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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May 25. 2024

동생이 이어준 인연

남동생이 소개를 해주겠다고 한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서로 연애 이야기를 한 적은 꽤 있기는 했다. 하지만 연애 상담을 종종 해주는 것과 나에게 직접 소개를 해주는 건 느낌이 달랐다. 20대가 되어도 어리게만 보던 우리 집 막내 남동생이 누나를 챙기려고 소개를 해준다니!


“누나, 누가 바로 결혼하래? 그래도 한 번 만나보기나 해 봐. 진짜 좋은 형 이래. 한국 온 지도 몇 달 되었고 딱히 만나는 사람도 없다며.”


처음에는 소개를 받는 것 자체가 망설여졌다. 물론 동생 말처럼 한 번 만나보기나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만난다고 뭐 다 결혼하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동생의 절친한 친구의 친한 형이라고 하니 셋이 가까운 사이로 느껴져서 고민이었다. 혹시나 소개를 받아 만나보다가 잘 안 되면 동생이 자기 친구와 곤란해지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이건 나만 걱정할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중에도 친구들에게 동생이 남자친구 소개를 해주었다고 말하면 다들 놀랐다.


“동생이 소개를? 나라면 어색해서 소개 못 받을 것 같아!”


여동생이나 언니와는 보통 사소한 이야기도 하면서 지내지만 남동생과는 대화가 거의 없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래서 남매끼리 사이가 좋아 보인다는 말도 들었다.


사실 또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기 바빠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던 것이 망설임의 진짜 이유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이번에는 진지해 보이는 동생에게 늦기 전에 답을 해주어야 했다. 생각해 보니 동생의 마음이 고맙게 느껴졌다.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마음이 힘든 때이기는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친구들도 잘 못 만나고 취준이다 뭐다 한국 생활 적응으로 힘들어 보이는 내가 걱정되었나 보다.


한 번 만나보기나 한다고 나쁠 건 없겠지. 그리고 생각해 보니 상대방도 아는 사람을 통해서 만난 것이니 잘 되든 안 되든 서로 예의 있게 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소개를 받기로 결정했고 내 번호를 넘겨주었다.


우리는 카톡으로 인사를 나누고 연휴가 지난 후에 처음 만나기로 했다. 약속을 잡은 후로는 만나는 날까지 딱히 연락을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프로필 사진은 조금 멀리서 찍은 전신샷이라 얼굴을 잘 알기 어려웠다. 웃을 때 이가 다 보이게 활짝 웃는 얼굴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이 웃음이 왠지 좋게 보이기는 했던 것 같다.


“안녕하세요. 혹시..”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눈인사만 나누며 지하철역 앞에서 처음 만났다.



* 그림은 AI가 그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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