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발달장애 당사자와 교사들이 함께 쓰는 이야기입니다. 당사자가 작성한 여행 후기와 실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하며, 가독성 및 사생활 보호를 위하여 일부 내용은 편집, 각색하였습니다.
학창 시절의 나는 조용한 학생이었다. 공부도, 친구관계도 자신이 없었다.
대학 시절 친해진 친구들이 몇 있지만 졸업을 한 후에는 만남이 뜸해졌다. 서로 집도 멀었고 직장을 다니다 보니 시간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가끔 연락이 와 만나기도 했지만 그 친구들은 발이 넓었고, 나 말고도 약속이 많았다.
일 년에 서너 번은 취업자 모임에 가서 선생님과 선후배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수십 명이 단체로 모여있는 자리에서 나는 늘 겉돌았다. 얼굴만 아는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기도 어려웠고, 친했던 친구들과도 한두 마디 안부를 묻고 나면 더 할 말이 없었다.
직장생활은 나쁘지 않았지만, 조금 외로웠다.
그러던 중 부모님이 <길 위의 스튜디오> 소식을 듣고 내게 알려주셨다. 매주 친구들을 만나고 여행을 갈 수 있다니…… 나는 기대에 가득 차 곧바로 신청을 했다.
함께 여행을 가게 된 친구들은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어색했다. 서로 이미 친한 사이도 있었는데, 나는 학교에서 얼굴만 몇 번 본 사이였다.
여행 계획을 세우기 위해 의견을 주고받고, 수업이 끝난 후 같이 밥도 먹으면서 친구들과 조금씩 가까워졌다. 그렇지만 친구들도 아직 내가 어색한 것 같았고, 나도 그랬다. 대전 여행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5월 31일, 기다리던 첫 여행일이었다.
여행의 시작은 조금 긴장됐다. 왜냐하면 다른 친구들은 서울역에서 모이는데 나는 우리 집에서 가까운 행신역에서 혼자 기차를 타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연습을 많이 해서 이제 어느 정도 자신 있지만 기차를 혼자 타는 건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일찌감치 준비해서 무사히 기차를 탔고, 서울역에서 친구들과 만났을 때는 무척 기뻤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나를 대단하다며 박수쳐줘서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친구들과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는 것도 처음이었는데, 무척 설렜다.
친구들과의 첫 여행은 완전 좋았다.
들깨칼국수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한 번 더 가고 싶었다. 옆 테이블에서 수육과 두부 두루치기를 먹고 있었는데 그것도 맛있어 보였다. 다음에 대전에 오면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성심당은 빵도 맛있고 음료수도 맛있었고, 미도리카레에서 먹은 명란크림파스타도 맛있었다.
친구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는 수업할 때 목소리가 작아서 잘 몰랐는데, 길도 잘 찾고 아주 스마트한 친구였다. △△이가 그렇게 말을 재밌게 잘하는지도 처음 알았다. 너무 웃겼다.
그리고 조금 친해지자 친구들이 나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많이 했다. 내가 제일 선배여서 그런지 후배들이 나를 잘 따르는 것 같았다. 선생님들은 내가 리더역할을 해줘서 든든하다고 하셨다.
사실 대전 여행을 가기 전까지는 매주 토요일마다 일산에서 창동까지, 그것도 아침 일찍 오는 게 피곤하기도 했다. 끝나자마자 성당도 가야 하고 바빴다.
그래서 <길 위의 스튜디오>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전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하고 싶다는 마음이 훨씬 커졌다. 여행도 또 가고 싶고, 무엇보다 우리 그룹의 리더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빠질 수가 없다.
대전 여행은 너무 행복하고 맛있었다. 다음 여행은 또 어떨까 벌써부터 설레고 기대된다.
덧) 다음 여행은 남자 선생님 없이 K와 Y, 두 선생님과 다 같이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남자 후배들을 챙기는 역할은 내가 할 수 있으니 남자 선생님은 없어도 될 것 같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