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야기를 쓰다가 퇴사를 하게 되었다
2025년 2월. 나는 13년간 근무해 온 학교를 그만두었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었고, 나의 2-30대를 모두 보낸 곳이었다.
브런치와 오마이뉴스에 학교 이야기도 올리고 있었고, 지난해의 홍콩 여행 도전기를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시점에서 퇴사를 하게 되며 글쓰기에도 망설임이 많아졌다. 여행기는 늦더라도 끝까지 쓸 계획이지만 어쨌든 현재 퇴사를 한 상황에서 그 부분을 거론하지 않고 글을 계속 연재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여행기를 마저 올리기 전에 개인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올리기로 했다.
퇴사를 결심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다 이야기 하자면 책 한 권도 쓸 수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오랜 기간 근무를 지속하게 했던 강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교육을 실제로 펼칠 수 있는 환경, 그것이 여러 가지 객관적으로 열악한 근무 조건을 견디게 하는 메리트였는데 재작년 하반기 무렵부터는 그 부분이 많은 방해에 부딪혔다.
우리는 졸업여행이나 프로젝트 수업이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필요하고 효과적인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강의식 수업보다 훨씬 교사의 시간과 노고가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교육이라 생각하여 애써온 것인데 누군가에게는 그게 학생들 돈으로 놀러 가는 '직원 복지'로 보였나 보다.
나 스스로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 일이기에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 동안 넘겨왔는데, 그게 수업을 진행하고 필요한 인력을 구성하는 데에 실제적인 제약으로 작용하자 근무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열정으로 즐겁게 도전했던 첫 번째 오사카 여행과 달리 두 번째 홍콩 여행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여행을 추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여행을 통해 행복해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스스로를 다독였으나 거기까지가 나의 한계였던 것 같다.
청춘을 모두 보낸 회사를 떠나는 것이 가볍진 않았지만 후회없이 쏟아낸 덕분인지 오히려 미련도 남지 않고 홀가분했다. 다시 돌이켜보아도, 나 자신에게도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만큼 열과 성을 다한 시간이었다.
처음에 퇴사가 결정되었을 때는 당분간 쉼을 갖고 싶었다. 졸업 후 13년 간 일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지쳐있는 부분도 있었고,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자유여행 도전기를 좋게 봐주신 곳에서 함께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주었고, 고민 끝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다.
이제 첫 발을 디딘만큼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주도성이 중요한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나 역시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며 나아갈 때 훨씬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발달장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깨달았다.
퇴사를 하게 되었지만 여행은 계속 될 것이고, 나의 이야기도 계속 될 것이다.
* 새로운 시작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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