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린 길을 걷고 있나?
얼마 전 부모님께 '남들은 다 이렇게 살아'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유별난 나의 가치관이 어른에게 받아들여지는 시선인 듯하다.
대학교 휴학을 할 때에 교수님과 면담을 했어야 했다. 교수님께서 써주시는 서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학과 학생회장도 했으며 총학생회 비대위원장도 했었고,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그 과정 중 전공 교수님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원래는 조언도 구하고 많이 찾아뵙는다고 하는데 나의 유별난 성격 때문에 혼자 해보려는 성격 탓인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어색하게 문을 두드리고 교수님과 면담을 시작했다.
"휴학해서 뭐 하려고?"
"나는 네가 선거에 떨어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이 3가지의 말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 말들이 공격적으로 다가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따뜻한 위로의 말로 다가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해석의 차이로 남겨두겠다.
휴학하고 뭐 할 거냐는 질문에
'책도 쓰고요, 일단 좀 혼자가 되고 싶습니다'
'책은 어떻게 쓰게?'
'요즘은 전자책도 있고, 블로그나 이런 걸로 먼저 시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자책? E북 시장이 얼마나 죽고 있는데..'
여기서 나는 생각을 멈췄다. 내가 말했던 전자책과 교수님이 생각하는 E북의 차이는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세대 차이다.'
그냥 철 없이 답변을 하고 서류만 빨리 받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철 없이 답변하는 것이 빠르게 대화를 종료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한다)
황급히 면담을 마치고 나왔다.
나는 고등학교 때 대학교 진학이 아닌 공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기술직과 행정직을 모두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업무를 보고 있는 직원들의 표정, 일의 방식과 반복되는 업무를 보면서 무료함이 밀려왔다. '내가 저기를 들어가면 나는 안정감에 갇혀 죽을 때까지 직장에서 못 나올 것 같다'라는 생각과 함께. 무료함과 동시에 두려움도 찾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대학교도 문과로 바꿔 진학했고, 내가 하고 싶은 학교생활을 했던 것이다. 거기에서는 같은 힘든 표정이어도 직장인과의 표정이랑은 달라 보였다. 이렇게 크리에이티브하고 창의력을 요하는 것들에겐 나에게 더 잘 맞음을 알았고, 더 재밌는 삶의 형태임을 알았다.
부모님이 말씀하신 '남들은 다 이렇게 살아..'라는 말은 나의 가치관을 더욱 단단하게 해 줬다.
나는 삶의 방식을 나를 기준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현재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대학교 때 활동하면서 받은 장학금을 보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투자를 하고 있다. (배움에 대한 투자와 카메라를 구입한 것이 내 인생의 한 획을 그을 만큼 좋은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 이외에는 글을 쓰고, 유튜브 영상을 제작한다. 또한 장학금을 보태 산 소중한 카메라로 스냅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있다. 중고거래 어플 당근에서의 커뮤니티에서 스냅사진 모델을 구인하는 글을 올렸더니 나름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살고 싶다. 남들은 욕할진 모르지만 내가 그때까지 이런 삶이 행복하다면 말이다. (확실한 건 그때의 상황을 봐야 할 듯하다.)
2주 뒤 파리에 잠시 있다가 온다. 사진에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유럽에서 인물 사진을 찍을 계획이다. 때문에 동의를 구하는 멘트만 외워서 연습 중이다. (영어만 준비하고 있다. 불어로 받아치면 번역기로 대화를 하거나 도망가야 한다.) 나는 해외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다. 다양한 사람의 생활양식을 보고 느끼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행복을 좇고 있는지, 직업에 대한 가치관과 연애에 대한 가치관, 쉼에 대한 가치관처럼 다양한 생활양식을 넓은 시야로 갖는 것에만 20대를 온전히 투자해도 나는 20대에 대한 후회가 없을 듯하다.
지금 세대는 더욱 혼란스러운 사회라고 하는 의미를 체감하고 있다. 다양한 직업과 삶의 형태가 존재하고, 이전 세대와는 다른 수입을 만들 수도 있다. 또한 나만의 삶의 형태를 꾸리기 좋은 시대인 것 같다. 그래서 삶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욱 힘들어진 듯하다. 부모님 세대에는 사업 아니면 취업이 다였다. 지금은 이것들이 점점 더 세분화되고 또는 내가 삶을 설계하는데 어렵지 않아 보인다. 사업을 해도 이전보다는 엄청난 돈이 필요 없는 사업도 많다. 직장도 프리랜서 형태도 많으며 좋아하는 일을 부업으로 하는 사람도 많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20대, 또는 10대, 30대도 비슷한 고민인 사람들이 더욱 많아져서 다양한 삶의 형태의 길을 열어주면 그것이 좋은 영향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