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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어파파 Nov 11. 2023

2호점 보다, 경쟁자가 더 빨리 들어올 지경이 됐다.

창업일기 시즌2, 5탄

2023년 8월부터 매주 쉬는 날이면 임장을 다녔다. 닿을 듯 말 듯 우리 입맛에,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매장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물론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면 손에 넣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무리하면서까지 2호점을 여는 게 맞나라는 질문을 수없이 되뇌었다.




한편으론 매장을 메인 거리로 옮겨가는 것도 고민해 보았다. 그때 가장 큰 촉발요인은 9월 첫째 주 주말이었다. 매장도 오픈한 지 1년이 넘었고 이미 궤도에 올랐다는 자만스러운 생각이 들 때쯤, 직원과 함께 매장에 있는데 하염없이 창밖만 바라보았던 날 중 하나로 기억한다.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다녔지만 무슨 마가 낀 것처럼 우리 매장에 들어오지도 않고 들어오더라도 바로 '뽀로록~' 도망가버리는 일명 뽀로록 사태가 벌어졌다. 시간이 세시, 네시가 되어도 반등할 기미가 없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과 찾아주는 손님이 없어 이야기하는 것도 삼십 분이지 이게 몇 시간이 지속되니 내심 이번 주말은 진짜 이상하다.. 왜 이렇지?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렇다. 멘탈에 금이 가고 있었다. 그래서 앞치마를 벗고 잠깐 산책을 나갔다. 메인거리로 가보니 그곳엔 모든 상점들에 사람들이 가득가득 차 있었다. 물론 매장에 사람이 많다고 하여 모두 물건을 구매하는 것도 아니고 입지가 좋아도 모두 다 대박을 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날의 내 기분은 몹시 상해 버렸다. 나 빼고 다들 행복한 느낌, 갑작스럽게 찾아온 확 달라진 분위기에 내가 적응하지 못했다.


한여름에도 그렇게 선방하며 잘 견뎌왔고 많은 고객들이 찾아줬기에 가을 장사를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 기대치와는 전혀 정반대, 오픈 때보다도 심각한 주말의 상태 그러나 메인거리엔 넘치는 사람들의 부조화가 나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잘될 때 새로운 자리를 알아보거나, 새로운 매장을 오픈 준비하는데 나는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계속 새로운 자리를 알아보고 새로운 매장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던 것 같다.



다행히 9월 1주차를 제외하곤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신 덕분에 멘탈을 다시 회복해 나갔다. 9월 명절에도 쉬는 날 없이 매장을 오픈하며 고객들을 만났다.


그 결과 큰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장사가 잘 된다 하더라도 장사하는 사람은 항상 내일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또 준비하고 생각하고 복기하며 보완하고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어려움이 왔을 때 그만큼 쉬이 지나갈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때엔 매장을 염탐하러 오늘 분들도 종종 있다. 그중 한 가지 에피소드를 말씀드리겠다.


연휴 동안 많은 고객들이 찾아온 이후 저녁 늦은 시간 한 나이 든 분이 매장에 오셨다. 그러더니 혼자서 '우와~ ~ 우와~' 혼자 연신 감탄사를 남발하고 계셨다. 그러다가 갑자기 난데없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 아저씨 : 여기 매장 언제부터 하신 거예요?

   사실 이 질문을 했을 때 '왜요?' 라고 했었야 했는데 ㅎㅎ 나는 이런 면에서 매우 솔직하고 순진한 면이 있다.

 - 나 : 1년 반 돼가는 것 같네요?

 - 아저씨 : 진짜요?? 내가 근데 이걸 왜 여태껏 몰랐지! 아 이게 여깄는 줄 몰랐네!

 - 나 : 왜요?

  그러더니 그분이 벼락같은 한 마디를 날렸다.

 - 아저씨 : 나도 이 장사하려고요. OO에서요!

   이 아저씨가 말하는 OO는 지금 내가 있는 상권과 겹치진 않지만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곳에 하겠다는 말을 한 것이다. 


한편으론 장사하는 업장에 와서 나랑 똑같은걸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해야하나.. 이렇게 사업을 하다보면 기가 막히는 일들이 아주 가끔 발생한다. 그런데 그도 정보가 없고 어떻게라도 좀 도움을 얻어보고자 안면몰수 하고 찾아온 것이다 보니 매몰차게 대하진 않았다.


솔직히 어지간한 사람이면 경쟁자가 왜 여기 왔냐고 뭐라 하고 내보낼 텐데 나는 그런 면에선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무슨 말이냐면 아무리 같은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고 '돈'으로 밀어붙인다 하더라도 그 사업을 정말 애정과 관심으로 하는 게 아니고 소위 '돈' 된다니까 뛰어드는 부류는 어차피 그렇게 하다가 알아서 도태될 걸 알기 때문이다.


그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 분은 지금 매장을 세 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한 개를 접고 내가 하는 동종 업종으로 업종변환을 해서 사업을 해볼 요량이란다.


 - 나 : 그런데 어쩌죠? 저는 이거 100개 할 건데요?

 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그냥 그대로 말했다.


 - 아저씨 : 100개라..?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하시네! 마인드가 참 좋으시네요. 하여간 좀 저도 지금 물건을 알아보는 중이라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 한 번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그 아저씨와 이야기를 마치고 그 뒤로 전화 두 통이 걸려왔지만 간단하게 나의 의견을 전달하는 정도에서 끝내고 말았다.



그 뒤로도 그분뿐만 아니라 질문이 매우 이상한~ 그러니까 손님이 아닌 마치 염탐꾼러라는 걸 바로 알아차릴 만한 행색과 질문을 하는 분들이 꽤나 자주 출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류이다.


 - 이거 다 직접 만드시는 거예요~?

 - (인터넷 쇼핑몰 톡톡으로) 혹시 도매로는 안 파시나요?

 - 이게 중국산인가요? 국산인가요?


가만 들어보면 매우 이상스러운 질문들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손님들이 하는 질문들과 매우 다르고 하는 일과 공정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 안이 전쟁터면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매 순간 집중을 해야만 한다.


만약 나 역시 지금까지 '돈'만을 좇으며 매장을 운영해 왔다면 저런 경쟁자의 출현도 아니고 출현 예고만으로도 걱정되고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집중했다. 만일 내가 있는 상권에 비슷한 업종이 들어온다면 나만이 가진 강점은 무엇인가?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스페셜티는 무엇인가?


진지한 질문과 답변을 나 자신에게 계속 물어봤고 아내와도 계속된 이야기를 해왔다.


현실은 2호점은 커녕 경쟁자의 난립으로 내 집 앞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 돼버린 되었지만 마음만은 반대로 오히려 더 단단하고 든든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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