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의 이야기] MZ들의 홋카이도 여행3

by 길위의스튜디오

홋카이도 여행의 둘째 날은 근교 도시인 오타루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아침식사는 전날 밤 편의점에서 사 온 먹거리로 해결했다.

십여 년 전에 발달장애 학생들과 캠핑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레시피를 검색하고 재료를 조사해 장을 보는 과정부터 했었는데, 솔직히 공부할 거리는 많지만 실생활 활용도는 매우 낮다.


나의 경우만 보아도 독립생활을 한 지 어언 1년인데 마트에서 장을 봐 요리를 한 횟수는 정말 한 손에 꼽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시간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직장생활을 하며 이렇게 끼니를 챙기기는 요리를 아주 좋아하거나 부지런하지 않고는 어렵다. 나는 둘 다 아니다.

또 하나는 식재료 낭비와 비용의 문제다. 마트에서 재료를 사면 딱 필요한 만큼 맞추기가 힘들어 버려지는 재료가 생기고, 낭비하지 않기 위해 소량으로 구매하려면 더 비싸다. 외식비가 부담스러워 마트를 갔는데 막상 필요한 재료를 다 담고 나면 한 끼 외식비나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니 그럼 나의 노동력의 가치는 어디로 간 거지? 하는 의문이 들면서 이럴 바엔 차라리 사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요리실력은 발전이 없으나 다행히 요즘은 밀키트나 간편 조리식품 등이 워낙 다양하게 잘 나오고, 가끔 배달음식도 동원하면 솜씨가 없어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

<길 위의 스튜디오>에서도 여행을 하다 보면 종종 조리를 해야 할 때가 있다. 단체활동에 용이하고 비용도 저렴한 숙소를 찾다 보면 조식 뷔페가 있는 호텔보다는 아파트형 숙소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밀키트와 간편 조리식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요리라 이름 붙이긴 조금 그렇지만 참가자들의 실제 삶 속에서 활용도를 고려하면 이쪽이 훨씬 실제적이고 유용하다.

최근에 복지관 요리교실에서 떡갈비를 만드는 걸 봤는데, 솔직히 그걸 배운 후에 실제로 집에서 떡갈비를 만들어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평생 집밥을 해준 우리 엄마도 떡갈비는 사서 먹는다.

어린이들이라면 경험 삼아 한 번쯤 해볼만 하다해도 성인 대상, 그것도 발달장애인 대상의 프로그램이라면 조금 더 삶에 밀접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 중 숙소에서 한 끼 정도 해결하는 건 썩 괜찮은 방법이다.

조리 방법을 읽고, 전자레인지나 끓는 물을 사용해 간단한 조리를 하고, 식후 뒷정리와 분리수거까지 모든 과정이 자립생활에 꼭 필요한 공부이기 때문에 호텔 조식보다 번거로워도 기꺼이 감당할 만하다. 더욱이 일본은 편의점 음식이 워낙 다양해 골라 먹는 즐거움도 있다.

참가자들이 각자 선택한 음식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나는 평소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편이지만 여행 중에는 되도록 빵 한 조각이라도 챙겨 먹으려고 한다. 여유는 잔고에서 나오고, 상냥함은 탄수화물과 당분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배가 고프면 인내심이 얕아진다. 끼니를 잘 챙기는 게 서로를 위해 좋다. 특히 이 막강한 체력의 그룹을 따라가려면 배가 든든해야 한다.


숙소를 출발하기 전 하루의 일정과 이동 방법, 여권과 휴대폰, 트래블 카드 등 중요한 사항을 점검했다. 날씨에 적절한 복장인지, 불필요하게 무거운 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등등 자꾸 반복하고 습관화해야 자립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자유여행의 장점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스스로 챙길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준비를 끝마친 뒤 오타루를 향해 출발했다.

날씨는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딱 여행하기 좋은 날이었다.


오타루에 가려면 삿포로 역에서 JR열차를 타야 한다. 좌석을 예약하지는 않아서 자유석을 이용해야 했는데 평일이어서 그런지 자리는 여유가 있었다.

오타루가 가까워지자 열차의 창 너머로 바다가 나타났다. 삿포로 시내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에 참가자들은 또 다른 여행지에 온 것처럼 들떴다.


오타루 여행은 미나미오타루 역에 내려서 오타루 운하를 따라 오타루 역까지 이동하는 동선을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는 오타루 운하 크루즈를 티켓을 미리 사고 시내를 둘러보다가 다시 크루즈로 돌아와 야경을 보기로 계획했기 때문에 오타루 역에서 내리고 오타루 역으로 타는 방법을 택했다.


오타루 역에 내렸을 때는 벌써 점심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침 먹고 출발했는데 또 점심을 먹어야 하다니. 여행 중에는 끼니를 해결하는 게 가장 큰 미션이다.

그런 의미에서 맛집탐방을 몹시 중요하게 여기는 맛잘알 그룹과의 여행은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먹거리만 잘 챙겨도 만족스러운 여행이 된다는 점, 단점은 한 끼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본격적인 오타루 구경 전 우선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대기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을 고려했다.

오타루는 해산물이 유명해 맛집도 초밥이나 카이센동 등이 많았다. 그렇지만 가격이 적잖이 나가는 메뉴라 적당한 맛집을 탐색해야 했다.


오타루로 오는 열차 안에서부터 열심히 맛집을 검색한 참가자들은 각자 찾은 음식점을 서로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마침 근처 삼각시장 안에 2~3,000엔 정도 가격대의 카이센동 가게가 있었고 참가자들은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한 명쯤은 못 먹는다는 말이 나올법한 메뉴인데, 역시 남달랐다.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찬성하자 식당을 찾은 참가자의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삼각시장은 좁고 가파른 재래시장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찾은 식당에는 이미 대기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미리 주문을 하고 대기번호를 받으면 온라인으로 순서를 알려주는 시스템이어서 마냥 기다리지는 않아도 됐다.


메뉴판을 보고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사진을 찍게 했다.

편의를 위해 일괄 통일하는 방식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자기주도적으로 선택하고 그 과정 안에서 성취감과 책임감을 배우는 것이 이 여행의 목적이다.

제각각 다른 메뉴를 주문할 때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자신의 메뉴를 저장하면 유용하다. 종업원과 의사소통을 하기도 쉽고, 누가 어떤 메뉴를 주문했는지 헷갈리지 않고, 얼마였는지 기억하기도 좋다.

관광지 맛집에는 메뉴판이 외부에 게시되어 있는 곳도 많아서 식당에 들어가기 전 미리 선택하고 준비를 하면 외국어를 못하는 참가자들도 스스로 주문을 할 수 있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어쩌면 사소한 일이지만 낯선 해외에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해낸다는 것은 매우 큰 성취감이 된다.

그리고 사실, 선택한 메뉴를 기록하지 않으면 자신이 뭘 주문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먼저 먹는 사람이 메뉴의 주인이 되는 혼돈의 카오스를 마주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건 경험에서 우러나온 나만의 꿀팁이다.


그렇게 각자 고른 메뉴를 예약하고 오타루 역 맞은편 돈키호테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니 금세 우리 차례가 찾아왔다.

참가자들은 취향에 따라 연어만 올라간 것, 알이 함께 올라간 것, 단새우와 관자 등이 골고루 올라간 것, 성게알이 올라간 것 등을 주문했는데, 한 명도 빠짐없이 싹싹 긁어먹었다.


그리고 결제를 하기 위해 계산서를 받았는데…….

금요일 연재
이전 17화[Y의 이야기] MZ들의 홋카이도 여행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