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인만큼 아픈 가족을 돌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부분은 고령의 가족원을 배우자나 성인 자녀, 며느리 등이 돌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이런 경우 가족을 돌보는 사람은 중년 이상의 나이대일 것이다.
하지만 청년 혹은 청소년 시기부터 가족을 돌보는 경우도 많다. 이런 가족 돌봄 청년, 영케어러의 사례가 최근 몇 년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가족돌봄청년은 2022년 통계에 따르면 10만 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영케어러는 가족 돌봄으로 인한 어려움과 간병 부담뿐 아니라 생계 부담, 진로 준비 부족 등 여러 어려움을 동시에 겪게 된다. 생애주기별로 보았을 때 청소년기는 미래를 위해 중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가족 간병으로 인해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하지 못하게 되고 사회적 고립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도 전국 지자체별로 만들어져오고 있다. 서울시 서대문구의 경우 만 9-34세의 가족 돌봄 청년을 대상으로 마음 돌봄 키트를 제공하고 교육비, 병원 간병비 등을 실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비슷하게 다른 지역에서도 현금 지원과 심리정서적 지원, 학업 및 취업 관련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 작년에는 정부에서 중증 장애인 등을 돌보는 영 케어러에게 연간 200만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지원 사업이 시작된 지도 몇 년 되지 않았고, 많은 청년들이 지원책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자산 조사 등 과정이 까다로워 막상 필요한 이들이 지원을 받기 어렵기도 하다.
조기현 작가의 책 “아빠의 아빠가 됐다”는 영케어러의 현실을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었다. 1992년생 청년은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보호자가 되어 고군분투해야 했다. 조기현 작가는 현재 돌봄 청년 커뮤니티 N인분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아래는 교보문고 홈페이지의 “아빠의 아빠가 됐다” 작가 소개 글을 가져왔다.
조기현 - 공돌이와 노가다를 거쳐, 메이커와 작가로 일하면서, 치매에 걸린 50대 아빠의 아빠로 살아가는, 1992년생 청년 보호자다. 서울시에서 지급한 청년수당 덕에 청년 보호자의 일과 삶을 기록할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숫기가 없고 말을 잘하지 못했다. 순발력도 없어서 못다 한 말을 혼자 샤워할 때에야 쏟아냈다. 그래도 할 말이 남으면 글로 풀어냈고, 카메라로 찍을까 상상했다. 보이지 않거나, 봐도 느껴지지 않는 것들을 보고 느끼는 데 관심이 많다. 이제는 말을 곧잘 하지만, 여전히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싶어한다. 켄 로치가 찍은 영화를 좋아한다. 고등학생 때 서울산업정보학교 공조냉동과를 수료하고 공장에 조기 취업한 경험 덕에 이 노장 현역 감독이 찍은 영화가 눈에 더 잘 들어왔다. 평론 〈켄 로치의 노동계급/들〉을 쓰고, 건설 일용직을 하면서 마주한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영화 〈건설의 벽〉을 만들고, 미취업 청년들을 인터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로 공연 〈취업의 카프카〉를 선보였다. 아버지가 지닌 미장 기술을 응용한 퍼포먼스 다큐멘터리 〈1포 10kg 100개의 생애〉를 편집 중이며, 조선족 간병인들에 관한 영상 작업을 촬영 중이다. 그리고 오늘도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혼자 돌본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아버지를 돌볼 수 있는지 물으려고 이 책을 썼다.
묻혀 있었던 이들의 생활과 고충이 더 많이 알려지고 현실적인 지원책이 세워졌으면 한다. 그러려면 기성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청년의 요구가 아니라 당사자의 목소리가 많이 알려져야 하지 않을까.
참고자료
서울광역청년센터. [스토리뉴스]#2 영케어러(가족돌봄청년) 지원사업 소개
YTN. 가족돌봄청년, 영 케어러가 전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