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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Jun 30. 2024

익선동 골목길을 누비며

남편과 연애할 때 어떤 데이트를 했었나 돌아보면 제일 생각나는 곳이 익선동이다.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광역버스가 서는 정류장을 찾다 보면 종로 쪽이 좋았는데 그중에서도 익선동이 그 당시 몇 년간 떠오르던 핫플레이스였다. 물론 코로나19 유행의 여파로 익선동의 인기도 조금은 주춤해졌다. 그렇지만 주춤해진 것 치고는 매번 갈 때마다 가게들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익선동에 가면 아기자기한 한옥 카페들이 많은 골목길이라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았다. 한옥을 개조해 만든 이태리 음식점, 퓨전 한식집, 다양한 카페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신기한 점은 거의 모든 가게들이 줄이 길었다는 점이다. 익선동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가게를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을 해보아도 가게에 들렀던 사람들의 글과 사진들이 쏟아져 나왔다.


남편과 나의 공통점을 하나 찾아냈다. 아무리 핫플레이스여도 너무 오랫동안 줄을 서는 것은 못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쇼핑하듯 인터넷에서 제일 유명한 가게는 사람들이 줄을 선 틈에서 힐끔힐끔 구경만 했다. 그리고 식사를 하거나 카페를 갈 땐 줄이 덜 길거나 바로 갈 수 있는 곳을 찾아갔다. 사실 유명해진 맛집의 옆집이나 앞집도 덜 알려졌을 뿐 맛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가 갔던 가게들도 인터넷에 ‘1등’으로 알려진 집은 아니어도 외관이나 음식이나 커피 맛도 다 좋았다.


익선동에서는 유명한 카페가 많은 만큼 신메뉴 개발도 많이 하는 듯했다. 익선동의 한 카페에서 수플레 팬케이크도 처음 먹어 보았다. 일반 팬케이크와 뭐가 다를까 싶었는데 더 두텁게 생긴 외관에 비해 식감은 더 폭신폭신 부드러웠다. 맛도 우유와 계란맛 베이스가 잘 느껴진다고 할 수 있었다.


연애할 때는 좋은 이야기만 했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몽글몽글한 팬케이크와 커피를 마시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여러 걱정과 약간의 기대감이 섞인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때 나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일적으로 걱정하고 고민했던 일들이 많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것도 있고 걱정했던 게 이해되는 일도 있다.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고, 결국 어느 쪽으로든 결정을 하게 되면서 해소된 고민도 꽤 있고 현재진행형인 것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혼자만 가지고 있던 걱정이나 불안이 많이 덜어졌다는 것이다. 원래는 혼자 헤쳐나가는 것에 익숙했던 나였다. 처음 보는 가게에서 혼밥을 하거나 혼자 카페에 가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혼자 하는 것이 편하던 나는 둘이 함께 하는 것의 장점을 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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