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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Jun 23. 2024

정말 궁금해서요

몇 번의 즐거운 데이트를 하다 보니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증이 커졌다. 호감도 커졌다. 그러다 보니 조금은 무서웠다. 20대에는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있던 나였기에 연애를 마냥 즐겁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일이나 취미생활은 열심히 해도 연애를 귀찮아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요즘에 많아지고 있다고들 하는데 그게 나였다. 연애가 귀찮다고는 말했지만 사실은 연애에서 상처받고 싶지 않아 방어적인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보면 사실 미련 맞아 보이기도 하고 상처받기 싫어하는 애처로운 스스로의 모습도 보인다.


사실 그렇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고 그런 사람을 만나더라도 두 사람의 마음이 같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잘 맞기도 하고 나와 사귀기로 한 이 남자는 어려운 확률을 뚫고 만난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덜컥 겁이 났던 것 같다.


어느 날 이 사람은 나를 어느 정도로 진지하게 만나고 있는 걸까 궁금해졌다. 마침 연애 초반에 그는 미리 잡힌 여행 일정이 있어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락이 조금은 뜸한 날도 있었다.


그전에 소개팅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애초에 미적지근한 만남이긴 했지만 상대방이 해외여행을 가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뜸해지다가 끊어진 적이 있었다. 혹시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인 건데 내가 눈치가 없던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분위기가 좋았던 것도 내 착각일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만난 지 별로 안 되었던 때였다. 예전의 나라면 입 밖으로 내어 물어볼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어보고 싶어졌다. 부담스러울 수 있는 질문이니 몇 달이라도 더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사람이라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기보다 잘 들어주고 진심으로 대답해 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대화를 하자고 했다. 지금에야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가 되었지만 그때의 나는 나름 결연했다. 나는 요즘 가볍게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꽤 있지 않냐고, 나는 진지하게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귀자는 말을 따로 하지 않고 만나다가 흐지부지 끊어지는 인연들도 있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궁금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다.


대답을 기다리던 나는 진지했는데 현 남편, 구 남자 친구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기가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았냐고, 자기는 나름대로 좋아한다고 티를 냈는데 티가 안 났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자기도 진지하게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기가 생각하는 연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다. 분위기가 풀렸고 우리는 1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나중에 남편에게 들으니 진지해 보이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그만 만나기라도 하자는 걸까 긴장했다고 한다. 나는 그날의 대화 덕에 믿음이 생겼다. 이 사람에게는 마음속 이야기를 다 해도 되겠구나, 대화를 해 나가며 풀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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