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안아줘.”
“자기, 안아줘.”
우리 집 식구들은 안아줘 병에 걸려있다. 아마도 남편으로부터 내려온 유전병인 듯하다. 나에게는 없는 유전자다. 이 병의 이름은 내가 지었다. 결혼 후 출근 전 ‘안아줘’ 하며 나를 안아주고 출근하는 남편이 귀여웠다. 잠시 그러고 말겠거니 했는데 여전히 안아줘를 수시로 남발한다. 내가 화내고 나서도 안아줘, 자기 힘들 때도 안아줘. 남편은 주로 힘든 일이 있었거나 나와 싸운 뒤에 안아줘를 했는데 그러고 나면 내 화가 풀리거나 기분이 나아져서 계속 써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안아줘는 숙제하기 싫을 때, 공부하다 힘들 때, 기분이 좋을 때나 안 좋을 때, 심심할 때, 그냥 수시로 나온다. 갑자기 ‘엄마, 안아줘.’ 하면 화가 나다가도 웃음이 지어지니 이 녀석들의 안아줘 또한 내가 강화한 것이 맞는 듯하다. 나에게는 선천적이지 않은 병이지만 요즘은 나도 전염되어 ‘안아줘’를 외친다. ‘엄마, 안아줘야지. 나 좀 안아줘.’ 하면 이들은 기꺼이 나를 안아주고 눈을 마주치며 미소 짓는다. 가끔은 남편한테 안아줘를 외치는 내가 어색할 때도 있지만 안아주며 나누는 따뜻함이 어색함을 이긴다. 우리는 서로 안아줘 병에 걸렸다며 놀리고 모두 안아줘 병에 걸렸다며 좋아한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 병을 가지고 살아가기로 했다. 그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