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기 시즌2, 1탄
2023년 4월 코로나 거리 두기가 해제되었고 (사실 나는 코로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업종은 아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다. 그 말은 곧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며 그동안 즐기지 못했던 많은 일상의 것들을 하나씩 해나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특히 주말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살랑대는 봄기운을 즐기고 그 기간 동안 작년과 다르게 상당히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됐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여름이 되었는데도 작년과는 달랐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매장을 찾아주었다. 감사했다. 그러면서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그렇게 확연히 달라진 여름시즌 장사를 매우 순조롭게 마쳐갈 무렵이었다.
모 대기업의 매니저가 연락이 왔다. 내용인 즉, 우리(나와 아내)가 하고 있는 브랜드를 자기네 쇼핑몰에 입점을 시키고 싶어 제안이 온 것이다.
- Yes!
- WOW!
- 쪼아! 그래! 이제 슬슬 우리를 알아봐 주는구나!
연락을 받은 뒤부터 들떴다. 난 아무런 조건도 위치도 정확히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이미 마음속엔 매장 하나를 더 차릴 기세였다. 부부는 이럴 때 서로를 보완해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아내는 이런 중요한 순간이 오면 매우 '차분' 해지고 '냉정'해진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그녀가 '큰 일'을 맞았을 때 대하는 방식과 내가 살아오며 '큰 일'을 맞았을 때 대하는 방식의 차이가 나타낸 결과이다.
- 아내 : 아직 조건도 듣지 않았고 일단 차분히 기다려보자!
- 나 : 룰루랄라~ 왜~ 느낌이 좋아! 아마 잘 될 거야!
콧바람을 흥얼거리며 부동산, 상가에 관한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최소한 이 매니저를 만나기 전까지 내가 해당 물건의 가치를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판단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었다.
상가 입지에 있어 많은 것이 중요하겠지만 딱 세 가지만 정리하자면 배후세대, 생활동선, 가시성을 들 수 있다.
1. 배후세대는 내 상가 주변을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얼마큼의 인구가 반경 약 3~5km 이내에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즉, 배후세대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내가 판매하는 상품의 타깃대상과 일치할수록 당연히 좋은 상권에 해당한다.
2. 생활동선은 그 지역 사람들, 또는 그 상권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이동하는 동선에 관한 것이다. 아무리 유동인구가 많아도 내가 위치한 상가까지 사람들이 동선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비슷한 지역 내에 있다 하더라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반드시 사람들이 자신의 가게를 지나갈 수밖에 없는 매장이 당연 으뜸이라 보면 된다.
3. 가시성이 나오냐 안 나오냐에 따라 상가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가끔 보면 매장 앞 기둥이라든지 매장 앞에 늘어선 포차들 등으로 인해 내 매장이 아예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경우다 있다. 이 경우 가시성이 나쁘다고 말하며 가시성이 좋은 매장의 경우 멀리서도 해당 매장을 알아차릴 수가 있어 고객을 유입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즉, 이런저런 이유로 멀리 서는 내 상점이 보이지 않는 모퉁이에 있거나 가시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손님 유입에 있어 매우 불리하다.
책을 통해 공부하며 기다리는 동안 며칠 뒤 나는 담당 매니저와 통화를 했고 현장미팅에 관한 일정을 확정 지었다. 그러면서 미리 우리에게 제안하고 싶은 상가 위치에 관련된 자료를 전해 받았다. 제안받은 상가 위치를 도면상으로 봤을 때 첫 느낌은..
딱 이거였다. 그렇다, 뭐라고 딱히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1층이 아니라 몇 층을 더 올라가야 있는 위치를 소개받았기 때문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냥 전해준 도면과 자료만 봐선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그곳을 지나갈 것이며 많은 인파가 몰리는 주말에 얼마큼의 파급력이 있는지 직접 눈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팅 전에 현장을 미리 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런 쇼핑몰은 거의 다 수수료 매장(월 임대료가 고정이 아니라 내가 판매한 매출에 따라 수수료 만큼 받아가는 구조 - 대부분의 특수상권, 백화점이 채택하는 방식이다)이다. 제안받은 매장의 보증금과 수수료 %를 들었을 때 '아.. 역시 비싸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긴 했다. 사실 나는 처음 창업을 할 때 그쪽 지역을 알아본 적이 있었다. 그 인근의 다른 쇼핑몰의 수수료율을 이미 문의를 통해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알아봤던 곳보다 수수료가 싸긴 하지만 그만큼 제안받은 이곳이 유동인구라든지 입지 등 모든 면에서 타 쇼핑몰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좋은 상권에서 제안이 왔지만 한편으론 고민이 계속되고 있었다.
결국 아이 둘을 데리고 토요일 오후 현장 답사를 위해 차를 몰고 서울 최고 상권 중 하나인, 제안받은 그곳으로 향했다.
- 첫째 딸 : 아빠~ 여기 왜 왔어~?
- 아빠 : 어~ 아빠랑 엄마가 여기에 두 번째 매장을 할 수도 있어서 이곳이 어떤지 주말에 보려고 온 거야.
아이들이 있어서 임장을 제대로 하진 못했지만 분위기만 봐도 어느 정도 이제 느낄 정도의 짬바가 된 나 아니던가! 일단 제안받은 위치는 눈으로 보는 순간 더욱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인데.... 서울 최고 상권인데... 밖에는 사람이 물결을 지으며 다니는데.... 이곳은 그곳과 전혀 다른 온도를 보여주는 입지였다. 주변 매장들도 둘러봤다. 의욕이 떨어져 핸드폰만 보는 사장.. 매장을 지키는 사람 없이 있는 매장들도 여럿 보였다.
1층 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두 시간 정도 앉아서 차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하고 이 카페는 시간당 얼마나 파는지 체크를 했다. 최소 20평은 돼 보이는 카페가.. 주말 오후 피크타임에 지금 현재 내가 운영하는 매장보다 더 매출을 못 올리고 있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물론 몇 시간을 보고 전체를 다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매장에 가면 '기운'이라는 게 있다. 매장마다 가진 '에너지'가 있는데 이곳은 사장님 혼자서 하고 뭔가 세상 다 산 표정이다.. 소위 말해 매가리가 없는 것이다. 맞은편 카페들도 이쪽 카페보다 조금 나을 뿐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아 보였다.
최대한 희망적인 부분을 많이 보고자 노력했지만.. 그리고 서울에 2호점을 오픈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그래도 이 정도면!'이라는 생각으로 여러 부분에서 분석하고 생각을 했다. 집중을 했다.
'어차피 장사라는 게 내가 잘하면 알아서 다 찾아오는 것 아니겠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점점 '아.. 그래도 이 정도 상태의 유동인구면 꽤나 오랫동안 고생하고 헤딩해야겠는데?'라는 판단이 서기 시작했다.
주말 임장을 마치고 월요일 담당 매니저로부터 연락이 왔다.
- 매니저 : 안녕하세요 대표님! 저희 미팅날 비가 온다고 해서요. 아무래도 비가 오면 사람도 상대적으로 많이 다니지 않고 그러다 보면 현장 상황을 제대로 못 보고 판단이 어려우실 것 같아서 괜찮으시다면 비가 안 오는 금요일로 미뤄도 될까요?
- 나 : 괜찮아요 ^^ 다 감안하고 보면 되죠. 그냥 원래 만나기로 한 날에 만납시다.
그렇게 나는 내가 직접 발품, 손품 팔아 준비한 정보와 답사 결과를 손에 쥔 채 담당자를 만나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