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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Jul 07. 2024

당신, T야?

MBTI가 유행을 하면서 우리도 서로의 MBTI를 알게 되었다. 사실 요즘 연애를 한다면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 MBTI를 물어보기도 할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 MBTI는 우리가 결혼을 한 후에 유행이 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나는 미국에 있을 때 미국 mz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돌아서 MBTI 테스트를 해보았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오니 미국에서보다 약간 늦게 MBTI 물어보기가 유행을 하는 것이었다. 시기는 조금 늦었더라도 한국에서의 유행이 더 거센 것 같기도 하다. 아직까지도 다들 서로의 MBTI를 궁금해하고 물어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젊은 세대뿐 아니라 부모님들도 MBTI를 잘 아시니 말이다.


어쨌든 남편은 이런 유행의 초창기에는 합류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자신의 유형(?)을 궁금해했다. 그래서 내가 테스트를 한 번 해보라고 사이트를 알려줬던 것 같다. 그런데 테스트 결과, 우리의 MBTI 유형은 네 글자가 다 달랐다.


ENFJ와 ISTP의 만남. 정반대가 만났다. 보통 내가 E라고 하면 의외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과 1:1로 있을 때는 시끌시끌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E와 I의 차이점은 사람들과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느냐, 아님 기가 빨릴 만큼 힘들어 혼자가 더 좋은가의 차이라고 봤다. 그런 면에서 우리 둘의 차이가 이해는 가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E와 I 성향이 반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MBTI를 알고 나서 남편과 차이점을 생각해 보면 재밌기도 하지만, 그동안 속상하거나 답답하기도 했던 일들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J와 P의 차이도 여행 계획을 세우거나 일상에서 식당 예약을 한다거나 할 때 드러난다. 미리미리 계획을 세우는 게 자연스러운 나와 그때 되어서 계획을 바꿔 제안하기도 하고 거기에 적응해 나가는 남편. 부딪히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서로를 조금씩 닮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내 생각에 제일 차이가 나는 점이 F와 T의 차이 같다. 제일 바뀌기 쉽지 않은 성향 같기도 하다.


“너 T야?”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T의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면모는 감성이 살아있는 F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F인 나도 일을 할 때는 감정을 배제하고 하지만 일상에서 남편과 살다 보니 확실히 여러 가지 차이가 느껴졌다. 우리는 화가 나든 일상에서든 서로 ‘너’라고 부르지는 않기로 했기에 "당신 T야? “라고 대체해 본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기엔 생각이 안 난다. 하지만 남편은 내가 뭔가에 속상해한다거나 고민하거나 할 때 해맑은 얼굴로 팩트폭격을 날릴 때가 많았다. 누군가가 나를 힘들게 해도 한편으로 연민을 느끼는 나에게 그 이면의 어두운 진실을 얘기해 버리기도 한다. 뭔가를 조금 늦게 준비해 힘들어하는 나에게 미리 준비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고 조금은 뒤늦게 ‘아차, 이게 아닌가’ 싶어 하며 해명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발언의 영향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MBTI 네 글자로 복잡다단한 우리네 인생과 성격을 다 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재미를 주고 약간의 기본적인 성향을 서로 이해하기에는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이 사람에게는 감정보다는 팩트가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구나 하는 것을 이해한 후로는 크게 상처는 안 받는다. 그리고 사람들 간 관계에서 때로는 팩트보다는 감정을 이해해 보고, 말도 부드럽게 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음을 알려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참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고방식이 흘러가는 이 사람. 이럴 때 이런 말이 먼저 나오는구나 싶어 종종 이 남자가 참 재밌기도 하다. 지금은 조금씩 깨닫고 있다. 반대가 만나 부딪히기도 하지만 분명 서로를 보완해 주는 면도 있다는 것. 그리고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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