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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어파파 Nov 04. 2023

서울 성수동 상가 권리금을 얼마까지 줘야 해?

창업일기 시즌2, 3탄

지난 서울 특수상권 입점 제안을 거절한 뒤, 우리 부부는 서울이라고 꼭 비싼 게 아니다는 생각으로 우리가 직접 스스로 발품을 팔아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바쁜 와중에 매장이 휴무인 날 시간을 내어 성수동 임장을 나섰다. 성수동이야 워낙 핫플이다 보니 우리 역시 여러 차례 갔었지만 생산자의 눈으로, 상가 임차를 위해 간 것은 처음이었다.



코로나 때도,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매출 타격은커녕 더욱더 성장한 곳, 상권이 더욱 커진 곳. 그곳은 바로 성수동이다. 모든 원리는 똑같다.

 - 모 유명 연예인이 성수동 어디를 다녀갔다.

 - 어디 어디 방송에 나왔다더라.

 - 급속도로 젊은 사람들에 의해 SNS로 파급이 된다.

 - 사람들이 몰린다.

 - 사람이 몰리니 돈이 몰리고 돈이 몰리는 곳에 상권이 더 형성된다.

 - 거대 자본(기업)이 들어온다.

 - 그러다 젠트리피케이션(기존 원주민(상인)이 높아진 월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밀려나는 현상)을 겪으며

   점점 대기업 프랜차이즈들로 해당 상권이 채워진다.

 - 그러면서 그 지역만의 특색을 잃고 점차적으로 노잼지역이 돼 상권이 쇠퇴한다.

 

성수동은 위에서 열거한 부분 중 어디 즈음 와 있는 것일까?


팝업의 성지, 모든 명품 브랜드들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며 강남 오피스 공실이 거의 사라지면서 새로운 오피스 상권으로 부각되며 무신사, 크래프톤 등 유명한 기업들이 거금을 들여 부지를 매입하며 들어어는 곳. 그곳이 성수동의 현주소이자 파워이다.




로드샵을 오픈하여 젊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많은 유동인구가 받쳐주는 곳에서 장사를 하는 것만큼 축복받은 일이 또 있으랴! 우리는 점심때쯤 성수동 메인 골목길인 '연무장'길로 갔다. 주변 오피스에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로 평일임에도 다소 이름값 한다는 식당은 웨이팅 줄이 나래비 줄지어 있었고 그 와중에 관광객, 젊은이, 외국인들까지 합세하여 많은 인파를 보며 역시 '이름값'하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인 오후 한 시 반을 넘어서자 길에 그 많던 사람들은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지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하기도 했다.


한 부동산을 정하여 들어가 보았다.


 - 나 : 안녕하세요. 여기 메인길에 나와있는 상가 임차 매물이 좀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려고 왔어요.


 - 부동산 실장 : 네 이쪽으로 앉으세요! 지금 현재 메인길은 매물이 나와있는 게 아예 없어요 ^^;; 워낙 유명하고 매물도 안 나오고 그런 상황이네요.


 - 나 : 만약 매물이 나오면 권리금이 한 어느 정도 되고 월세 시세는 어떻게 되죠?


 - 부동산 실장 : 일단 연무장길 메인길은 1층은 바닥권리 2억 5천 정도는 생각하셔야 해요. 월세는 평당 30만 원 정도로 보시면 돼요.


 - 나 : 일단 그럼 메인길에서 최대한 가까운 길들로 나와있는 상가 매물 좀 볼 수 있을까요? 한 10평짜리 정도로요.


 - 부동산 실장 : 네 몇 개 있는데 같이 보러 가실까요?


이렇게 우리는 부동산 실장님과 함께 몇 개의 매물을 보았다. 보고 난 결과 그 순간엔 마음에 드는 매물도 있었고 보는 순간 '아 여긴, 권리금 장사네... 여긴 들어가면 X된다.' 라는 생각이 드는 곳들도 있었다.




메인길은 아니지만 메인길을 다 빠져나와서 또 길을 건너야만 매장이 사람들의 발길이 닿을 수 있는 곳, 그곳을 소개받았는데 내부공간부터 매장 앞에 데크공간까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월세 또한 메인길과는 다르게 많이 저렴했고 덤벼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일부 걸리는 점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권리금이었다. 바닥권리가 거의 큰 거 한 장이었는데 처음 그 자리에선 '뭐 메인길도 2억씩은 줘야 한다는데 그에 비하면 반 값이니, 위치도 메인길에서 가시성도 나오는 곳이고 매장을 열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구나.'라고 판단을 했었다.


그리고 하룻밤이 지났다. 잠을 자고 일어나니 들떴던 기분이 확 가라앉고.. 차분한 상태로 다시 어제 봤던 매물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다.


1. 현재 임차인은 왜 나가려고 하는지?

2. 현재 임차인 전, 그전엔 무슨 업종을 했던 곳인지?

3. 해당 상가건물에 들어와 있는 다른 업종의 사장들 또한 과연 권리금 큰 거 한 장 가까이 주고 들어올만한 업종들 인것인가?


이와 같은 질문들을 계속해보았다. 여기서 팁을 드린다. 바닥권리금이 적정한지 파악할 때 여러 방법을 다 동원하는데 네이버 지도를 활용하여 과거엔 어떤 업종이 있었고 바뀌었는지를 확인해 볼 것이다.


네이버 지도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시기별로 그 지역의 상가 변화에 대한 것들까지 과거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걸 통해 현재 임차인이 언제쯤 들어왔는지 대략 가늠할 수 있었고 특히 그 상가의 1층의 6개 되는 매장들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눈을 감고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 당신이라면, 당신이 50대 후반 여자인데 50대 후반을 위한 여성 옷가게를 권리금 1억 가까이 주고 들어가서 장사를 하겠는가?


 - 당신이라면, 당신이 동네 빵가게 장사를 하고 싶은데 권리금 1억 가까이 주고 들어가서 장사를 하겠는가?


 - 당신이라면, 월세는 무지하게 싼데 권리금 1억을 가까이 주고 들어가서 장사를 하겠는가?


그 주변 가게들의 변화 연도와 시점을 보면서 바닥권리금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서 결론을 내렸다. '아 지금 해당 물건은 현재 임차인이 권리금을 뻥튀기해서 받으려고 한다.'라는 것을 말이다.


눈이 멀면 앞을 보지 못한다. 생각이 잠식당하면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마음이 불안하면 누군가에게 빼앗길까 봐 두려워한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바로 '아는 것'이다. 그것은 책을 통해, 생각을 통해, 명상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감을 통해, 의식적으로 살아감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만일, 장사를 하고 싶다면 사업을 하고 싶다면 일단 '알아가는 것'에 집중하라. 오히려 '돈'과 멀리하라. 하나씩 알아갈수록 결국 성공할 수밖에 없는 길이 열리게 된다.



며칠이 지나 부동산 실장님이 어떻게 생각해 보셨냐고 전화가 왔다. 최근 코로나도 풀리고 주말에 거리에서 행사도 많이 해서 그때 임장 나와서 보시면 또 다를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나도 장사를 시작하기 전엔 내 첫 매장을 계약하고 행사장에 가득 찬 인파를 보며 울라울라~ 엉덩이 춤을 덩실덩실 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거 아무 쓸모없다. 결국 내가 잘해야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그곳은 권리금을 직접 분석해 봤을 때 그곳의 권리금은 적정하지 않다고 말씀을 드렸다. 또다시 새로운 곳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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