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ela Jun 01. 2024

코로나 시대의 연애

코로나 19가 처음 유행하던 그 시절, 모두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일상에 익숙해지기는 쉽지 않았다. 식당도 일찍 닫거나 테이크아웃만 운영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카페도 8시 정도 되면 닫는 곳이 많았다. 이제는 벌써 몇 년이 지난 과거가 되어가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나 생생한 현재의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트를 하기란 쉽지 않게 느껴졌다. 첫 만남 당시에는 아직 저녁까지 카페를 운영하는 곳이 있어 저녁을 먹은 후 커피 한 잔을 하며 대화를 했었다. 초밥을 먹고 카페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했다. 그러고 보면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본 첫 순간이 식당이었을 것이다. 마스크를 벗는 순간 진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색다른 느낌이 든 것도 코로나19 유행 때라 가능했을 추억이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소개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첫 만남에 대화가 술술 잘 통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남편도 비슷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 생각보다 소개받는 자리가 부담스럽지 않았고 이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두 번째, 세 번째 만남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사실 저녁을 먹고 카페에 가는 것이 제일 많이 택하는 데이트 코스이다. 만난 지 별로 안 된 두 사람이기에 초반에는 대화를 하면서 이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기에는 카페가 좋았다.


이게 이렇게 어려워질 줄이야. 만남이 이어질수록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적어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카페를 아예 갈 수 없게 된 때도 있었다. 나중에는 창의력(?)을 발휘해서 저녁을 먹고 나서 카페 대신 전집에 간 적도 있다. 전을 파는 가게가 그나마 늦게까지 열었기 때문이다. 아직 연애 극초반, 예쁜 데이트에 어울리는 음식의 대명사인 스파게티를 포크로 돌돌 돌려먹으며 분위기를 내고 싶었지만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다. 결국 조금은 구수한 느낌의 데이트가 되었다. 막걸리와 전을 파는 집에서 전만 시켜두고 물을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사진 출처; pixabay


또 한 번은 영화를 보러 갔다. 원래 영화관 데이트를 해보고 싶어 내가 제안한 것이었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시절, 알고 보니 바로 옆자리에 앉을 수는 없었다. 팝콘이나 음료도 먹을 수 없다. 제일 가까운 자리가 옆옆자리인 상황. 강제로 내외를 하게 되었다. 게다가 표를 늦게 구하다 보니 옆자리에 못 앉는 것뿐 아니라 우리 둘은 몇 줄이나 떨어져 앉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싸운 것도 아닌데 이렇게 멀찍이 떨어져 앉다니 조금 웃기게 느껴졌다. 영화는 재밌게 봤지만 평소라면 이런 데이트도 있을까, 코로나 때문에 별일을 다 겪는다 생각했던 날이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최근에 그날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궁금했다.


“여보. 우리 처음 데이트할 때 영화 보러 간 날, 떨어져 앉은 거 기억해? 코로나 때문에 같이 못 앉았잖아. “


“응. 원래는 같이 앉고 싶었어. 내가 몇 줄 뒤에 앉았잖아. 영화 보면서 중간중간 여보 뒤통수만 하염없이 쳐다봤잖아.”


”엥 정말이야? 하긴 얼굴은 안 보였겠다. “


그날 같이 앉고 싶었다는 남편의 속마음은 예전에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어디 있나 뒤통수만 계속 쳐다보며 찾았다니. 그때는 아직 사귀기로 하기 전이었다. 나름대로 애틋함이 있었던 그날의 이야기를 들으니 남편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귀엽게 느껴졌다. 최근에야 듣게 된 그날의 이야기는 웃픈 코로나 시대의 연애를 실감하게 했다.

이전 03화 동생이 이어준 인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