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출간한 지 두 달여 남짓. 책을 읽은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 나의 어린 시절을 위로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으로 반듯하게 잘 자란 나의 현재를 응원하는 것들이다. 반면, 은근하게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책을 읽은 고모들 중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과 한 가지 사실이 미세하게 다르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정정을원하기도 했고, 과거에 자신의 사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그랬다는 것을 나에게 설명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에는 일일이 카톡에 답장을 해서 내가 책을 쓰게 된 계기와 이유라든지, 나의 기억과 실제 있었던 일이 미세하게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든지, 그때 상황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내야 했던 우리의 선택을 비난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었다는 것 등을 설명하려 애썼다. 내 책에서 썼듯, 나는 나의 과거를 온전히 포용했고 그만큼 성장하고 깊어졌다. 미사여구를 섞어 나의 과거를 포장하려 들지도 않았고 타인의 반응을 우려해 거짓부렁을 늘어놓지도 않았다. 나의 책은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 쓰인 것도, 나의 과거를 후회하며 자책하기 위해 쓰인 것도 아니었다. 가난과 가정폭력, 우울과 자책, 자기혐오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고 싶어 쓴 것이었다. 무엇보다 글을 쓰면서 내 상처를 나 스스로 보듬어 주고 싶었고계속해서 내 길을, 나의 삶을 당당하게 걸어 나가기 위한 밑거름으로 삼고 싶었다. 다 지나간 일을 굳이 들춰내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이라 말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내 마음을 다독여 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어젯밤, 고모 한 명이 또 카톡을 보냈다. 다른 고모 한 명이 내 책을 읽고 상처를 받은 것 같으니 문자라도 한 통 보내라는 것이었다. 나는 더 이상 답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고모에게도 문자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그때 있었던 일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다. 아무도 할머니를 모시려 하지 않았던 우리의 선택은 그곳에 그대로 있을 것이며, 할머니를 그렇게 보낸 우리의 과거 또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남겨진 우리는 그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각자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시간은 흐르고 기억은 고인다. 후회는 미련이 되고 변명은 자기 연민이 된다. 나는 그 사람들의 복잡한 감정들을 그들의시간 속에 맡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