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ela Jun 08. 2024

장거리 연애, 가능할까?

우리는 몇 번의 만남 후에 자연스럽게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지금의 남편이 아직은 새로 만난 남자친구였던 시절. 몇 번 만나보며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조금씩 걱정스러웠던 것이 있다. 바로 서로 간의 거리였다.


요즘 tv에서 ‘나는 솔로’ 등의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 거리가 멀면 망설이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어떨 때는 너무 먼저 거리부터 생각하며 망설이기보다 서로를 알아가 보면 어떨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볼 때도 있었다. 거리 때문에 포기하지 말라고 마음속으로 응원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그 마음이 정말 이해가 된다. 연애에는 이것저것 생각할 것이 많은데 거기에 변수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 같은 그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


서울과 경기도는 그동안 말로 할 땐 가깝게 느껴지는 곳이었고 종종 근교에 놀러 갈 때도 멀게 느끼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막상 연애를 시작하자니 꽤 거리가 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 광역버스를 타고 중간 지점에서 만난다고 해도 거의 1시간 반은 걸리는 거리였다. 당시 남편은 할아버지가 쓰시던 차를 물려받아 중고차가 있었지만 운전을 거의 해보지 않은 초보 운전자였다. 한두 번 차를 가져온 적도 있지만 도심에 주차하기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만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불평 한 번 없었던 남자친구가 고마웠다. 한편으로 미국에 있을 때 본 장거리 연애를 하는 커플들도 떠올랐다. 미국에서 차로 2시간이면 옆 도시 정도라 가까운 거리라고 했다. 일 때문에 다른 주에 살아 한 번씩 비행기를 타야 만날 수 있는 주변 커플이나 부부들의 사연도 들었었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 간 장거리 연애를 하다가 결혼한 지인도 있었다. 다들 절절한 사연에 듣기만 해도 마음이 아프고 애틋한 연애를 하고 있었지만 야무지게 잘 사랑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니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그래. 먼 것 같기는 하지만 좌절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 우리는 같은 나라에 있고 서울과 경기도는 지하철이나 버스로도 갈 수 있는 거리잖아. 한 번 해보자. 연애.’


조금은 조심스럽게, 조금은 붕 뜬 신나는 마음으로 새 커플의 데이트는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요즘 서울의 핫플레이스라는 곳들을 검색해 가며 이곳저곳에서 만났다. 그러다가 점점 광역 버스가 서는 곳 근처에서 만나기 시작했다. 그러자니 종로나 시청 근처가 좋았다. 마침 익선동이 떠오르고 있을 때라 익선동 거리를 누비고 다니며 식당이나 카페를 도장 깨기하고 다녔다.


데이트를 끝내고 나면 버스 정류장으로 같이 가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점점 습관이 되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남자친구를 배웅하는 길은 항상 아쉽게 느껴졌다. 핸드폰 앱으로 버스 시간표를 보고 있다가 버스를 놓치지 않게 정류장으로 뛰어가야 했다. 하지만 카페에서 이야기하다가 시간을 놓쳐버리곤 했다.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30-40분가량이 뜬다.


그럴 때면 카페로 돌아가 음료를 한 잔 더 시키거나 산책 삼아 근처의 같은 거리를 빙빙 돌면서 계속 이야기를 했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웃으면서 한 건지는 모르겠다. 그런 기다림의 시간이 꽤 괜찮았다는 것만 기억난다.


이전 04화 코로나 시대의 연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