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글을 꾸준히 쓴다는 다짐은 참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었다. 매주 글 하나씩이 얼마나 어려웠던 건지 난 왜 몰랐을까. 타고난 글쟁이도 아닌데.
그나마도 브런치의 재촉 알람에 잊지 않고 종종 써놨던 글을 부랴부랴 발행하면서 적어도 한 달에 한 편은 올리는 것 같다. 의미야 있겠냐만 내 나름 열심히 성실하고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그동안 쓰고 싶었던 글은 많았다. 메모에 적어 둔 소재나 짧은 생각들도 많은데 지금 글에 눈 돌릴 짬이 생겨 한번 훑어보니 손대고 싶은 가벼운 글거리가 없더라. 그리고 요즘 계속 내 글의 결이 비슷하는 것에도 신물이 났다. 삶 속에서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지만 내 결과물이 비슷비슷한 건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새 글을 쓰기로 했다.
동물에 대한 글도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데 요즘은 현실 속 업무에 꽉 막혀서 어떤 동물에게도 새로운 느낌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생각이야 많지만 거칠고 가볍기만 한 내 생각을 글로 발행할 수는 없어서 계속 미루고만 있다. 과거 내 경험 속에 많이 자리 잡은 동물들이 이제 와서 꺼내지 지도 않는다. 너무 멀리 왔나 보다. 멀리 떨어져도 괜찮게 계속 쓸 줄 알았는데. 소재 고갈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일단 멧돼지 얘기는 당분간 멀리 하고 싶다. 어.. 야생동물은 좀 멀리 하고 싶어졌다. 너무 많은 정보가 입력되어 내 주체로운 생각을 못하게 된 것 같다. 마치 나를 잃어가는 느낌. 나에게 있어 야생동물은 무슨 뜻이지. 내가 왜 여기까지 와 있는 거지. 이다음에 난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모든 게 오리무중이다. 답은 로또에 있다고 주변에선 늘 말하지만 나에겐 횡재수도 없다더라. 어쩌냐. 티끌 모아 티끌로 살아야 하는데 직종에서 뿌듯하게 나 스스로로 살아간다는 것도 언제나 힘든 일이라니. 답은 없지만 내가 원하는 것도 모르게 되어버렸다. 다들 이러고 사려나. 나만 이 나이에 이런 고민하나. 이제 와서 뭐 바꾸는 건 괜찮은 선택일까. 도저히 모르겠다. 뭐다 정답일지.
일단 요즘은 대체로 행복하다. 1년 가까이 한 상담과 안정적인 가족, 그리고 가정. 그리고 다시 돌아온 나의 야무진 경제력과 큰 위기 없는 인생.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가짐과 하루하루 내가 해야 하는 걸 어떻게든 하고 있는 그야말로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는데. 부족한 건 없다. 그저 불안한 내 미래에 내 특기인 불안이 자리 잡을 뿐. 살기는 하겄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인생 기대한다. 지금 힘든 일만 끝나면 다시 열심히 가보자. 그리고 이젠 힘든 건 못하겠다고 하자. 쉬어가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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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지난 달에 적어두고는 결국 한달이 또 지났다. 바쁜 일들을 겨우 헤쳐내고 이제 글을 써보려고 하니 머리 안이 자욱하다. 조금 쉬면 다시 돌아오겠지. 기다려 보자.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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