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의 이야기] 도전! 강릉 여행

by 길위의스튜디오

현재 <길 위의 스튜디오>는 세 그룹의 ‘단짝투어’가 운영되고 있다. 세 그룹은 각 그룹별로 저마다 색깔이 다른데, 첫 번째 그룹이 ‘맛잘알’ 그룹이라면 두 번째 그룹은 에피소드 제조기다. 우리의 여행기가 ‘우당탕탕’이 된 데에는 단연 이 그룹의 공이 크다.


이 그룹은 첫 단추부터 범상치 않았다.

첫 여행지로 무난하게 대전과 부산을 선택한 다른 두 그룹과 달리 이 그룹은 무조건! 오로지! 해외여행을 외쳐댔다. 그것도 가깝지도 않은 싱가포르가 희망 여행지였다.

이미 마리나 베이 샌즈의 인피니티 풀과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참가자들의 귀에는 ‘국내 여행을 먼저 다녀오면 어떠냐’는 제안도, ‘싱가포르는 여행 경비가 비싼 편’이라는 지적도, 그 어떤 설득도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그룹들이 첫 번째 여행 준비에 돌입했을 때, 이들은 싱가포르 항공권과 숙박비 등 예상비용에 대한 검토를 먼저 했다.

참가자들 스스로 문제를 깨닫고 계획을 수정하기까지 먼 길을 돌아 결정한 첫 여행지는 강릉이었다.

이 무렵 나는 주말에, 핫플로 떠나는 여행이 어떤 것인지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었다. 이전엔 주로 학생들과 평일에 움직이거나 방학을 이용했기 때문에 평범한(?) 직장인의 여행을 몰랐다.

하지만 직장인들과 여행을 하려니 주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길 위의 스튜디오> 여행의 목적 중 하나는 여행에 대한 기대와 동기부여로 직장생활 또한 잘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짧은 여행은 되도록 연차를 쓰지 않게 주말을 활용한다.

그러나 K-직장인들의 여행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전투였다…….

일단 기차표를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우리가 강릉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은 6월, 현충일이 끼어있는 연휴였다. 연휴의 시작인 6일에는 기차 티켓을 구할 수도 없었다. 겨우 기차표를 예매하고 떠나기로 한 날은 6월 7일.

순식간에 매진된 KTX만큼 많은 인파가 예상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강릉역에 도착해 점심식사 장소로 선택한 강릉역옹막 안목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식당이 만석이었고 대기시간이 1시간이었다.

다행히 바로 옆에 안목해변이 있어 예약을 걸어놓고 바다 구경을 먼저 했다. 오랜만에 바다를 본다며 참가자들은 한껏 들떴다. 탁 트인 바다는 언제 봐도 기분을 좋게 한다.

바다에서 옹기종기 모여 셀카를 찍는 참가자들은 딱 풋풋한 이십 대 청춘이었다. 백사장에 모래만 굴러도 까르르 웃는 청춘들과 사진을 찍고 놀다 보니 1시간은 금방 갔다.


대기시간이 5분 남았음을 확인하고 부지런히 식당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대기시간이 5분에서 줄어들지 않았다. 그나마 날이 흐려 아주 덥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후로도 한참을 더 기다린 끝에 겨우 우리 차례가 되어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걸어서 아라나비 바다하늘자전거와 짚라인을 찾아갔다.

첫 번째 그룹이 음식에 진심이라면, 두 번째 그룹은 대체로 음식에는 별 관심이 없다. 입도 짧고 양도 적다.

대신 이 그룹은 체험, 액티비티에 진심이다.

강릉에서도 이 그룹은 다른 활동을 포기하더라도 아라나비 체험을 원했다.


체험장이 가까워지자 얇은 줄 하나에 의지해 하늘을 가르는 사람들이 보였다. 허공에 흩어지는 비명소리도 함께.

참가자들의 얼굴에서 점점 핏기가 빠져나갔다.

“……너 진짜 할 거야? 진짜로?”


서로를 바라보며 묻는 말에는 망설임이 가득했다. 한 명이라도 먼저 포기하면 줄줄이 포기할 것 같은 치열한 눈치싸움.

하지만 누구 하나 못 하겠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이 그룹의 또 다른 특징은 ‘호언장담’이다.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고 보는 패기. 무서운 것도 다 탈 수 있고, 음식도 다 먹을 수 있고, 외국어도 다 할 수 있고, 밤도 새울 수 있다는 자신감.

직접 경험하며 깨닫는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 <길 위의 스튜디오>와 가장 잘 맞는 참가자들이다.

스스로 부딪히며 깨달아 가기 때문에 때로는 다른 그룹보다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자 하는 욕구도 높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줄도 아는 매력적인 그룹이다.


어쨌든 그들은 새하얀 얼굴로 바다하늘자전거와 짚라인을 타기 위해 줄을 섰다. 마지막 발을 떼는 그 순간까지, 모두 얼굴은 심각했으나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출발을 했다.

짚라인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건 출발 장소에 선 순간부터 개인의 의지를 벗어나 있다.


문제는 바다하늘자전거였다. 바다 위를 가르는 와이어 위를 자전거로 달리는 바다하늘자전거는 정말 말 그대로, 줄 하나와 자전거만 있었다.

300m 거리의 타워 사이에 달랑 와이어 한 줄이 늘어져 있다 보니 중간지점까지는 내리막이지만 나머지 반은 오르막이었고, 동력이 전혀 없어 꽤 페달을 세차게 밟아야 했다. 20m 상당의 높이의 외줄 위에서 힘차게 발을 구른다는 것은… 보기보다 난이도가 높았다.

그런데 심지어 편도가 아니고 왕복을 해야 한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참가자들을 지켜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중간지점을 넘어서며 점점 느려진 자전거는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고 멈춰 섰고, 결국 직원의 도움을 받아 나머지를 건널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참가자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왕복은 못 하겠어요.”


바다하늘자전거의 규칙은 중도하차가 불가라고 되어 있었다. 자전거가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가려면 무조건 사람이 탑승해 달려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감사하게도 직원이 대신 나머지 편도를 달려주고, 참가자는 걸어서 다리 반대편으로 건너가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감사 인사와 죄송하다는 사과를 연거푸 하면서, 궁금증이 일어 슬쩍 물어보았다. 혹시 이런 경우가 자주 있냐고.

직원은 ‘오늘만 세 명째’라고 쿨하게 답하고 자전거를 끌고 갔다.


비록 한 명이 중도하차하긴 했지만 나머지 참가자들은 모두 무사히 체험을 마쳤다. 체험을 끝낸 참가자들의 낯빛에 드디어 혈색이 돌았다.

참가자들은 내가 해냈다며 앞다투어 자랑을 쏟아냈다.


그저 재미있는 액티비티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겐 나의 한계를 극복해 내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경험이 되는구나’ 싶은 마음, ‘그래서 사람들이 극한도전 같은 걸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도하차한 참가자도 그래도 편도는 성공한 것,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문제를 해결한 것, 혼자 타워를 걸어 내려와 다시 출발 지점을 찾아간 것 등을 격려했다.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순두부 젤라또 가게에서 숨도 돌리고, 마지막 일정인 강릉중앙시장으로 버스를 타고 갔다.

원래 계획은 강릉중앙시장에서 구경도 하고 저녁도 먹는 일정이었지만 연휴의 강릉시장은 엄청난 인파와 열기로 들끓었다. 도무지 오래 머무를 수가 없어 원하는 먹거리만 하나씩 포장해 강릉역으로 돌아왔다.

금세 땀이 뻘뻘 났지만 가족들을 주겠다며 닭강정과 커피콩빵 등을 두 손 가득 든 참가자들은 싱글벙글이었다. 특히 자신의 월급으로 여행비용도 쓰고 선물도 산 참가자들은 상당히 뿌듯한 얼굴이었다.


청량리 역에 도착해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각자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용인, 하남, 일산, 가평 등 집까지도 또 한참인 여정이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다며 씩씩하게 귀가하는 모습이 어쩐지 한 뼘 성장한 것 같은 하루였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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