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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 엄마 Jul 26. 2023

1일 3 산책 후 몸살

1층으로 이사 온 후 엘리베이터를 안타도 되니, 드나들기가 너무 편하고 좋다. 


수술 전 의무감이 강했던 산책은 매 순간순간 가슴이 저리도록 행복한 외출로 변했다.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내 곁에 숨 쉬고 있는 뽀와 함께 거리를 거닐며 아름다운 꽃들을 보고 개구리 소리와 매미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하게 되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숨 쉬는 하루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았을 때, 그동안 난 너무 많은 것을 가졌음을 몰랐고 너무 행복했으나 느끼지 못했음을 반성하게 되었다.  

우리의 하루 하루는 애틋하고 소중함으로 다가왔고, 가급적 집 밖으로 나가서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두어 번의 알람을 끄고도 눈꺼풀이 천근만근 눈 뜨기가 힘든 평일 아침과는 달리, 휴일은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왜 저절로 꼭두새벽부터 눈이 뜨지는지 정말 미스터리다.

눈을 뜨자마자 인적이 드문 틈을 타 목줄도 없이 밖으로 나갔다.

얼마 전 옆집에 사는 큰 개와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는데, 이후 그 집 현관을 지날 때마다 냄새를 맡기도 하고 친구에게 뽀가 왔다는 것을 알리는 듯 현관문을 향해 멍멍 짖기도 한다. 

밖에서 풀과 나무 냄새를 맡던 노즈워킹은 요즈음 땅바닥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냄새의 발견인가 보다.  

큰 볼일과 작은 볼일을 보고, 간단하게 새벽 산책을 마쳤다.



몇 주 전 뽀가 미용하는 동안 뿌와 부산시민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중 핫도그 가게를 발견했다.

핫도그는 그야말로 겉바속촉을 제대로 살렸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 핫도그의 맛을 잊을 수가 없어 산책을 핑계로 부산시민공원으로 발길을 향했다. 

초여름의 날씨가 쾌청하지는 않았으나 양산을 쓰고 그럭저럭 견딜 만은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유모차가 2층이네", "아이 귀여워라~", "원래 유모차에 양산이 달린 거예요?" 어김없이 한 마디씩 한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은 "네가 나보다 낫네~" 하며 웃으신다. 


우리는 핫도그 가게로 직진했다. 한 개는 남편 몫으로 남겨두고 한 개로 예쁜 파라솔 아래에서 셋이서 나눠먹었다. 뽀의 건강을 생각하면 설탕 뿌린 핫도그가 웬 말이겠냐 만은, 오늘은 즐거운 일탈을 하기로 했다. 역시 일탈도 핫도그도 꿀맛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뽀의 모습을 내 눈에만 담기는 너무 아까워 숱하게 사진을 찍었다. 요리보고 조리보고 각도를 돌려도 보고 내 아이의 눈망울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안달이다. 



해 질 녘을 택했으나 두어 시간 공원을 돌았더니 아이들도 나도 벌써 더위에 지쳐서 집까지 걸어가기는 무리였다. 남편이 공원 입구까지 차를 가지고 와서 우리를 픽업했다. 집에 도착해서 남편에게 공원에서 산 핫도그를 슬그머니 내밀었다. 산책하는 동안 약간 눅눅해졌으나 맛보다는 내 정성에 남편은 감동받았으리라.. 혼자 생각한다..ㅋㅋ


늘 그렇듯 휴일밤에는 잠들기가 싫다. 자고 나면 또 하루가 지나간다는 아쉬움이 전날부터 밀려와 다시 뽀를 안고 산책을 나선다. 밤 산책을 하고 나서야 보람찬 하루를 보낸듯한 뿌듯함이 든다. 

오늘 하루 뽀를 위하여 세 번의 산책을 했으나, 정확하게 말하면 나를 위한 산책이었다. 매 순간 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고마움은 행복 그 자체가 되었다. 


역시 무리였다. 저질 체력인 나는 세 번의 산책 즐거움은 누렸으나, 이윽고 몸살이 나고 말았다. 역시 하루 세 번은 무리였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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