인이 1년 반이 지나고 우린 다른 브랜드를 받을 계획이어서요. 계약 종료가 되면 나가주세요. 하면 나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권리금 수천을 받기 위해 온갖 거짓을 말한 임차인과 아무 실력도 아무런 정보도 모르면서 해당 쇼핑몰에서 부동산이랍시고 매물을 소개해 주는 사람이 나는 이해가 안 갔다.
- 결국 이건.. 사기다.
- 이런 게 사기인 것이다.
사기 치는 사람 입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기는 당하는 사람이 사기인지 조차 모르고 시간이 지나 당했다는 걸 알 때쯤 '빵!!!!' 하고 터지는 것이다. 그땐 계약도 다 끝나고 내가 시설 투자한 것도 못 받고 모두 원상복구도 해야 하고 권리금은 허공으로 날아간 채 그대로 나와야 하는 것이다. 억울하다고 자기 집기를 거기다 두고 소송하는 사람들도 봤지만 아무 의미 없다. 그저 법대로일 뿐이며 권리금은 상가 임대차보호법에 명시된 권리금을 법으로 인정은 하고 있지만 이 경우는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조차 없는 것이다.
내게 권리금을 줄 다음 사람이 없고 계약이 끝났는데 무슨 권리금이겠는가? 그리고 애당초 수수료 주는 쇼핑몰 매장에서 권리금 운운하는 것 자체가 코메디인 것이다.
불쾌했다. 시간을 들여 그곳에 찾아갔는데 부동산은 발뺌을 시작했다. 그저 현재 임차인이 수수료 매장인 것을 숨기고 있어서 자기들도 몰랐다는 것이다. 말이 되지 않는다. 그 쇼핑몰에서 영업하는 부동산이 수수료 방식인지, 월세인지, 층별로 다르게 운영하는지도 모른 채 매물을 소개하는 작태가 환장할 일인 것이다. 결국 둘 다 한통속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우리는 값진 경험을 했다.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다음을 준비했다면 많은 시간을 낭비할 뻔했다. 왜냐하면 실제 계약이 다가와서 우리는 양도양수 계약인 것을 알았을 것이고 그러면 결국 우리가 이걸 위해 준비했던 많은 것들이 새가 되어 날아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우리가 많은 임장을 다니고 쇼핑몰 입점제안도 받아봤고 돌아가는 방식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당하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호점은 물 건너갔지만 사업을 하면서 매우 큰 경험을 했던 날이었다.
자나 깨나 사기꾼 조심이다.
+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수수료 매장에 대해 '뭘 몰라서 그렇죠. 저희 지역은 수수료 매장도 권리금 있어요!' 라는 헛소리와 권리금 타령하는 곳이 있다면 나중에 그 임차매장이 계약 종료가 임박해 갈 때 제시했던 권리금이 얼마까지 쫘악 빠지는지 확인해 보면 기가 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