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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어파파 Nov 01. 2023

서울 최고상권 입점, 담당자 미팅을 하다.

창업일기 시즌2, 2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평일이었다. 자기네 물건이 좋다고 우리 것이 제일이라며 상가 매물을 보여주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싫은 것은 바로 날씨이며 그중 가장 최악은 '비' 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가 오면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적이다 보니 평상시 북적거리는 상권일지라도 비가 오면 소위 말해 그날은 '죽'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와 아내)는 그런 날 입점 제안을 우리에게 한 담당자와 미팅을 하기로 했다. 담당자는 비가 오지 않는 날 짠! 하고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사실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가장 안 좋을 때의 모습도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자존감 높은 행위이지 않은가!




약속한 시간이 되어 매니저님을 만나 뵙게 됐고 해당 몰에서 우리에게 제안하고 싶은 상가의 위치를 함께 다니며 보여주었다. 그리고 지금 주변의 공실 역시 00년 0월자로 어떤 업종이 들어 올 계획이 있다는 것을 자료와 함께 보여주며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보여준 매물이 그다지 마음이 확! 와닿지 않아서 다소 평수가 큰 매물 역시 내부도 둘러보기도 했다. 그리고 잠시 카페에 가서 티타임을 가졌다.


아내 : 우선 이런 제안을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나 : 저희 브랜드는 어떻게 알고 연락을 주신 것인지 궁금하네요.


매니저 : 사실, 제가 친구들과 놀러 갔다가 우연히 들렸는데 지금 저희가 관련된 업종들을 입점시키는 과정에서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보고 다시 연락드리게 됐습니다.


자,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나온다.


무엇이냐면 매장에 들어오는 모든 손님에게 잘해라. 심지어 그 사람이 투덜거리든, 오자마자 우리 상품을 비아냥 거리든(난 참을 수 있나? ㅎ) 그냥 쓱 둘러보고 가든 일단 인사는 해라. 나에게 제안을 한 매니저 역시 우리 매장을 방문하고 소위 말해 '탈락감' 이었으면 부르지도 않는다.


인사는 기본이다. 인사도 안 할 거면 뭐 하러 매장에 사람이 있겠는가? 우리는 이런 매장이라는 것을 물건을 보면서도 고객들은 느끼지만 매장에 있는 직원, 사장, 대표를 보면서도 느낀다. 오감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프랜차이즈'를 가도 지점마다 왠지 모르게 이상한 매장들이 있는데 그거 다.. '사람'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잘하라는 의미를 곡해하면 안 된다. 즉, 고객에게 굽실대는 게 잘하는 게 아니다. 친절하면 된다. 그거면 충분한다. 단, 제품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는 확신이 있어야 하고 고객이 의심을 품은 것에 대해서는 완벽히 그 걱정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 그걸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걸로 인해 판매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 그것이 바로 '세일즈'능력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매니저가 말을 이어갔다. 이제 코로나가 끝나고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플리마켓'을 해서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알다시피 여기 상권이 정말 유동인구가 많고 좋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우리가 입점했으면 한다는 의견과 평당 월세(수수료)와 관리비, 운영시간 등에 대해 우리도 질의하며 궁금한 점들을 확인했다.


사실 실나 역시 일종의 약식의 우리 '브랜드 소개서'를 작성해 갔다. 그걸 토대로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설명을 했고 우리의 비전과 미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말미에 우리의 의견을 전했다.


"우선 좋은 제안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매니저님 미팅하는데 그냥 올 수가 없어서 미리 현장실사와 주말 유동인구 분석 등을 완료를 했습니다.


1. 일단 현재 해당몰은 죄송하지만 아직까진 '몰링 - 쇼핑몰이 사람들이 빠져들도록 체계적으로 잡아놓은 동선' 이 돼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물론 앞으로 새로운 브랜드들이 속속 입점될 것이고 코로나가 끝나고 점점 완성이 되겠지만 현재로선 그렇지 않은 것이죠. 그러다 보니 지금 상권엔 사람들이 엄청나게 밖에는 다니지만 이쪽 몰(입지)에는 사람들이 들어온 유인이 되지 않고 있는 부분들이 확인됩니다.


2. 또한 플리마켓을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플리마켓은 저희 입장에서는 오히려 '독'이라고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서울 최고 상권에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이 몰에서는 그걸 해결해 주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는 양평 리버마켓이 아닙니다. 플리마켓이 쇼핑몰 입구를 아예 막아버리니 사람들 동선이 매장 안쪽까지 이어지지 않고 플리마켓만 구경하고 나가버리는 현상이 많습니다.


3. 마지막으로 저희에게 제안주신 상가의 매물 위치가 '가시성'이 아예 확보가 안돼 있습니다. 고객들 동선도 막혀있는 상황에서 저희 매장은 보이지도 않는 상황이다 보니 저희가 들어간다 해도 이곳에서 저희를 알리고 마케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매니저님 면도 서지 않을 것이고 저희 역시 같이 힘든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할 것 같아요.


저희도 2호점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가급적이면 좋은 제안에 응하고자 했지만 이번엔 저희가 죄송스럽게도 고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이 앞쪽 메인 자리가 나오면 꼭 연락 주십시오 매니저님. 저희도 그때까지 가만히 있지 않고 저희 브랜드력을 계속 키워 메인에 걸맞은 노력을 경주해 보려고요."




그렇다. 아쉽지만 이렇게 파이어파파의 사업 1년 만에 2호점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가라는 속담이 있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장사를 하려면 그래도 사람이 많이 다니는 서울에서 기회가 된다는 장사를 해야 하는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 내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발 '서울' 사람만 많이 다니는 곳에다가 대충 팔면 되겠지? 란 생각으로 매장을 오픈하지 말 것을 당부드린다. 내가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금방' 옆에서 따라 하고 '금방' 돈으로 밀어버리는 현장이 바로 '서울'이다. 그리고 그걸 고객들도 다~ 안다! 그런데 아무 실력도 없이 그저 중국 물건 사입할 줄 알고 동대문, 남대문, 도매꾹 셀러한테 물건 떼다가 수익 붙여서 파는 게 될 것 같은가? 되기야 되겠지... 그런데 된다 싶으면 당신 옆에 그것들이 다 생길 것이다.


반드시 '실력'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달라야 한다. '최고'는 다름에서 나오지 현재 1등을 꺽으려고 하는 마음만 가지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저런 서울 최고 상권의 매장은 손님도 없고 장사도 안되는데 대체 누가 '저 큰돈'을 매달 수수료(월세 같은 개념)로 내가며 유지하는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예를 들어 직장인으로 치자면 월급도 얼마 벌지도 못하는데 '벤츠'같은 외제차를 미래의 소득(빚)으로 사서 끌고 다니며 허황된 생각으로 사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서울 최고 상권에서 장사를 하면 뭐 하겠는가? 지방의 몇 평 안 되는 매장보다도 매출도 못 내는 '사장'일 뿐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한테 말하긴 얼마나 좋은가? "나, 서울 OO몰에서 장사해~" 개코 나다 사실...


저런 사태를 겪지 않으려면 어떤 제안을 받아도 '그게 내 실력이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의 것인지 좋은 조건인지 분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안 그러면 목에 깁스 차기가 쉽다. "내가 말이야! OO그룹에서 연락이 와서 나보고 내가 하는 브랜드 입점을 좀 해달란다!" 이렇게 말이다... 그리고 그 말에 혹해 독이 든 성배를 들게 될 수도 있다.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는 것 같은 이번 입점 제안과 미팅의 과정에서 사실 우리 부부는 또 엄청나게 성장했다. 포기하지 않고 이번엔 우리가 발로 뛰어서 로드샵으로 2호점을 차릴 수 있을지 다시 한번 임장을 나가보기로 했다.


(3편에 계속.)



 - 해당편의 입점 제안은 제 입장에서 철저하게 분석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해당 물건이 최악이었다는 뜻이 아니니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늘 봐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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