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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어파파 Nov 08. 2023

서울숲, 아뜰리에길. 빠꾸 없는 상가 부동산 임장기

창업일기 시즌2, 4탄

성수동 연무장길 상가 임장을 다녀온 후 일주일이 지났다. 사람이 어느 한 곳에 몰입하고 미치게 되면 계속 파고들게 된다. 서울 최고 상권 중 하나인 연무장길은 메인길에 들어가고 싶어도 매물이 없으니 들어갈 수가 없다. 인기 있고 사람이 몰리는 곳의 길에 세워져 있는 상가의 양은 제한적이다. 그러니 임차인이 바뀔 때마다 권리금은 권리금대로, 월세는 월세대로 오른다. 끝을 모르고 오른다.


그러나 무엇이든 반드시 끝은 있다. 다만 그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만 끝이 있다는 것을 모를 뿐..



점점 두려울 것이 없어진다. 낯선 곳, 사람이 북적이는 곳, 최고 상권 그곳에서 누군가는 소비를 하러 왔지만 우리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있다. 잠재 고객이 될 사람의 연령층은 어떠한지, 이 유동인구를 채우는 성별, 연령대, 신분 등의 비율은 어떠한지 어느 상점에 사람들이 모여드는지, 동선은 어떻게 되는지 모든 것들이 궁금할 뿐이다.


오늘은 다시 성수동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번엔 '아뜰리에길'로 갔다. 이곳은 서울숲과 연결되는 곳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다. 그냥 주택가일 땐 아무도 찾아주지 않았던 이곳을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왜 이곳에 터를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빨간 벽돌 건물들이 늘어선 매우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주택을 어떤 자본가가 매입하고 용도변경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상가 임차인을 구하고 처음엔 아무런 상권이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저렴한 월세로 들어간 '도전적인 사업가'들이 들어와 이곳을 하나씩 하나씩 가꾸어 갔을 것이다.


코로나 시기, 많은 것들이 변했는데 특히 오프라인 상권의 변화가 컸다. 전통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이 몰리는 상권을 벗어나 2인~4인 인원제한에 맞춰서 작고 아기자기한 곳을 다니는 데이트 문화 등이 조금 더 각광을 받았다. 그러면서 이곳 아뜰리에길 또한 코로나 때 오히려 더 폭발적으로 성장한 곳이 되었다.



아뜰리에길은 많이 좁은 골목에 매우 아기자기하고 모든 상점으로 '오라오라~' 손짓하는 저마다의 감성과 색채들로 유혹했다. 마치 정돈된 일본 어느 곳을 와있는 듯한 느낌, 새로운 광경들은 뇌의 뉴런을 팡팡 터지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오래돼 보이는 부동산 한 곳을 들어갔다.


  - 나 : 안녕하세요. 혹시 아뜰리에길에 1층, 10평 정도 되는 임차 매물이 있을까요?

    간단하게 하고자 하는 업종을 듣고 사장님은 말씀을 이어나갔다.  

  - 부동산 사장님 : (지도를 보며) 여기 메인길엔 매물이 없어요.

    그러면서 사장님은 성동구 전체 지도를 보며 어디는 안 좋다. 좋다. 등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장님은 오랜 기간 부동산 업을 해왔고 이곳의 역사를 이야기해 주며 과거 군인, 경찰들이 많이 살던 곳이라 교육열이 높았고 그 자녀들이 서울대도 많이 갔다. 그중에서 누구는 성공했고 등등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묘하게 빠져들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안에 뼈가 있는 이야기들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사장님께서 기억나는 내용들을 정리해 보았다.


 1. 이곳에서 음식점 하지 마라. (평당 월세가 워낙 비싸고 - 1층은 대부분 평당 30만 원으로 봐야 한다. 평수가 넓은 것들은 아뜰리에길 뒤쪽으로 가야 하는데 그러면 상권이 나중에 축소됐을 때 중심부에 있어야 하는데 뒤쪽에 내 매장이 있다면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아서 잘라 먹힐 확률이 높다는 의미로 나는 해석했다.)


 2. 지인 자녀가 할만한 상가 자리 나오면 알려달라 하는데 그 지인에게 대체 뭘 하려고 하냐 물어보니 "카페나 하려고 한다."라고 했는데 "카페나??" 라는 그런 정신이면 사업하지 마라.


 3. 이쪽 지역도 연예인들도 있지만 누구 와이프, 정치권 누구 등등 유명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건물 그냥 수집하듯이 매매한다. 그리고 두 배 되면 팔고 나간다.


 4. 장사도 운때가 따라야 한다.


 5. 권리금만 뻥튀기 해서 계속 매장 바꿔가며 철새처럼 권리금 장사하다가 30~40대에 그대로 쪽박 차고 끝나는 경우 여럿 봤다.


 6. 여기는 그냥 크게 돈 걱정 없이 장사하는 사람들 많다. OOO 의류 매장은 OO평인데 월세가 2천만 원이다.


 7. 나(부동산 사장)는 이제 늙어서 돈 벌 생각도 없다. 상가 매매하면 억대로 받기 때문에 어쩌다 한 번씩 거래 성사 시켜주면 된다.


욕심이 전혀 없어 보이는 사장님의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들을 듣고 그래도 혹시라도 자리가 나게 되면 연락을 주라는 이야기와 함께 인사를 드리고 부동산을 나왔다.




빛 좋은 개살구.


모두들 들어봤을 것이다. 서울 잘 나가는 상권에서 장사하는 사장 모두가 하하하 웃으며 돈도 많이 벌까? 물론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곳에서 장사하는 것보다 높은 권리금과 임대료를 주고 유동인구가 받쳐주는 상권에서 장사하면 당연히 그 결과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다 웃진 못한다. 아니 누군가는 웃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들어간다. 왜?

그냥 돈이 많으니까. 그냥 거기서 비싼 월세와 권리금 내고 장사 한번 멋지게 해보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모든 시장참여자의 입장이 모두 다 다른 것이다. 그러니 저 매장 사장은 손님이 없는데도 그래도 장사가 되니까 버티겠지? 뭔가가 있겠지? 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머릿속 희망회로를 돌리지 말고 모두가 다른 입장임을 알아차리고 내 상황에서 이 비싼 상권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전략을 가져가야 할지를 상상하고 그림그려야 하는 것이다.


(바닥)권리금이 있는 상권에 들어가는 것을 나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지금 내가 운영하는 매장도 바닥권리금을 주고 들어갔다.) 바닥권리금은 그만큼 유동인구와 사람들이 모인다는 지표 가장 확실한 지표임엔 틀림없다. 그렇지만 내가 주고 들어간 권리금이 보장된다는 법은 없다. 몇 년뒤 상황이 안 좋아지거나 내가 그 상권에 들어갈 때의 권리금이 최고점이었으면 내 권리금을 받아줄 다음 타자가 없을 수도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받아주면야 좋겠지만 그것 또한 약속할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권리금을 찬성하면서도 말도 안 되는 권리금을 부르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래서 매수자 입장에서는 권리금은 가급적이지 주고 싶지 않아 하는 돈이며 일부 매도자 입장에선 그동안 냈던 임대료를 모두 포개어 권리금에 얹어서 자기는 결국 수년간 월세 한 푼 내지 않고 장사를 하고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다.




임장을 다닐 때 유동인구 체크도 좋고 분위기 파악도 좋지만 해당지역 부동산을 들어가서 반드시 정보를 체크해야 한다. 인터넷과 현장의 정보 격차를 극심하게 체감하는 것이 바로 부동산 정보이다. 그래서 꼭 직접 발품팔아 현장을 가보고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그 정보들이 쌓이고 쌓이면 (즉, 기록을 잘해두면) 나중에 다른 지역을 갔을때 상가 평수에 따른 보증금, 임대료, 권리금이 적정한지에 대해 판단이 선다.


그런데 그런 기록관리가 돼 있지 않으면 감으로 할 수밖에 없다. 반드시 차곡차곡 기록으로 남겨두어야만 한다. 그래야 현명한 결정을 내가 꼭 내려야 할 순간에 흔들리지 않고 내릴 수 있다.


그 누구의 말도 있는 그대로 다 믿지 마라.

오직 믿을 사람은 당신 자신뿐이다.

모든 선택에 대한 책임과 몫은 온전히 내가 지는 것이기 때문에 공부하고 익히고 실전에서 배우고 타인의 경험을 진지하게 듣고 생각하며 모든 것을 체득해야 한다.


매우 작은 구멍가게를 하더라도 그것이 사장의 정신인 것이다.


 - 창업, 그리고 장사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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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 갔던 날, 성수동 메쉬커피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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