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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Jun 02. 2024

<조용한 희망> 속 희망이 가능하려면

넷플릭스 드라마 <조용한 희망>에는 젊은 아기엄마였던 주인공 알렉스가 홈리스가 되고 상황을 나아지게 하려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녀에게는 로맨스가 싹터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함께 살던 남자친구가 있었다. 제대로 된 집을 구하기보다 히피처럼 무리를 지어 트레일러에서 지낸다. 그런 남자친구가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고 점점 폭력성을 보이면서 어느 날 필사적으로 아이와 함께 도망쳐 나온다. 아직은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정서적 학대가 있었다. 또 물건을 부수고 던지는 등 폭력적 행동의 강도 또한 점점 거세졌다. 이러다 아이까지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에 도망을 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알렉스는 아이와 함께 여성 쉼터를 찾아서 지내게 된다. 쉼터에는 그녀와 비슷하게 남편으로부터 도망친 여성 등 어려운 처지의 여성들이 함께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친하게 지내던 한 여성은 폭력적이던 남편에게 돌아가기도 한다. 너무나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쉼터를 전전하는 가난이 싫고, 또 습관적으로 폭력에 길들여져 버린 그녀들을 보여준다.


알렉스는 기댈 가족이 없다. 알렉스의 엄마가 종종 나오지만 정신적 질환이 있고 트레일러에서 지내 거의 홈리스처럼 지내고 있다. 가끔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지만 그마저도 안전하지 않아 보여 믿음직스럽지가 못하다. 아버지와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이다. 그래도 그녀는 여러 복지 제도를 알아보면서 도움을 받고 여러 집을 청소하는 파출부 일을 구해 취직도 하게 된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먼 집에 배정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일이 고되고 생활이 어려워도 아이만은 지키고 싶어 힘을 냈던 그녀였다.


그녀의 희망을 위협하는 사건도 많이 생긴다. 남자친구의 가족들이 변호사를 고용해 개입하면서 재판을 하게 되고 아이 양육권도 빼앗길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알렉스와 남자친구를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남자친구의 편을 들며 그냥 둘이 잘 지내기를 바란다는 피상적인 말만 할 뿐이다. 알렉스의 엄마도 현실적인 판단력이 떨어지기에 오히려 알렉스가 보살필 대상이지 의지할 대상은 아니었다.


힘든 와중에도 알렉스는 여러 집을 청소하며 느낀 점을 글로 기록하고 조금씩 정리한다. 그녀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예전에 합격했지만 금전적, 생활적 이유로 포기했던 대학에 에세이를 보내며 다시 연락을 해본다. 그리고 대학에서는 다시 합격을 시켜주겠다고 연락을 해온다. 아이도 되찾고 대학을 다시 가게 되면서 희망을 꿈꿔 보는 그녀의 모습이 나오며 드라마는 마무리된다.



이 드라마는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테파니 랜드가 자전 회고록을 바탕으로 낸 책 maid를 드라마화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실적인 내용이 많다. 드라마에서도 나오듯 그녀는 여러 복지 제도를 거쳐 도움을 받지만 그 과정도 험난했다. 남편이 있다는 점, ‘아직은’ 신체적 폭력은 없었다는 점,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점 등이 그녀가 복지 서비스 지원을 받는 것 자체를 어렵게 해 발목을 잡는다.


그녀가 매번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보고 있기 안타깝고 가슴 아픈 사건들도 많은데 실화라니 더 놀라웠다. 여성 홈리스들이 처음 홈리스가 되는 경로는 알렉스와 같이 가정폭력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알렉스의 어머니 또한 비슷한 상황으로 아픔이 대물림된 경우이다. 알렉스의 어머니는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와 알렉스를 혼자 키우며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었다는 것이 나중에 나온다. 알렉스의 엄마는 그나마 남아있던 멀쩡한 집도 사귀던 남자에게 사기를 당해 빼앗기고 자신의 자동차에서 먹고 자며 살게 된다.


그렇지만 알렉스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알렉스의 남편 션도 나중에는 약물중독을 치료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알렉스와 딸 매디가 더 나은 환경으로 갈 수 있게 놓아주는 모습이다. 다행히 어느 정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었던 이야기이지만 비슷한 상황에 처한 모두가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점이 마음에 무겁게 남았다.


그녀의 경우, 가족에게만 의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선 사회복지제도가 첫 디딤돌이 되어 주었다. 고된 일로 여겨지는 청소 일이지만 일자리를 얻은 것은 경제적으로 안정될 필요가 있었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또 일을 하며 알게 된 집주인 등 사람들의 선의도 그녀가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알렉스처럼 계속 희망을 품고, 그것을 실현하려면 자신의 의지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주위의 도움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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